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탄의 저주”라는 말도 있을 만큼, 전작의 아성을 이어받긴 커녕 시리즈에 먹칠을 했다는 속편이 부지기수다. 전편을 그대로 따라하면, 전편울 뛰어넘지 못하고 완전히 뒤바꾸면 복불복이 되어 버리는 속편의 아이러니를 이긴 작품이 몇이나 될까. 영화계에 한 획을 그었던 <죠스>(1978), <엑소시스트>(1975)의 속편도 결국은 2탄의 저주에 무릎 꿇고 말았다. 형보다 나은 아우, 1편보다 나은 2편은 없는 걸까. 오늘은 1편을 능가하는 속편 시리즈를 준비해 보았다. 누구나 알 법한 <엑스맨> 시리즈부터 DC의 재기를 가져다 줄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2021)까지. 걸출한 아우들을 모아보았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 <더 울버린>  ☞ <로건> 

“이 엔딩을 보려고 그렇게도 기다렸나보다”
<로건>(2017)

<울버린> 트릴로지의 마지막 장, <로건>은 히어로의 마지막을 보여주는 가장 아름답고, 장엄한 마무리라는 평을 받을 만큼 작품성과 스토리텔링이 뛰어나다. 이동진 평론가는 10점 만점에 8점을 주며, “<울버린> 시리즈 전체에 대한 느낌까지 완전히 바꿔버린 장중하고 멋진 마무리. (진작에, 쫌!)”이라는 평을 남기며 <로건>이 얼마나 뛰어난 엔딩을 선보였는지, 또 앞선 두 작품이 얼마나 아쉬웠는지에 대해 단적으로 드러냈다. <로건>은 영웅이라 불리던 이가 사실은 인간이었음을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 아닐까. 

(왼쪽부터)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 <더 울버린>(2013)

<엑스맨 탄생: 울버린>이 처음 등장했을 땐, 이와 같은 마무리가 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엑스맨> 시리즈에서 언뜻 비춰졌던 울버린의 과거가 명확하게 풀어지는, 부가적인 스토리였기에 이야기의 볼륨이 크지 않았다. 굳이 한 줄로 평하자면, ‘구태여 말하는’ 느낌에 가까웠다. 울버린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지만 울버린의 매력이 그다지 돋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결함. 2편 <더 울버린>은 북미에서 전편보다 훨씬 좋은 평을 받았으나 억지스러운 로맨스 전개 삽입과 그로 인한 다소 난잡한 개연성에 대한 지적은 피해갈 수 없었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

감독 개빈 후드

출연 휴 잭맨

개봉 2009.04.30.

상세보기
더 울버린

감독 제임스 맨골드

출연 휴 잭맨

개봉 2013.07.25.

상세보기
로건

감독 제임스 맨골드

출연 휴 잭맨

개봉 2017.03.01.

상세보기

<수어사이드 스쿼드> ☞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이제 괜찮다, 내가 왔다!”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

“나쁜놈들이 세상을 구한다!”라는 도발적인 멘트와 함께 등장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그 당당함과 포부와는 달리 적당함이라는 한계를 넘지 못하고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악당들이 주인공인 만큼, 대중들은 섹시하고 도발적이며 아슬아슬한 영화를 기대했지만, 막상 등장한 건 적당히 나쁘고 이상하게 착한 얄팍한 캐릭터들이었다. 결국 건진 건 할리퀸 하나라는 씁쓸한 평을 남긴 채,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다시는 뭉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2021)

그리고 5년이 지난 2021년,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완전히 새로운 얘기로 돌아왔다. 그것도 제임스 건과 함께. 이번 작품은 세계관은 공유하고 있으나, 완전히 새롭게 시리즈를 런칭한다. 이 영화로 다시금 시리즈가 시작될 예정이기에 전편을 보지 않아도 무방하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제임스 건의 놀이터였다. 온갖 선 넘는(!) 드립과 난장판에 영화가 휘몰아친다고 느껴질 정도다. 이번엔 적당하지 않다. 미쳐버린 악당들답게 광기 어린 액션을 선보인다. 머리통이 날아가는 건 기본이고 몸이 두 동강 나버린다. 그렇게 미친 캐릭터들의 유혈 낭자한 액션이 스크린을 채우는 와중에도 스토리는 무너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이제 괜찮다, 내가 왔다!”를 손수 보여준 케이스.

수어사이드 스쿼드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

출연 마고 로비, 윌 스미스, 자레드 레토, 카라 델레바인, 제이 코트니

개봉 2016.08.03.

상세보기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감독 제임스 건

출연 마고 로비, 이드리스 엘바, 존 시나, 조엘 킨나만, 실베스터 스탤론, 비올라 데이비스

개봉 2021.08.04.

상세보기

<토르: 천둥의 신>, <토르: 다크 월드> ☞ <토르: 라그나로크>

“미간을 폈더니, 구겨졌던 평가도 펴졌다”
(왼쪽부터) <토르: 천둥의 신>(2011), <토르: 다크 월드>(2013)

이번에도 히어로 영화다. MCU 영화 가운데 가장 평가가 안 좋았던 시리즈라는 오명을 썼던 <토르> 실사 영화 시리즈는 이제 MCU 영화 가운데 유일하게 4편까지 개봉 확정된 솔로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1편 <토르: 천둥의 신>은 러닝타임 전체가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설명 수준일 만큼 기승전결에서 ‘기’만 존재했다. 1인자와 2인자의 왕권 다툼, 와중에 성장하는 주인공과 빠질 수 없는 연애담까지 넣다 보니 이야기에 뼈만 있고 살은 없다. 한 편의 영화로서 오롯이 서지 못했다. 2편 <토르: 다크 월드>는 전작보다 나아졌지만 여전히 아쉽다는 평이 주였다. 로키(톰 히들스턴)의 입체적인 캐릭터성이 그나마 영화의 매력도를 높인다.

<토르: 라그나로크>(2017)

웅장하고 진지하지도, 그렇다고 개그감이 있지도 않았던 <토르> 시리즈가 3편,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완전히 노선을 정했다. 토르는 엄숙했던 표정을 풀고 위엄을 내려놓았다. 대신, 신의 권능을 액션으로 완벽하게 보여주길 택했다. 묵직한 타격감과 적재적소에서 등장하는 번개 액션은 전편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며, 스토리 역시 더욱 짜임새 있게 구축됐다. 입장에 따라선 비극적으로 끝난 결말까지 적절했다는 게 주요한 평이다.

토르: 천둥의 신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나탈리 포트만, 톰 히들스턴, 안소니 홉킨스, 스텔란 스카스가드, 캣 데닝스

개봉 2011.04.28.

상세보기
토르: 다크 월드

감독 앨런 테일러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나탈리 포트만, 톰 히들스턴, 안소니 홉킨스, 크리스토퍼 에클리스턴, 이드리스 엘바

개봉 2013.10.30.

상세보기
토르: 라그나로크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톰 히들스턴, 케이트 블란쳇, 마크 러팔로

개봉 2017.10.25.

상세보기
토르: 러브 앤 썬더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테사 톰슨, 나탈리 포트만, 크리스찬 베일, 크리스 프랫

개봉 미개봉

상세보기

4. <위자> ☞ <위자: 저주의 시작> 

“로튼토마토 6% 영화가 속편이 나온다고?
그런데 그게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위자>(2014)

과연 속편이 나올까 싶을 정도로 흥행과 평가 모두 처참한 성적을 받았던 영화가 환골탈태 해서 등장한 경우가 바로 <위자>다. 공포영화 <위자>는 로튼토마토 6%라는, 다른 의미로 놀라운 성적을 받았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위자를 하던 한 고등학생이 자살하자, 그와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위자를 통해 다시 강령술을 벌이는 고등학생들의 얘기다. 벌써 머리에 물음표가 뜬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내내 도무지 알 수 없는 선택들을 하며 관객들의 머리에 물음표를 띄운다. ‘왜 그렇게 해?’, ‘왜 그런 선택을 해?’의 반복 끝에 도달한 결말은 억지스럽다. 억지로 이어나가는 그들의 행동은 짜증스럽기까지 하다. 당연히 이 영화의 속편은 조금도 염두하고 있지 않았다.

<위자: 저주의 시작>(2016)

그런데 2016년, <위자: 저주의 시작>이라는 이름으로 <위자>의 프리퀄이 나왔다. ‘이번에도 별로겠지’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위자: 저주의 시작>은 로튼토마토 신선도지수 82%를 기록했다. 영화는 새로울 것 없는 위자라는 소재를 참신하게 풀어나가기보다 기본에 충실하길 택했다. <위자>에서 등장했던 악령의 탄생기를 보여주고 있는 <위자: 저주의 시작>은 구태여 설명하기보다 빠르게 전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매섭고 능숙하게 관객들을 공포로 이끌어 간다. 이는 감독 마이크 플래너건의 힘이다. <오큘러스>(2014), <썸니아>(2016) 등 호러 문법에 능숙한 마이크 플래너건은 관객들을 상대로 완벽한 완급 조절을 하며 처참하게 망한 1편을 만회했다.

위자

감독 스틸즈 화이트

출연 올리비아 쿡, 아나 코토, 다렌 카가소프, 린 샤예

개봉 2015.04.16.

상세보기
위자 : 저주의 시작

감독 마이크 플래너건

출연 헨리 토마스, 엘리자베스 리저, 애너리즈 바쏘, 룰루 윌슨

개봉 2016.11.09.

상세보기

<터미네이터> ☞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

“이 구역의 끝판왕(!)이었지만…”
<터미네이터>(1984)

전편 보다 나은 속편 이야기를 할 때 결코 빠지지 않는 시리즈가 바로 <터미네이터>다. B급 저예산 호러 영화로 분류되었던 1편은 터미네이터(아놀드 슈워제너거)란 새로운 존재가 주는 공포를 완벽하게 표현해내며 당시 관객들을 충격에 밀어 넣었다. 가죽이 벗겨져 기계의 모습이 비치는 미지의 존재가, 죽지 않고 끊임없이 주인공을 추격하는 과정은 당시로선 굉장히 충격적인 연출이었다. 저예산으로 인해 다소 부자연스러운 모션과 조악한 특수효과를 사용해야 했지만 제임스 카메론은 이를 터미네이터가 가진 비인간적인 공포로 치환하여 연출했다. 모두가 그의 도전을 꺼리며 의구심을 표했지만 그는 스스로의 능력을 <터미네이터>를 통해 입증해 보였고 이는 세기의 영화, <터미네이터 2: 오리지널>(개봉 당시 제목은 <터미네이터 2>, 원제는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Terminator 2: Judgment Day))로 가는 발판이 된다.

<터미네이터 2: 오리지널>(1991)

성공한 1편의 속편을 만든다는 건, 망한 1편의 속편을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온갖 사람들의 추측과 기대가 난무하는 가운데 뚝심을 갖고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며, 전편보다 더 발전한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1편의 흥행이 결코 운이 아니었음을, 자신의 역량은 여기가 끝이 아님을 <터미네이터 2: 오리지널>을 통해 입증했다. 그는 저예산이며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없었던 1편에서 할 수 없었던 CG를 마음껏 선보이며 영화에서 CG가 얼마나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를 영화판에 알렸다. B급 저예산으로 시작했던 영화가 제작비 1억 200만 달러의 속편을 내놓은, 전례 없이 파격적인 투자였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2019)

잘 된 시리즈엔 자본이 붙는다. 2편은 1편을 완벽하게 마무리 지었지만, 터미네이터라는 황금알을 놓칠리 없었다. 결국 <터미네이터 3: 라이즈 오브 더 머신>(2003),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2009), <터미네이터 제니시스>(2015)가 줄줄이 제작되고, 시리즈는 참담하게 마무리 되는 듯 했다. 결국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2019년 공식적인 후속작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제작에 참여해 직접 시리즈를 마무리 짓고자 했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사라 코너를 전면에 세우며 젠더 전복을 꾀했다. 여성이 쓰는 영웅서사를 통해 시대의 흐름에 맞춰 <터미네이터> 시리즈 역시 변했음을 드러냈다. 완전히 여성 중심 서사로 변한 <터미네이터>의 공식 후속작에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렸다. 

터미네이터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아놀드 슈왈제네거, 마이클 빈, 린다 해밀턴, 랜스 헨릭슨

개봉 1984.12.22.

상세보기
터미네이터 2:오리지널

감독 제임스 카메론

출연 아놀드 슈왈제네거

개봉 1991.07.06. / 2019.10.24. 재개봉

상세보기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감독 팀 밀러

출연 맥켄지 데이비스, 아놀드 슈왈제네거, 린다 해밀턴, 나탈리아 레이즈, 가브리엘 루나

개봉 2019.10.30.

상세보기

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김명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