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일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이 개봉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로 다양한 캐릭터를 독특하고 재치 있게 조합하는 능력을 마음껏 뽐낸 제임스 건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여러 캐릭터의 매력을 과시하며 관객들을 환호케 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선 그가 상업영화계에 진입한 후 한동안 억제했던 고어까지 곁들여 B급친화적인 자신의 취향까지 여과 없이 드러냈다. 하지만 이조차도 그의 초기 작품들에 비하면 여전히 순한 맛이라는데, 제임스 건의 초기 작품들을 통해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보자.
-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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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제임스 건
출연 마고 로비, 이드리스 엘바, 존 시나, 조엘 킨나만, 실베스터 스탤론, 비올라 데이비스
개봉 2021.08.04.
연출작 리스트
트로미오와 줄리엣 (1996)
제임스 건이 '트로마 엔터테인먼트'의 핵심 인물 로이드 카우프만과 함께 연출한 작품. 각본 또한 두 사람이 함께 썼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본인들 입맛대로 각색했다. B급 영화의 대명사 트로마의 작품답게 일반적인 패러디 영화를 상상한다면 큰 오산이다. 얼마나 제멋대로인가 하면 트로미오와 줄리엣 모두 성욕이 왕성해서 눈만 맞았다 하면 바로 잠자리로 직행하는 게 예삿일일 정도. 정신 나간 전개나 캐릭터에 비해 트로미오와 줄리엣이 나누는 대화는 셰익스피어의 원작에서 많이 따왔는데, 제임스 건이 90년대 초 제작이 무산된 각본에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넣고 여러 군데 손본 결과다. 그래서 그가 공동 연출로도 발탁된 듯. 요즘도 제임스 건 영화에 꼭 나오는 동생 숀 건도 이 영화에 출연했다.
- 트로미오와 줄리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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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로이드 카우프만, 제임스 건
출연 제인 젠슨, 윌 키넌
개봉 미개봉
슬리더 (2006)
제임스 건이 홀로 연출에 앉은 첫 장편 영화 <슬리더>. <트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10년간 여러 상업 영화의 각본을 집필하다가 유니버설 스튜디오 배급작 연출까지 맡게 됐다. 사람을 감염시켜 조종하는 외계 생명체의 침공을 그린 영화로, 영화 전반에 과거 B급 SF, 공포 영화의 괴랄함이 묻어있다. 초반은 괴상한 생명체에 감염된 살인마의 탄생처럼 전개되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생명체의 증식으로 마을 하나가 점령되는 좀비물 같은 스타일로 탈바꿈한다. 어떤 장르를 갖다 붙여도 웃음이 터지는 상황이나 대사를 빚는 제임스 건답게 컬트 영화를 사랑한다면 키득거릴 만한, 반대로 일반 대중이라면 징그럽고 괴기한 장면에 눈살을 찌푸릴 만한 영화다. 지금은 영화보다 영화 속 카일리(타니아 솔니어)의 발 장면이 더 유명한데, 그것만 보고 '그런' 영화인 줄 알고 도전했다가 '이런' 영화여서 당황한 사람도 많다고.
슈퍼 (2010)
제임스 건이 연출한 첫 히어로 영화(각본은 <스페셜스>라는 작품을 쓴 바 있다). 초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 영화는 아니고, 서민적이다 못해 지질한 한 남자가 자경단을 자처하는 '보통'히어로 영화다. 드라마 <오피스>의 드와이트로 유명한 레인 윌슨이 '크림슨 볼트' 프랭크 다보를 연기한다. 프랭크가 히어로 활동을 하는 과정은 웃기지만, 동시에 힘이 없는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일어나는 참사를 묘사하기 때문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블랙코미디. 물론 제임스 건답게 유혈이 낭자하는 장면들이 중반부터 줄이어 등장한다. 제임스 건이 탄생시킨 히어로 영화라서 그가 바라보는 '히어로'라는 관념이나 신념은 있으나 힘없는 자의 설움이 영화의 정서를 지배한다. 지금은 성전환으로 남자가 된 엘리엇 페이지의 광기 어린 연기도 관전 포인트.
- 슈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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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제임스 건
출연 레인 윌슨, 엘리엇 페이지, 리브 타일러, 케빈 베이컨, 마이클 루커
개봉 미개봉
무비 43 중 <비즐> 에피소드 (2013)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로 MCU에 입성하기 전, 마지막 제임스 건의 영화는 <무비 43>이다. 여러 감독들이 참여한 옴니버스 코미디 영화에서 제임스 건이 맡은 부분은 <미국인이 사랑하는 고양이 비즐>.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이 단편은 주인을 사랑하는 수컷 고양이(!)가 주인공이다. 실사 영화들에 비하면 잔인한 수위는 낮은데, 반대로 비즐의 징그러운 행동들 때문에 오히려 비위가 약한 사람은 조심해야 할 단편이다. 고삐 풀린 영화에 참여한 고삐 풀린 제임스 건의 어마무시한 상상력이 두려워질 정도.
- 무비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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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엘리자베스 뱅크스, 스티븐 브릴, 스티브 카, 제임스 더피, 그리핀 던, 피터 패럴리, 패트릭 포스버그, 제임스 건, 밥 오덴커크, 브렛 래트너
출연 휴 잭맨, 엠마 스톤, 제라드 버틀러, 케이트 윈슬렛, 리차드 기어, 나오미 왓츠, 저스틴 롱, 클로이 모레츠, 할리 베리, 애덤 카글리, 크리스틴 벨, 조니 녹스빌, 우마 서먼
개봉 2014.01.30.
더 벨코 익스페리먼트 (각본)
연출보다 각본으로 먼저 영화계에서 주목받은 제임스 건은 <새벽의 저주>, <스쿠비 두> 시리즈 등 다양한 영화 각본에 참여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그의 색이 잘 묻어있다고 할 만한 작품은 <더 벨코 익스페리먼트>가 아닐까. <더 벨코 익스페리먼트>는 기업 벨코가 사원들을 모아 갑자기 서로를 죽여야만 살 수 있는 서바이벌을 열고, 회사에 갇힌 사원들이 생존게임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흔히 말하는 '배틀 로얄' 유의 스토리를 회사라는 일상적인 공간과 접목시켰다. 장르, 각본가를 보면 알 수 있듯 폭력 수위가 높아 R등급을 받았다. 제임스 건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들만큼 좋은 평을 받지 못했고, 지금도 그의 작품 중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그가 각본과 제작이란 핵심 역할을 맡은 작품이니 한 번쯤 짚어본다.
나름 연기도 했던 제임스 건
제임스 건의 필모그래피 중 유독 특이한 영화를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영화 <롤리러브>는 제임스 건이 각본이나 제작, 연출 같은 작품의 핵심 역할을 맡진 않았다. 대신 그가 주연으로 출연했다. 노숙자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부부 중 남편 제임스를 연기했다. 주인공이란 자리가 부담스러웠을 법한데, 당시 아내였던 제나 피셔가 연출과 각본, 부인 젠나 역까지 맡은 모큐멘터리라서 흔쾌히 하지 않았을까 싶다. 제나 피셔는 <오피스>의 팸으로 유명한 배우인데 두 사람은 <롤리러브> 외에도 <더 스페셜스>와 <슬리더>에서 함께 했다. 사실 비중을 따지지 않는다면 제임스 건은 영화에 얼굴을 비추는 걸 좋아하는 감독이다. <슬리더>와 <슈퍼> 모두 직접 출연했고 트로마 시절에도 <톡식 어벤져 4>에 출연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도 카메오로 나왔으니 나름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즐기는 듯하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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