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미팅, 랜선 연애, 랜선 여행, 랜선 집들이…. 랜선(LAN線)이라는 말을 앞에 붙인 말들을 생각나는 대로 써봤다. 랜선이라는 말을 어디에나 붙일 수 있는 시대다.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서 하던 거의 모든 일이 랜선을 통한 온라인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랜선 영화가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장르별로도 구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개봉한 <호스트: 접속금지>는 랜선 공포 영화다. <호스트: 접속금지>는 줌(ZOOM) 화상채팅 화면으로 이뤄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시대에 장르별, 소재별 랜선 영화를 찾아보자.
랜선 범죄 | <디스커넥트>(2012)
랜선 범죄라는 말보다는 사이버 범죄라는 말이 익숙하지만 포스트의 컨셉에 맞게 <디스커넥트>를 랜선 범죄 영화로 소개해본다. <디스커넥트>에는 지금도 번번이 일어나는 피싱 사기, 불법 성인 사이트의 문제 등 온라인을 통해 일어나는 범죄를 다룬다. <디스커넥트>의 기획 의도는 단순하다. <블랙 미러> 같은 TV시리즈의 기획 의도와 같다. 디지털 미디어 발전의 뒷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디스커넥트>가 영화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아니지만 10여 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소셜 미디어를 통한 사기 등 범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디스커넥트>는 여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 디스커넥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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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헨리 알렉스 루빈
출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제이슨 베이트먼, 폴라 패튼, 안드레아 라이즈보로
개봉 2013.11.07.
랜선 연애 | <10,000 Km>(2014)
랜선 연애를 다룬 작품은 지난 20세기부터 만들어졌다. PC통신을 소재로 내세운 전도연, 한석규 주연의 <접속>(1997)이나 톰 행크스와 멕 라이언 주연의 <유브 갓 메일>(1998)도 랜선 연애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21세기가 된 이후 미디어의 발전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졌고, 문자로 이뤄진 채팅이나 메일이 아닌 영상의 시대가 됐다. 영상 시대의 랜선 연애는 어떤 모습일까. 스페인 영화 <10,000 Km>는 바르셀로나에서 함께 살던 커플이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되면서 벌어진 이야기를 담았다. 제목은 바르셀로나와 로스앤젤레스 사이의 거리를 의미한다. 사진작가 알렉스(나탈리아 테나)가 로스앤젤리스에서 1년간 일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속칭 ‘롱디(long distance) 커플’이 된다. 두 사람은 스카이프 화상 통화를 통해 만나지만 끝내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말하자면 <10,000 Km>은 흔한 롱디 커플의 현실 연애 스토리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해가는 두 사람의 연애 온도를 보는 것이 <10,000 Km>의 관람 포인트다.
- 10,000 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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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카를로스 마르쿠즈-마르셋
출연 나탈리아 테나, 데이비드 베르다거
개봉 2015.07.16.
랜선 공포 | <언프렌디드: 친구삭제>(2014)
글의 서두에 언급한 <호스트: 접속금지>는 <언프렌디드: 친구삭제>에 빚을 지고 있는 영화다. 왜냐면 두 영화의 형식이 영상통화 화면을 캡처하는 방식으로 똑같기 때문이다. <호스트: 접속금지> 뿐만 아니라 존 조 주연의 영화 <서치>처럼 노트북이나 휴대전화 스크린 속 화면을 캡처하고 편집하는 형태의 영화는 모두 <언프렌디드: 친구삭제>에게 일정 부분 로열티를 내야 할지 모른다. 다만 <언프렌디드: 친구삭제> 역시 어떻게 보면 페이크 다큐멘터리, 푸티지(Footage) 장르의 공포 영화에서 진화한 형태다. 즉, <블레어 위치>(2016)나 <파라노말 액티비티>(2007)이 없었다면 <언프렌디드: 친구삭제>도 없었을지 모른다. 미디어 기술의 발전이 영화의 형식을 바꿔놓고 있다. 저예산 공포영화는 이런 기술의 변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새로운 랜선 공포영화의 출현을 기대해본다.
- 언프렌디드: 친구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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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레반 가브리아제
출연 쉘리 헨닝, 모세 제이콥 스톰, 윌 펠츠, 헤더 소서맨
개봉 2015.05.07.
랜선 먹방 | <아메리칸 셰프>(2014)
음식 관련 콘텐츠는 수없이 많다. OTT나 IPTV 등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볼 수 있는 수많은 다큐멘터리가 일종의 랜선 먹방 작품이 될 수 있다. <스시 장인: 지로의 꿈> 같은 작품이 떠오른다. 국내 영화로는 방랑식객이라고 불리는 임지호 셰프의 <밥정>도 있다. 물론 영화 속에 등장한 온갖 산해진미도 랜선 먹방의 범주에 속한다. 다만 이런 작품은 소셜 미디어 등을 직접적으로 소재로 삼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아메리칸 셰프>는 진정한 랜선 먹방 영화가 될 수 있다. 트위터 때문에 잘나가던 셰프에서 졸지에 푸드트럭 사장이 된 캐스퍼(존 파브로). 재기를 꿈꾸는 그는 동료 요리사(존 레귀자모), 아들 퍼시(엠제이 안소니)와 함께 마이애미부터 로스앤젤레스까지 푸드트럭 여행을 떠난다. 이 영화의 결말은 소셜 미디어의 순기능을 보여준다. 퍼시가 올린 트윗 덕분에 푸드트럭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가족은 다시 화목해지기 때문이다. 참고로, 존 파브로는 <아메리칸 셰프>에서 도움을 얻은 유명 푸드트럭 셰프 로이 최와 함께 넷플릭스에서 <더 셰프 쇼>를 제작하기도 했다.
- 아메리칸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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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존 파브로
출연 소피아 베르가라, 존 파브로, 엠제이 안소니, 스칼릿 조핸슨, 더스틴 호프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개봉 2015.01.07.
랜선 여행 | <라이언>(2017)
랜선 여행 영화는 어떤 것일까. 랜선 여행 영화를 검색하면 수많은 콘텐츠가 나온다. 주로 유명 도시나 관광지 등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통해 랜선 여행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멋진 풍경을 담은 영화는 KBS <걸어서 세계속으로>, EBS <세계테마기행> 못지않은, 어쩌면 더 좋은 가상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준다. 2021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석권한 <노매드랜드>도 그런 영화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다만 여기 소개하기 위해서는 좀 더 랜선이라는 소재에 접근했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구글 스트리트뷰로 미국을 횡단하는 유튜브 영상 같은 것 말이다. 그렇게 약간 어거지로 찾은 작품이 <라이언>이다. 이 영화는 휴가로서의 여행이라는 키워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집으로 가기 위한 여행이라고 한다면 말이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라이언>은 어렸을 때 길을 잃고 호주로 입양된 인도인 사루(데브 파텔)가 구글 어스를 통해 인도의 집을 찾아 돌아가는 이야기다. 해외 입양 관련 영화 가운데 <트윈스터즈>도 집으로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미국과 프랑스로 각각 입양된 일란성 쌍둥이가 우연히 페이스북을 통해 만나 한국을 방문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다.
- 라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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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가스 데이비스
출연 데브 파텔, 루니 마라, 니콜 키드먼, 데이비드 웬햄, 써니 파와르
개봉 2017.02.01.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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