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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아이돌 스릴러라고? 2023 할리우드 블랙 리스트: 아직 영화화되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각본들

사진제공=blcklst.com
사진제공=blcklst.com

할리우드 블랙 리스트란

할리우드에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있냐고? '그' 블랙리스트가 아니다. 할리우드에서 말하는 ‘블랙 리스트’(The Black List)는 어둠 속에 놓인, 빛을 보기 전의 각본-즉 영화로 아직 제작되지 않은 각본-을 말한다. 매년 12월,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영화로 제작되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각본들을 투표하는데, 이 ‘블랙 리스트’에 오른 각본은 할리우드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 때문에, 이 리스트에 든 각본들은 수 년 내 영화로 제작되어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영화〈킹스 스피치〉(2010) 스틸컷
영화〈킹스 스피치〉(2010) 스틸컷

 

실제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이 리스트에 오른 각본들은 그렇지 않은 각본들보다 영화로 제작될 확률이 두 배는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스오피스에서도 비슷한 예산으로 제작된 타 영화에 비해 90% 높은 수입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블랙 리스트에 오른 각본들 중 440개가 영화로 제작되었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54개의 상을 획득했으며, 267번 후보로 지명되었다. 또, 최근 아카데미 작품상 12개 중 4개(<스포트라이트> <슬럼독 밀리어네어> <아르고> <킹스 스피치>)가, 칸영화제의 최근 28개의 각본상 중 11개가 블랙 리스트 출신(?)이다. 또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아메리칸 허슬> <500일의 썸머> <라이프 오브 파이> <위플래쉬>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작품들이 각본 단계에서 할리우드의 인정을 받고 블랙 리스트에 올랐으니, 블랙 리스트는 과연 참고할 만한 자료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2023년에 완성된 각본 중 할리우드 영화 관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각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래서 2023 블랙 리스트에서 눈에 띄는 작품들 몇 가지를 정리해 봤다. (각본명은 블랙 리스트에 적힌 영어 제목을 그대로 한글로 음차해서 표기했다. 전체 리스트 및 영어 원문 그대로의 제목과 로그라인은 블랙 리스트 홈페이지 blcklst.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blcklst.com
사진제공=blcklst.com

 


가장 많은 할리우드 관계자가 좋아한 올해의 각본은

2023년에는 375명의 영화 관계자들이 인상 깊은 각본을 뽑았다. 각 영화인들은 자신이 인상 깊게 읽은 10개의 각본에 투표하므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각본은 '최고'라기보다는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각본인 셈이다.

2023년의 블랙 리스트에서 가장 많은 표(49표)를 받은 각본은 트래비스 브라운(Travis Braun)의 ‘배드 보이’(Bad Boy)다. 각본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배드 보이’는 자신의 주인을 연쇄살인마라고 의심하는 한 구조견의 이야기다. 한편, 각본을 집필한 트래비스 브라운은 디즈니 주니어(디즈니의 어린이용 채널)의 TV 시리즈 <멍멍건설>(Pupstruction) <아기를 부탁해! 토츠>(T.O.T.S) 등의 기획자이자 작가로 활동했다. 그가 어린이용 작품을 다수 집필했다는 이력을 고려할 때, ‘배드 보이’는 다소 이질적으로 보여 더욱 그 내용이 궁금해진다. 또한, 트래비스 브라운은 ‘다잉 포 유’(Dying For You)라는 SF 코미디 각본으로 2022년에도 블랙 리스트에 들었으니, 그야말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열일’하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

2023년의 블랙 리스트에 오른 각본들 중 일부. 사진제공=blcklst.com
2023년의 블랙 리스트에 오른 각본들 중 일부. 사진제공=blcklst.com

넷플릭스, 워너브라더스 등이 빠르게 채간 각본은

매달 12월에 발표하는 블랙 리스트에 든 몇몇 각본들은 한 해 동안 할리우드를 돌고 돌며 이미 ‘솔드 아웃’ 된 상태이기도 하다. 올해의 블랙 리스트 중에서도 아마존, 워너브라더스, 스카이댄스미디어, 라이언스게이트, 넷플릭스가 발 빠르게 구입한 각본들이 있다.

영화〈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스틸컷
영화〈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스틸컷

브레나 갤빈(Brenna Galvin)이 집필한 ‘언타이틀드 미씽 차일드’(Untitled Missing Child)는 한 ‘맘플루언서’(맘+인플루언서)의 아이가 실종되며 그녀의 삶이 통째로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다. 이 각본은 총 13명의 할리우드 영화 관계자로부터 표를 받았는데, ‘언타이틀드 미씽 차일드’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넷플릭스와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이 이 각본을 영화로 제작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이어 그라운드 프로덕션은 버락 오바마와 미셸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부부의 프로덕션 회사인데, 최근 그들의 첫 번째 극영화이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가 공개되기도 했다.

아마존 MGM 스튜디오(지난 21년, 아마존은 MGM을 인수했다)는 ‘스테이크 홀스’(Stakehorse)를 영화화할 계획이다. 저스틴 피아세키(Justin Piasecki)가 집필한 이 각본은 앞서 서술한 ‘배드 보이’ 다음으로 많은 표를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스테이크 홀스’에는 범죄자를 위한 응급실을 남몰래 운영하는 한 경마장 수의사의 이야기가 담겼는데, 그가 환자의 범죄에 가담하며 삶이 위험해지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워너브라더스는 '블로우 업 더 챗'(Blow Up The Chat)이라는 각본의 영화화에 나설 전망인데, 이 각본은 저열한 내용이 담긴 그룹 채팅(우리에게 익숙한 말로 하면 즉, 단톡방)을 폭로하겠다는 협박범을 찾아 나서는 한 무리의 남자들 이야기다.

 

사진제공=blckl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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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라인만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각본들

2023년의 블랙 리스트에서 유난히 눈길이 가던 각본이 있었으니, 제목부터 한국인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언니’(Unnie)다. 중국계인 린 Q. 위(Lynn Q. Yu)가 집필한 ‘언니’는 K-POP을 소재로 한 스릴러다. 로그라인에 따르면, 각본은 데뷔를 앞둔 그룹의 멤버가 공격을 받는 이야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지에서는 ‘언니’를 올해의 블랙 리스트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각본으로 꼽는 등,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임에는 분명하다. 여담으로, 각본을 쓴 린 Q 위는 블랙핑크의 팬이라고 한다.

조던 로젠블룸(Jordan Rosenbloom)의 ‘스포일러’(Spoiler)도 흥미로워 보인다. 로그라인에 따르면, ‘스포일러’는 한 영화 제작사의 직원이 영화 각본 안에 갇히게 되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각본 안에 갇히는 이야기의 각본이다. 그가 왜 갇혔는지 혹은 어떤 방식으로 갇혔는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없어, 더욱 궁금증을 자극한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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