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현대인들은 곧잘 나만의 카페를 꿈꿉니다. 왜 그럴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그중 하나는 카페라는 단어가 주는 아늑함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커피 한 잔만으로도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상징적인 장소가 바로 카페니까요.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는 꿈은 불확실한 미래로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비교적 실현 가능한 일을 도모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타이페이에 살고 있는 주인공 두얼(계륜미)은 동생 창얼(임진희)과 함께 누구나 꿈꿀 법한 예쁜 카페를 오픈했습니다. 이곳에는 맛 좋은 커피는 기본이고 두얼이 정성껏 만든 쿠키, 치즈 케이크, 브라우니, 초콜릿 에클레어, 티라미수까지 모두 준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의 카페가 그렇듯 개업 첫날만 사람들로 북적일 뿐 손님들의 발길은 뜸하기만 하죠.

손님을 기다리며 무료하게 아코디언을 연주하거나 목마를 끌면서 카페 안을 돌아다녀보기도 하지만 카페는 손님 대신 개업 첫날 받은 축하 선물과 쓸모없는 잡동사니로만 가득합니다. 물건이 많으니 카페 안이 어수선해 보이지만 선물로 받은 것이라 쉽게 버리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기대하세요. 곧 손님이 가득한 유명 카페로 변신할 테니까요.

며칠이 지나고 카페를 찾은 손님 중 하나가 창얼이 선물 받은 태국 요리책을 사고 싶다는 얘길 해옵니다. 동생은 그 물건을 누군가에게 팔 생각이 전혀 없었던 터라 교환만이 가능하다고 말하죠. 결국 손님은 카페 하수구를 고쳐주는 대가로 태국 요리책을 가져가고, 이를 계기로 두얼의 카페에서는 물물교환이 시작됩니다.

생각해보면 물물교환이란 참 재미있는 거래 방식입니다. 화폐 가치로 판단할 수 없으니 명확한 거래의 기준도 있을 리 없죠. 영화가 가장 얘기하고 싶은 건 이 부분인 듯합니다. 나에게 가치 있는 것과 남에게 가치 있는 것은 같을 수 없다는 사실! 누군가에게 소중한 물건이 다른 사람에겐 하찮아 보일 수 있고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있으니까요.

하나의 물건 안에는 돈으로 절대 책정할 수 없는 심리적 가치도 내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두얼의 카페에서는 꼭 물건 대 물건으로 교환이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자신만이 갖고 있는 이야기나 노래도 물건과 바꿀 수 있습니다. 이런 아이디어 덕분에 카페를 찾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두얼의 카페는 타이페이의 명소로 자리를 잡습니다.

영화는 35개의 비누를 든 남자가 찾아오면서 화제의 전환을 시도합니다. 비누와 바꿀 물건을 찾지 못해 난감해하던 남자는 비누에 얽힌 각각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듣던 두얼도 점차 그가 들려주는 35개의 비누와 그것들에 얽힌 35개 도시의 이야기에 매료됩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모두 끝낸 그는 마음이 변했다며 비누를 모두 들고 떠나고 그 이야기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던 두얼은 허전한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제 그녀는 남자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닌 자신만의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 나서기로 합니다.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36번째 이야기라는 원제목처럼 35가지 이야기와 그가 떠난 뒤 자신만의 36번째 이야기를 찾아 나서는 두얼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녀는 물물교환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가 얼마나 소중하고 큰 힘을 가지는지를 알게 되거든요. 영화를 보고 나면 내게 가장 가치 있는 물건, 혹은 일은 뭘까?라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 가치가 머무는 곳에는 분명 나만의 이야기가 있을 테니까요.


영화 속 메뉴 따라하기

카페 오픈을 준비하는 두얼이 가장 많이 해보는 건 메뉴의 맛을 테스트하는 것입니다. 테스트에 동참하는 주변 지인들은 고개를 갸웃하기도 하고, 웃으며 끄덕이기도 하죠. 에클레어와 티라미수, 커피 등 다양한 메뉴가 등장하지만 제 눈에 쏙 들어온 건 넓은 팬에 진한 초콜릿 반죽을 붓고 군데군데 견과류를 뿌리는 장면이었어요. 이것은 브라우니를 만드는 과정이었죠. 반죽을 섞어서 굽기만 하면 되는 간편한 레시피라 초보자도 쉽게 만들 수 있답니다.

브라우니

▶ 재료
무염버터 110g, 설탕 90g, 달걀 11/2, 박력분 90g, 다크 커버추어 초콜릿 120g, 코코아 파우더 15g, 각종 견과류(호두, 마카다미아, 헤이즐넛, 피스타치오 등) 50g

▶ 만들기 
1. 볼에 실온에 둬 부드러워진 무염버터와 설탕을 넣고 거품기로 잘 섞는다.
2. 1의 볼에 달걀 푼 것을 두 번에 나눠 넣으며 섞는다.
3. 다크초콜릿은 용기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넣고 30초가량 가열해 녹인다.
4. 초콜릿이 녹아 액체 상태가 되면 2의 반죽에 넣고 섞는다.
5. 박력분과 코코아 파우더를 체에 내린 뒤 4의 반죽에 넣고 주걱으로 골고루 섞는다.
6. 높이가 있는 오븐용 사각 틀에 유산지를 깐 뒤 반죽을 70% 높이까지 채워 담고 견과류를 뿌린다.
7. 브라우니 반죽을 170도로 예열한 오븐에 15~20분가량 구워 완성한다.


파란달 /  요리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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