디즈니의 20세기폭스 인수는 누구보다도 히어로 코믹스 및 실사화 시리즈 팬들에게는 꽤나 흥분되는 소식이었다. 원작 코믹스에서는 오랫동안 함께 활약했고, 연계점도 많았지만 실사화 프랜차이즈 쪽에서는 전혀 연결고리가 없었던 '엑스맨'과 '어벤져스'가 드디어 한솥밥을 먹게 되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새로이 시작하는 단계에 와 있고, 그야말로 세대교체를 하는 시점이다. 이와 더불어 '판타스틱 포'와 '이터널즈' 등이 차기 팀업 물망에 올랐고 뉴 어벤져스에 어떤 캐릭터가 등장하게 될지 많은 정보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엑스맨'과의 협업이 가능해진다면 어떨까?

이야기 주제로는 꽤 재미있지만, 지금까지의 엑스맨과 마블 유니버스를 돌아볼 때에는 우려도 되는 게 사실이다. 시작점도, 전체 기간도, 작품 수도 차이가 많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동시에 더 오래된 유니버스인 <엑스맨> 쪽이 MCU에 통합된다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

아마 엑스맨 이야기를 하면 이틀 정도는 밤을 새야 할 지도 모른다. 코믹스부터 최근의 프리퀄까지 정말 긴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진 그레이와 울버린, 싸이클롭스 이야기만 하더라도 하루종일 떠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는, 아쉬웠던 점만 짚어보려 한다.

엑스맨, 긴 이야기의 시작과 현재

<엑스맨> 유니버스는 크게 오리지널 트릴로지와 프리퀄 시리즈, 울버린과 데드풀의 솔로무비 및 아직 개봉 전인 호러 트릴로지, 그 외 드라마 2개로 구분된다. <엑스맨> 시리즈가 다루고 있는 주제는 무엇보다도 ‘뮤턴트 차별’로, 이에 대한 매그니토와 프로페서 엑스의 상반된 관점 때문에 생기는 두 집단 사이의 갈등이 주요한 스토리라인이다.

뮤턴트는 후천적으로 능력을 얻게 된 메타휴먼(스파이더맨, 캡틴 아메리카 등), 혹은 신(토르, 오딘)과는 달리 선천적으로 초능력을 타고난 이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자막에선 돌연변이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다수 있으나 본문에선 뮤턴트로 통칭한다)

인간과의 공존을 희망하는 프로페서 X와 뮤턴트가 지배하는 세상을 꿈꾸는 매그니토

MCU의 소코비아 사태(<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 불상사가 있기는 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히어로물 속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는다. 어린이들의 우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엑스맨> 유니버스에서 이 뮤턴트들은 그리 극소수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차별의 대상이다. 매그니토는 이런 상황을 뮤턴트의 힘으로 누르려 하고, 프로페서 엑스는 평화롭게 해결하기를 원하기에 두 집단은 계속해서 갈등을 빚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아아..저런…

소수자에 대한 존중 같은 스케일이 큰 메시지를 담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엑스맨>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이에 대한 비판을 받아야만 했다. 코믹스에서 그려낸 깊이만큼도 아니었으며 세계관과 설정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도 없었던 게 큰 이유로 작용했다.

이와는 별개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을 필두로 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포함해 대부분의 작품은 영화적인 면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깊은 고민 없이 만들어낸 영화상의 설정, 허술한 부분이 너무 많은 세계관, 어긋난 타임라인은 고쳐지지 않았다. 다시 말해 한 편 한 편의 영화로서는 볼 만했을지도 모르지만, 시리즈로서는… 글쎄.

히어로무비에 기대하는 것

오리지널 시리즈의 무난한 흥행 성공은 여타 히어로물 프랜차이즈가 자리잡는 데 도움을 줬다. 히어로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는 실사화 프랜차이즈에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준 것만은 분명하지만, 히어로 무비로서 시리즈 전체를 돌아보면 아쉬운 부분이 꽤 많은 것도 사실이다.

히어로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에 관객이 기대할 수 있는 요소는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는 없다. 슈퍼히어로 무비인 만큼 히어로에 걸맞은 CG와 액션이 가미된 파워풀한 전투씬은 당연한 부분이다.

휴 잭맨은 엑스맨의 대표 캐릭터 울버린을 근 20년가량 맡았다.

여기에 인간으로서의 자아와 히어로로서의 정체성 사이의 괴리감에 대한 적절한 심리묘사(물론 캐릭터마다 차이는 있다)가 있어야 하며, 이 두 개가 장점으로 작용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영화적 완성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길게 설명했지만, 결국 슈퍼히어로 무비에 걸맞은 파워풀한 '볼거리'와 영화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스토리, 완성도 높은 영상이 기반한다면 영화는 어찌되었건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히어로무비 대부분은 원작이 존재하며 이 원작을 이미 본 관객들에게는 또 다른 기대점이 있다. 바로 원작에서 캐릭터가 갖고 있던 설정과 이야기, 캐릭터 간의 관계를 깊이 있게 풀어내 줄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사이클롭스. 이게 최선이었나

원작에서는 프로페서 X의 후계자로서 손색이 없는 데다 여러 엑스맨 이슈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사이클롭스’의 비중이 영화에서 대폭 축소된 점은 팬들의 지탄을 받았다. 엑스맨이라는 집단의 리더격인 캐릭터가 울버린이 등장하자마자 영화의 메인 스토리라인에서 아예 빠져 버린 느낌이다.

또 콘텐츠마다 비중이야 달라질 수 있다고는 하지만, 게임이나 여타 엑스맨 콘텐츠는 물론 코믹스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줘 인기를 끌었던 갬빗 역시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한 편(<엑스맨 탄생: 울버린>)에서, 그것도 짧게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결국 오리지널 시리즈 전체에서 기억에 남는 관계라고는…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의 대립구도, 그리고 울버린-싸이클롭스-진 그레이의 삼각관계 정도일 것이다.

오리지널 시리즈의 진 그레이. 무셔워

폭스의 마지막 엑스맨이 될 두 작품의 향방은?

엑스맨 프랜차이즈의 실사화 권한을 갖고 있던 20세기폭스가 디즈니에 인수되면서 MCU에 엑스맨 유니버스가 통합될 거라는 건 기정사실이다. 때문에 <엑스맨: 다크 피닉스>와 <엑스맨: 뉴 뮤턴트>가 개봉을 늦춘 데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 MCU와의 연계점 설정과 통합을 위한 재촬영 작업이 있었을 거라든지, 이왕 타임슬립 개념을 도입한 바에는 잘못된 설정을 갈아엎을 기회로 삼는 게 나을 거라든지.

올해로 개봉 연기된 엑스맨 시리즈 작품은 두 편으로 <엑스맨: 다크 피닉스>와 <엑스맨: 뉴 뮤턴트>. 다크 피닉스의 경우 엑스맨 코믹스의 고전 명작인 ‘다크 피닉스 사가’를 소재로 하는 영화이며 후자의 경우 독특하게도 호러 장르로 만들어진 영화다.

<엑스맨: 다크 피닉스>

<엑스맨: 뉴 뮤턴트>가 새로운 임팩트를 목적으로 한다고 하면 <엑스맨: 다크 피닉스>의 경우에는 얘기가 좀 다르다. 진 그레이와 피닉스 사가는 떼놓을 수 없는 소재이며 이전 엑스맨 시리즈에서도 이 부분을 다루기는 했지만 원작에 버금갈 만큼의 매력은 없었다.

만약 <엑스맨> 시리즈를 전부 갈아엎는 리부트를 선택한다 치더라도, <엑스맨: 다크 피닉스>만은 제대로 된 영화가 되어야 한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소재고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서 이미 한 번 실책을 범했기에 이번만큼은 제대로 나와야 한다. 하지만 판권과 재촬영, 세계관 정립, 앞으로의 계획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가는 와중에 과연 이 영화가 의도대로 나올 수 있을 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를 넘어 시리즈로, 시리즈를 넘어 프랜차이즈로

원작이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할 때 그 원작의 역사가 매우 길고 팬층도 두텁다...는 것은 굉장히 까다로운 작업임에는 틀림없다. 1~2년 연재한 웹툰도 실사화 작업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히어로 코믹스는 오죽할까.

히어로 실사화 작업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단연 MCU, 마블이다. 한솥밥 먹은 지 오래된데다 같이 활약도 수없이 펼쳤던 옆집 어벤져스는 참 잘 나가는데, 엑스맨들은 어쩐지 아쉬움만 깊게 남았던 상황…. 물론 <울버린> 스핀오프와 <데드풀> 솔로무비가 높은 흥행수익을 거두며 성공했지만, 아직 옆동네를 따라잡기는 어려운 상황인 터.

물론 시대의 문제도 있다. <엑스맨> 시리즈가 시작할 때쯤에는 히어로무비에 대해서 세계관을 정립하고 영화 간 연결고리를 끈끈하게 만드는 작업이 흔할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남는다. <엑스맨> 시리즈라는 유구한 인기 장르를 실사화하는 작업, 그것도 한 작품이 아닌 여러 작품에 대한 작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민의 흔적이 너무 보이지 않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와 현재는 다르다. <엑스맨> 시리즈가 완전히 마블로 통합되는 데는 최소 1~2년은 걸린다고 했을 때, 2020년이 지나야 우리는 엑스맨과 어벤져스가 함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히어로무비는 단일 시리즈에서 거대 프랜차이즈로 성장했고, 그 중심엔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이 있었다. 이제 엑스맨 캐릭터들도, 본연의 매력을 되찾고 정립된 세계관 속에서 활약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팬들의 모든 바람을 이루어줄 순 없을 거란 걸 잘 알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예 지금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유니버스로 가는 게 맞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고, 혹은 연계점만 설정하되 팀업무비에서만 특별한 장치를 쓰는 방법이 어떠냐는 말도 있다. 또는 아예 MCU에서 리부트를 하는 게 좋겠다는 강경한 입장도 있다.

이들 중 무엇이 맞는지는 아무도 확언할 수 없고 의견도 제각기 다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캐릭터와 세계관, 전체 유니버스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은 필수라는 데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팬들이 바라는 것은 언제나 '재미있는' 영화다. 분위기가 우울하건 끔찍하건 유머스럽던 간에 관객과 팬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다면, 방법이나 루트는 크게 상관없다. 히어로무비인데도 R등급을 달고 나온 <데드풀>에 관객은 열광했다.

재미로 승부한 히어로 코믹스 원작 영화 <데드풀>

히어로무비는 성공할 이유가 너무도 많은 장르다. 눈이 확 뜨이는 볼거리부터 파워풀한 액션씬, 현실인 듯 아닌 듯 상상과 실제를 오가는 화려한 이야기들, 그러면서도 동질감을 불러일으키는 인간적인 고민까지. 영화를 보고 나온 후에도 원작 코믹스로부터 시작되는 다양한 이야기들, 다양한 미디어믹스 등 즐길 거리가 한 가득이다.

재미있을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문제는 이 재미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다. <엑스맨> 시리즈에 어벤져스만한 잠재력이 없나? 오히려 더 클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히어로 팀업? 충분히 될 수 있다. 하지만 고민 없이 성과는 없다. 이 몇 번의 개봉 연기가 그 고민의 증거이기를 바라본다.

희재 / PNN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