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영화 속, 특히 SF영화 속에는 많은 과학적인 현상들이 그려진다. 그중에는 터무니없는 것도 있고 아주 현실적인 것도 있으며, 때로는 미래를 예견한 것처럼 딱 들어맞은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소개와 설명이 이뤄져 왔다. 어떤 것이 진짜 과학인지, 어떤 것이 상상인지, 어떤 것이 아예 잘못된 것인지.

하지만, 영화 속에서의 과학적인 느낌은 실제 과학적 적합성보다는 인상으로 각인되기 마련이다. 과학자의 눈으로 평가하지 않는 한, 설사 엄밀한 의미에서 옳지 않더라도 매력적이고 멋진 장면들은 그 자체로 강렬한 과학적 생명력을 갖는다. 그런 빛나는 몇몇 장면들을 찾아보자.


<스타워즈>의 데스 스타

제국군의 절대무기. 행성 전체를 파괴해 버리는 학살자이자 악의 상징. 이 가공할 무기가 어째서 과학적으로 빛나는 장면일까? 윤리적인 문제를 논외로 한다면, 인위적인 천체의 건설은 과학기술 문명이 추구하는 가장 고급스러운 이상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과학적 지식과 기술적 수준은 그야말로 우주적이다.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은 "매우 발달한 기술 문명은 자신들의 항성계 전체를 막으로 둘러싸 외부로 새어 나가는 항성의 에너지를 재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런 류의 천체 엔지니어링이 드러내는 과학적 성취는 그 자체로서 광휘를 발한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감독 가렛 에드워즈

출연 펠리시티 존스, 디에고 루나, 매즈 미켈슨, 리즈 아메드, 포레스트 휘태커, 견자단, 강문

개봉 201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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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의 트랜스포터 빔

물질을 정보와 에너지로 변환한 뒤 빛으로 만들어 광속으로 전송하고 그것을 다시 물질로 재변환시키는 트랜스포터 빔 기술. 그 자체로도 대단하지만 <스타트렉>에서 그려지듯 전송의 대상이 인간 같은 생물이라면 더더욱 빛나는 과학적 장면으로 뽑기에 손색이 없다. 크기의 거대함에 있어서는 데스 스타에 미치지 못하지만, 과학기술의 측면에서는 구현이 더 어렵고, 분해해서 전송하고 재조립된 인간이 과연 이전과 같은 인간인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마저 일으킨다. 그래서 이 기술은 어쩌면 영원히 실현되지 못할 수도 있다. 무슨 상관이랴. 영화인데.

스타트렉 비욘드

감독 저스틴 린

출연 크리스 파인, 사이먼 페그, 조 샐다나, 재커리 퀸토, 칼 어번, 안톤 옐친, 존 조, 이드리스 엘바, 소피아 부텔라

개봉 2016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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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리스>의 솔라리스 행성

과학적 상상력은 다양한 형태의 외계 생명체를 그려왔고, 이들은 때로 우리의 통념을 완전히 뛰어넘는 존재로 묘사된다. 따라서 이런 생명체를 영화 속에서 조우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자 놀라움이다. 하지만 H.R 기거가 디자인한 <에이리언> 속의 기괴한 외계인조차 실은 지구 생명체와 너무 비슷하다.

반면, 거대한 바다로 이루어진 솔라리스 행성은 전체가 생명체다. 이 놀라운 생물은 인간의 감정과 생각을 읽고 그들이 그리워하는 사람의 분신을 만들어낸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는 알 수 없고, 바로 이점이 이 거대한 생물을 더욱 과학적으로 빛나도록 한다. 좋은 과학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솔라리스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조지 클루니, 나타샤 맥켈혼, 제레미 데이비스, 비올라 데이비스, 울리히 터커

개봉 200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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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의 림보

꿈이나 환상의 세계를 다층적으로 다루는 것은 영화적으로도 모험이다.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되어 그저 몽환적인 설정을 채워가는 데 급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셉션>은 그렇지 않다. 인간의 뇌 속에는 도대체 어느 정도의 세상이 펼쳐질 수 있을까. 크리스토퍼 놀란은 무한대라고 규정한다. 현실에서의 한 시간이 50년이 되는 세상이 우리의 잠재의식 깊은 곳에서 건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주로 묘사되는 과학적 탐구가 대개 외부를 향할 때 <인셉션> 속 림보의 세계는 철저히 안쪽으로 기운다. 그 속에서 우리는 히키코모리의 극치를 만난다. 시간은 철저히 왜곡되고 공간은 물리법칙을 뛰어넘는다. 그야말로 과학적 상상력의 막장이다.  

인셉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와타나베 켄, 조셉 고든 레빗, 마리옹 꼬띠아르, 엘렌 페이지, 톰 하디

개봉 2010 미국,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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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과학적 생명력은 과학적 엄밀성과 비례하지 않는다. 특히 지적인 자극은 과학적 합리성과 일치할 필요가 없다. 극단을 그려보고 그 과격함의 미학을 느끼는 것이 어쩌면 앞뒤가 다 들어맞는 과학이론의 적용보다 더 과학적인 자극으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우리에겐 자유가 있으니까.


원종우 / 과학과 사람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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