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에 강동원, 이병헌, 김우빈이 등장하는 영화 <마스터>의 관객수가 지난 주말 7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포스터만 보면 이 영화가 남성 배우 톱3 영화처럼 보이지만 아무래도 여기에 한 명 더 등장했다면 어땠을까, 라고 생각하는 관객들도 있으리라 믿습니다. 배우 '진경'이 보여준 역할의 비중, 존재감, 연기력 등이 남자 배우들 못지않았기 때문이죠.
진경의 '마스터'
한국 최대 다단계 사기 조작 사건을 다룬 영화 <마스터>에서 진경이 맡은 역할은 '원네트워크 홍보이사' 김엄마입니다. 겉으론 그럴싸한 금융 조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깡패 조직에 지나지 않는 '원네트워크'의 우두머리 진회장(이병헌)의 오른팔 왼팔 중 '아무팔'을 맡고 있는 박장군(김우빈)에 비해서 진경이 연기하는 김엄마는 진회장의 신임도 얻고 있고, 또 조직의 가장 중요한 생명줄인 돈 관리도 맡고 있는 넘버투 캐릭터죠.
보통 할리우드 범죄 영화를 보더라도 이런 인물은 꼭 보스가 죽기 직전, 맨마지막에 죽습니다. 저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녀는 얼마나 많은 경쟁 마초들을 상대해야 했을 것이며, 또 얼마나 많은 진회장의 뒤치다꺼리를 해야만 했을까요. 겁도 많지만 일단 야심이 있는 여자입니다. 보통의 카리스마로는 어림도 없었겠죠. 그녀가 지독하면 더 지독할수록, 인물들이 얼마나 쓰레기 같은 존재인지가 부각됩니다. 아무튼 김엄마의 카리스마는 배우 진경의 몫이었습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그녀가 다른 영화에서는 어땠을까? <마스터>의 진경에 대한 호기심을 안고 필모그래피를 훑어보겠습니다.
진경은 누구인가
1972년생인 진경은 경상남도 창원 출생으로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스페인어과를 무려 전교 2등 성적으로 입학했던 영재였습니다. 그녀의 십대 시절에 관해서는 씨네21의 2013년 인터뷰 기사에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죠. 언니가 대학교에서 연극반 활동을 하는 걸 보고 자극받은 그녀는 한국외대에 입학했다가 나흘 만에 그만두고 동국대 연극영화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를 거쳐 본격적인 배우의 꿈을 꾸게 됩니다. 당시 부모님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인 결정이었죠.
본격적으로 진경이 연극판에서 경력을 시작할 당시 나이는 스물 아홉이었습니다. 배우의 길이 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연극만으로 생계 유지가 힘들 때는 연기 강사 생활도 하면서 버텼다고 합니다. 한채아, 임정은, 서영희, 유건 등의 배우들을 가르치기도 했다고 하죠. 극단 소속 없이 홀로 프리랜서 배우로 활동했던 그녀는 연극 <이(爾)>(2000), <날 보러와요>(2006), <돌아서서 떠나라>(2009) 등의 작품에서 활약했습니다.
연극과 더불어 드라마, 영화 등에서도 그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연극 무대의 연기와 완전히 달랐던 카메라 앞에서의 연기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요. 인지도는 드라마에서 조금 더 쌓였지만 90년대 말부터 시작해서 200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맡았던 역할은 대부분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조연 캐릭터였습니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 <음란서생>, <도마뱀>, <특별시 사람들>, <그녀들의 방>, <날아라 펭귄>, <달빛 길어올리기> 등 영화에서 그녀가 크레딧에 올린 역할은 대부분 이름도 없이 '아내', '여선생', '담임', '박선생', '피아노 선생님', '여과장' 등이었습니다. 이상하게 선생님 전문 조연 배우로 자리잡던 그녀가 이번엔 뭔가 다른 역할을 맡나 싶었던 영화가 <글러브>였는데 그땐 '선생 수녀' 역이었습니다.
진경의 '감시자들'
진경이 영화에서 '선생님' 다음으로 많이 맡았던 역할은 '아내'입니다. <부러진 화살>, <파파로티> 등의 영화에서 남자 배우들이 연기력을 뽐낼 때 그녀는 그저 '리액션'만 할 뿐이었죠.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역할'이란 걸 맡게 된 영화가 <감시자들>입니다. 현장에서 뛰는 경찰 감시반 팀원들을 진두지휘하면서 조금의 실수도 없도록 지시하는 브레인 역할이었죠. 모니터 앞에 서서 수사 시작을 알리는 "개장"을 우렁차게 외치던 그녀의 모습이 든든하게 버텨줬기에 정우성, 설경구, 한효주 등의 현장 캐릭터들이 중심을 잃지 않고 날개를 펼칠 수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두 천만 카메오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던 영화가 사실 몇 편 안 되지만, 이제 진경이란 배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베테랑>과 <암살>에서도 아주 잠깐 (역시 누군가의 '아내'로) 등장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녀의 캐릭터가 영화 전체의 '인상'을 담당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강직한 아내로 대변되는 시대의 정서, 혹은 캐릭터의 정서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요새 TV를 보면 진경을 모습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광고 때문이기도 하고, 얼마 전 종영한 <낭만닥터 김사부>의 간호부장 오명심 덕분이기도 하죠. 물론 지금도 진경의 출연작 가운데 대표 드라마라 할 수 있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지영을 기억하는 시청자도 많겠지만요.
<낭만닥터 김사부>의 오명심이란 인물은 지금 진경이 가장 잘 보여 줄 수 있는, 그리고 가장 대중이 원하는 캐릭터의 전형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캐릭터 소개에 보니 "뚝심 있고 의리도 있는데다 사명감까지 장착하셨다"고 되어 있군요.
자, 역시 드라마 엔딩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누가 드라마 맨마지막에 등장했나요? 바로 '김사부' 옆에 있던 '오명심'입니다. 이 드라마 전체의 정서와 그녀의 캐릭터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비록 역할은 주연이 아닐지라도 진경이 한 작품 안에서 담당하고 있는 역할은 아주 큽니다.
그녀가 앞으로 영화에서 보여줄 역할도 이제 더는 누군가의 '아내'나 누군가의 '선생' 정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멋진 배우로 경력을 쌓아나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가로등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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