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트랜스포머>가 처음 선보인 지 10년 만인 올해, 벌써 다섯 번째 작품인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변신로봇물의 성공적인 할리우드 안착이란 긍정적인 반응과 달리 후속편이 이어질수록 평가는 나빠져만 가는데, 스펙터클한 비주얼에 비해 빈약한 스토리와 갈수록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러닝타임이 이런 악평을 부추긴 듯하다. 제작진도 이를 의식했는지 최악의 속편들을 양산(?)하던 각본가 에런 크루거를 교체하고, 오스카 각본상에 빛나는 아키바 골드먼을 영입해 <트랜스포머>의 전체적인 세계관을 다시 매만지며 시리즈를 새롭게 재정비한다.


트랜스포머 세계관의 확장을 꿈꾸는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잘나가는 마블을 앞세운 디즈니나 DC의 워너, 마블의 판권을 일부 가지고 있는 20세기 폭스, 그리고 유니버셜까지 다크 유니버스를 발표하며 자신들만의 프랜차이즈 세계관에 공들이고 있기에, 이에 자극받은 파라마운트 역시 이번 <트랜스포머>부터 독자적인 유니버스를 구축하며 본격적인 세계관 확장에 나선다. 2018년 여름에 헤일리 스테인펠드가 주연으로 나선 스핀 오프 <범블비>를 준비 중이며, 순차적으로 2019년 개봉될 6편을 비롯해 12개의 '트랜스포머 시네마틱 유니버스영화들을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미 언급한 아키바 골드먼을 비롯한 여러 작가들을 규합해 라이터스 룸을 꾸려 다양한 아이템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마이클 베이

감독인 마이클 베이는 이번 <최후의 기사>를 끝으로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만큼(사실 3편 찍을 때부터 베이는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란 소릴 했었다. 과연...?), 시리즈 사상 역대 최고 제작비인 26천만 불을 투입하고, 상당 부분을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하는 등 규모와 연출적인 부분에서 심혈을 기울였다. 또한 무게를 잡아줄 안소니 홉킨즈 경의 출연과 오리지널 삼부작에 등장했던 조쉬 더하멜, 존 터투로 등이 컴백하고, 스퀵스와 코그맨, 핫로드 등 새로운 로봇 캐릭터들의 등장과 그간 가려져 있던 트랜스포머의 창조주인 쿠인테슨이 드디어 모습을 비춘다는 소문도 도는 등 전편들과도 차별점을 꾀하고 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또 다른 주인공, 스티브 자브론스키
스티브 자브론스키

그럼에도 변함없이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지키는 건 감독인 마이클 베이도, 제작자인 스티븐 스필버그도, 옵티머스 프라임과 범블비도 아닌, 음악을 맡은 스티브 자브론스키다. 그는 지난 십 년간 다섯 편의 트랜스포머 시리즈와 함께하며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발휘해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97년 한스 짐머와 제이 리프킨이 세운 미디어 벤처’에 인턴으로 들어간 그는 이후 한스 짐머와 해리 글렉슨 윌리엄스, 트레버 라빈 등의 작곡가 밑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하며 경력을 쌓기 시작해, 2003년 마이클 베이가 설립한 공포영화 제작사 플래티넘 듄스의 창립작인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으로 정식 데뷔했다.

스티브 자브론스키

데뷔 초기 자브론스키는 장르와 국적, 미디어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업들을 소화해냈는데, TV 시리즈 <위기의 주부들> 음악을 오랜 기간(2004년부터 2012년까지) 담당했고, 게임 <기어즈 오브 워> 시리즈와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 음악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또 <아키라>로 유명한 오토모 가츠히로의 장편 애니메이션 <스팀보이>에서 특유의 스펙터클한 사운드를 잘 활용해냈으며, 심형래 감독의 논란(?)의 블록버스터 <디 워>의 음악을 맡아 무려 <아리랑>을 짐머레스크 스타일로 장엄하게 편곡해 엔드 크레딧에 선보여 국내 영화 관객들에게 임팩트를 안겨줬다. 그의 참여를 영구아트무비 직원들도 믿지 못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짐머레스크를 충실히 계승한 마이클 베이의 음악적 파트너

무엇보다 스티브 자브론스키는 마이클 베이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데, 베이가 제작한 플래티넘 듄스의 초반 호러 영화 음악들을 거의 섭렵하다시피 했고(그런 이유로 <13일의 금요일>과 <나이트메어>,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 <아미타빌 호러> 시리즈 음악을 모두 경험한 유일한 작곡가가 되었다!), 2005년 <아일랜드>를 시작으로 트랜스포머 시리즈 다섯 편과 <페인 앤 게인> 등 마이클 베이의 영화 7편에서 음악을 도맡았다. 화려하고 스펙터클한 베이의 영상을 탁월하게 뒷받침해주는 자브론스키의 감각적인 스코어는 짐머레스크의 극단이라 할 만큼 강렬하고 인상적인 게 특징이다.

그의 스코어는 웅장하고 압도적인 신디 오케스트라를 기본으로, 여기에 비트감 넘치는 퍼커션과 감동을 자아내는 코러스, 로킹한 일렉 사운드가 결합돼 호쾌하면서도 장엄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이는 내재된 심리나 감정을 전달하기보단 표피적인 이미지를 풍성하게 담아내는 데 효과적이다. 거기에 단선적이지만 귀에 쏙 들어오는 테마와 특유의 스피디한 리듬감으로 화면에 최적화된 동기화를 이끌어낸다. 그런 의미에서 자브론스키의 음악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그리고 스펙터클한 대작 영화들에 무엇보다 잘 어울린다. 이를 간파한 건 한스 짐머와 마이클 베이였고,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가장 극대화되었다.

<배틀 쉽>, <엔더스 게임>

묵중하고 거대한 금속성의 외계 생명체 오토봇과 디셉티콘을 신시사이저와 일렉 사운드로 묘사하는 한편, 유구한 그들의 역사를 서사적인 관현악 사운드로 손쉽게 전달하고, 미군의 등장에 맞춰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영웅적인 선율을 깔아주는 자브론스키의 음악은 지극히 원초적이고 자극적이지만, 그 효과는 매우 강력해서 영상에 몰입하게 만든다. 다만 다른 작품들과 변별점을 가지지 못한 채 획일화된 인상과 익숙한 기시감을 남긴다. 그런 이유로 자브론스키는 누아르였던 <갱스터 스쿼드>나 어드벤처 코미디 <유어 하이니스> 등으로 변신을 시도했지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다시 <배틀 쉽>이나 <엔더스 게임> 같은 자신의 장기로 돌아왔다.


대중적 인기를 누린 <트랜스포머>의 사운드트랙들
린킨 파크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자브론스키의 스코어만큼이나 존재감을 내뿜었던 건 린킨 파크를 필두로 스매싱 펌킨스, 더 유즈드, 그린 데이나 테이킹 백 선데이, 더 프레이, 니켈백, 스테인드, 구구돌스, 후바스탱크 등 놀랄 만한 실력파 록/메탈 밴드들을 깡그리 다 긁어모은 컴필레이션 사운드트랙 앨범이다. 특히나 린킨 파크는 트랜스포머의 얼굴마담이라 할 정도로 1~3편까지 모든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했다. 발매만 됐다 하면 빌보드 200 차트 수위권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지만, 젊은 세대를 대변했던 샤이아 라보프 대신 아재 마크 왈버그가 발탁되며 시리즈를 쇄신한 4편부터는 컴필레이션 앨범을 따로 들을 수 없게 됐다.

<트랜스 포머: 패자의 역습> <트랜스포머 3>

스티브 자브론스키의 트랜스포머 스코어 앨범도 영화음악팬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고 인기를 얻었지만 발매에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1편은 영화 개봉이 한참 지난 10월에서야 팬들의 청원에 못 이겨 잠깐 발매됐다 금세 절판됐고(그마저도 모든 곡을 수록하지 않고 영화 버전과 다른 곡들이 실려 원성을 자아냈다), 3편은 CD 발매를 앞두고 취소돼 디지털 음원으로만 아이튠스에서 공개됐으나 1만5000개가 팔리고 재사용비 문제로 절판되었다. 4편은 아예 라라랜드 레코드에서 3000장 한정판으로만 공개되었고, 역시 순식간에 완판됐다. 따라서 현재 시중에서 접할 수 있는 트랜스포머의 스코어 앨범은 라이센스판으로 공개됐던 2편뿐이다.


5편의 사운드트랙은 아직...

이번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의 사운드트랙 발매에 대해선 스코어고 컴필레이션이고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이 없다. 하지만 꾸준히 스티브 자브론스키의 스코어에 대한 팬들의 요구가 있어왔기에 개봉 이후에라도 어떤 방식이 됐든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마이클 베이가 떠나는 트랜스포머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스티브 자브론스키가 계속 남아 음악을 담당할지 궁금증이 드는데, 그 힌트는 오는 20186월에 개봉될 트래비스 나이트 감독의 스핀오프 <범블비>에서 엿볼 수 있을 듯하다.


사운드트랙스 / 영화음악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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