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저 클로즈: 롱탄 대전투>는 11월 7일(목) 올레 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 극장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역사에 묻혀있던 호주의 전쟁 영웅들을 주목하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6년 8월. 남베트남 누이닷으로 파병된 호주군 제1기동 부대는 한밤중 적의 포격을 받는다. 가수 리틀 패티의 공연을 보겠단 꿈에 부풀어있던 폴 라지 이병(다니엘 웨버)과 노엘 그라임스 이병(니콜라스 해밀턴)은 해리 스미스 소령(트래비스 핌멜)을 따라 포격 원점인 고무 농장 롱탄으로 출격한다. 해리 스미스 소령이 지휘하는 보병 4중대는 롱탄에서 적을 마주하고 전투를 벌인다. 1개 소대라고 예상했던 적의 병력은 그들의 20배에 다다르는 2500명. 해리 스미스 소령을 비롯한 호주군은 살아남겠다는 목표 아래 고군분투하며 적의 공격을 막아낸다.

베트남 전쟁은 1955년부터 약 20년간 지속됐다. 그간 나온 수많은 영화가 베트남 전쟁의 굵직한 전투들을 소재로 삼았다. 108명의 호주군이 2500명의 북베트남군과 맞선 ‘롱탄 전투’는 우리에게, 아니 2011년까지만 해도 호주 국민들에게 역시 생소한 전투였다. 미국에게선 최고의 무공훈장을 받았으나, 호주 정부는 45년이 지나서야 이들의 무공을 인정했기 때문. 20배에 다다르는 적군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둔 호주군 제6대대 4중대의 고군분투. 호주 영화 <댄저 클로즈: 롱탄 대전투>는 호주 역사에 오래 남아야 할, 1966년 8월 18일 벌어진 롱탄 전투의 지독한 3시간 30분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실화 200% 재현, 쫀득한 긴장감

“우린 당시 롱탄의 고무 농장을 순찰 중이었어요. 죽음이 드리운 것처럼 고요했죠. 적군은 콘서트 날 밤에 본부를 공격할 생각이었을 거예요. 마침 우리가 그곳을 지나는 바람에 그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겠죠”

(...)

“(전쟁터에선) 너무 바빠서 무서울 수가 없었어요. 무전기로 소대에게 쉴 새 없이 명령을 내렸는데, 앉아서 겁먹을 시간이 5분도 없더군요”

- 영화의 주인공인 실존 인물, 해리 스미스 <가디언> 인터뷰 중

<댄저 클로즈: 롱탄 대전투>의 주인공이자 실존 인물인 해리 스미스는 영국 매체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쟁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영화는 그의 머릿속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죽음이 드리운 것처럼 고요”하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 울리는 총알 한 방. 그를 시작으로 끊임없이 사운드를 메우는 총알 소리는 전장의 긴장을 200% 살려낸다. 인물의 뒤를 밟는 빠른 카메라 워킹, 하늘과 땅에서 이뤄지는 공격 과정을 담아낸 리드미컬한 장면 전환, 배우들의 절제되고 날렵한 몸짓 하나하나가 영화에 긴박감을 더한다.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편집상, 음향믹싱상을 수상하고 작품상 등 6개의 후보에 오른 <핵소 고지> 제작진의 실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배우들의 노력 역시 빛난다. 해리 스미스를 연기한 배우 트래비스 핌멜은 영화 촬영에 앞서 호주 육군 특수부대 군인들과 함께 무기 훈련을 받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전투 경험을 쌓은 이들이 영화의 엑스트라 배우로 함께했다.


아카데미 호명된 편집자 손에서 탄생한 ‘전쟁영화 종합세트’

<댄저 클로즈: 롱탄 대전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호명된 바 있는 편집자, 베로니카 제넷의 손을 거친 영화다. 편집을 맡은 베로니카 제넷과 크리브 스텐더스 감독은 폭격이 쏟아지는 가운데, 간간이 숨 트일만한 신을 만들어놓으며 극에 풍성함을 더한다. 반대로 이제 막 숨을 돌리려던 찰나 기습 전투 장면을 넣어 관객의 몸을 움츠러들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장치들은 극에 잔재미를 더한다. 전쟁영화에서 안 나오면 서운한 요소들을 적재적소에 녹여냈다는 것도 주목할만하다. 죽음과 희생이 난무하는 비극의 현장에서 군인들의 동료애는 더욱 짙어지기 마련. 언제 죽을지 모를 지옥 같은 전장에서 가족, 연인에 대한 기억을 나누는 장면은 감정선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하다.


밀덕 취향 저격 무비

밀덕, 밀리터리 덕후라면 주목하자. <댄저 클로즈: 롱탄 대전투>는 전투에서 호주군이 실제 사용됐던 무기를 그대로 재현해 사실감을 더한 영화이기도 하다. 눈 밝은 관객이라면 M16 소총, 오웬 기관기총, M60 기관총, L1A1 SLR 등을 발견할 수 있을 것. 실제 롱탄 전투에 사용됐던 군용 헬리콥터 UH-1 이로쿼이(휴이)가 등장하기도 한다.


해리 스미스를 연기한 트래비스 핌멜

밥 뷰익을 연기한 루크 브레이시

호주 버전 <밴드 오브 브라더스>? 배우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

니콜 키드먼, 휴 잭맨, 마고 로비, 크리스 헴스워스, 케이트 블란쳇… 할리우드 중심엔 능력 있는 호주 출신 배우들이 넘쳐난다. 그 뒤를 이을 새로운 얼굴을 <댄저 클로즈: 롱탄 대전투>에서 찾아봐도 좋을 것. 해리 스미스 소령을 연기한 트래비스 핌멜은 드라마 <바이킹스>와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을 통해 할리우드에 인지도를 높인 배우다. 밥 뷰익 병장을 연기한 루크 브레이시는 <포인트 브레이크> <핵소 고지> 등으로 할리우드에 얼굴을 알렸다. 그 외 잭 커비 준위를 연기한 알렉산더 잉글랜드 역시 <에일리언: 커버넌트> <갓 오브 이집트> 등에 출연했고, 최근엔 루피타 뇽과 함께 좀비 영화 <리틀 몬스터즈>에서 호흡을 맞추며 제 실력을 알린 배우. 통신병 모리스 스탠리 대위를 연기한 아론 글레네인은 호주에서 감독, 작가로도 활동하는 배우다.

노엘 그라임스를 연기한 니콜라스 해밀턴

폴 라지를 연기한 다니엘 웨버

이제 할리우드에 막 발을 들인 새싹 배우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할 것. 할리우드 대형 배우들의 신인 시절을 만날 수 있는 전쟁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같이, <댄저 클로즈: 롱탄 대전투>에서도 떡잎부터 훌륭한 호주의 신인 배우들의 활약을 만날 수 있다. 노엘 그라임스 이병을 연기한 니콜라스 해밀턴은 <캡틴 판타스틱> <다크타워: 희망의 탑> 등 할리우드에서 주목받은 인디영화와 대형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려온 배우. 최근 <그것>에선 악역 헨리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관객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폴 라지 이병을 연기한 다니엘 웨버는 미국의 인디 영화와 넷플릭스 작품에 주로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아가는 중. 마블 코믹스 히어로 드라마 <퍼니셔> 시즌 1에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는 군인, 루이스 윌슨을 연기한 배우가 바로 그다.


안 보면 후회할 엔딩크레딧

영화는 두 종류로 나뉜다. 엔딩크레딧에 신경을 쓴 영화와 안 쓴 영화. <댄저 클로즈: 롱탄 대전투>는 정성스러운 엔딩 크레딧으로 여운을 더한다. 우선 실존 인물과 그를 연기한 배우의 얼굴을 나란히 배치해둔 영상을 볼 수 있다. 해리 스미스 소령을 비롯해 전쟁에서 활약한 호주군 18명의 사진과 이름이 나열된다. 이어 전쟁 당시 촬영한 흑백 영상을 만날 수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볼거리를 챙기는 것과 동시에 실제 영상으로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제작진의 세심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론 롱탄 전투에서 전사한 군인들의 이름이 나열된다. ‘전투 중 목숨을 잃은 모든 분들에게 영화를 바친다’는 제작진의 진심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