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파문의 주인공 하비 와인스타인.

와인스타인은 좋은 사람이다. 이번 사건은 와인스타인의 잘못이 아니다. 문제는 요즘 여성들이 특별한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그런 행동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정말 속 터지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성추행 파문으로 시끄러운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에 대해, 유명 디자이너 도나카란이 그를 두둔하며 한 발언인데요. 지난 10월 5일 언론을 통해 최초로 그의 문제적 행동이 공론화된 이후, 용기를 낸 배우들의 폭로가 이어졌지요. 언론은 배우들의 사진과 함께 하비 와인스타인이 했던 역겨운 행동들을 열거하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나 넘쳐나는 기사들 속에서 우리가 다시 정조준해야 할 것은 그와 그 주변 사람들이 사건을 얼버무리려한다는 것입니다.

우디 앨런(좌), 하비 와인스타인(우).

자신도 성추행 혐의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하지만, 역시 와인스타인과 친분이 두터운 우디 앨런은 좀 더 교묘한 방법으로 그를 옹호했습니다. "피해자들에게 비극적인 일이겠으나, 인생의 모든 것을 잃은 하비 와인스타인에게도 슬픈 일"이라고 말했는데요. 언론이 마녀사냥을 그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이어갔습니다.

지난 2004년 같은 문제가 불거졌을 때, 맷 데이먼과 러셀 크로우 역시 그를 옹호하고 나섰던 적이 있습니다. 이번엔 맷 데이먼도 "그 당시에는 와인스타인의 부탁을 들어준 것뿐"이라며, 공개적으로 그를 비난했습니다. 이에 그의 절친 벤 애플렉이 말을 보태자, 힐러리 버튼을 성추행했던 그가, 한편으로 다른 성추행을 벌인 동생 캐시 애플렉을 옹호했던 그가, 이런 사건에서 자유롭게 발언할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이 돌아왔지요.

실제로 이번에 관련 보도가 나갔을 때, 하비 와인스타인이 했던 첫 번째 행동은 자기 주변의 권력자들에게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언론에서 떠들고 있는 내용이 모두 사실은 아니며, 이번 한 번만 더 자신을 도와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는 30여년간 성추행 파문이 일어날 때마다 이렇게 주변을 이용한 회유와 협박으로 문제를 덮어왔습니다. 최근 <토르: 라그나로크> 관련 인터뷰에서 마르 러팔로는 거의 헐크가 될 정도로 격노하면서 이런 시스템 자체를 비난했습니다.

그렇다면 그의 이런 문제적 행동을 주변 사람들은 그동안 몰랐을까요. 또 다른 제작자 마이클 케이톤 존스는 "하비 와인스타인아라는 사람과 몇 분만 같이 있어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밖에 없다"고 고백했습니다. 12년 전에도 코트니 러브는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은 모든 여성은 하비 와인스타인을 조심하라”고 경고한 적이 있었지요.

가장 역겨운 부분은 평소 언론에 보이는 그의 모습은 정반대였다는 것입니다. 그가 제작한 수많은 영화들 중에는 여성 인권과 관련된 작품들도 많았습니다. 영화와 관련된 여성 인권단체인 ‘Women in Film’에 시상자로 나서기도 했고요, 2017년 선댄스 영화제의 여성행진을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회사 와인스타인 컴퍼니에서 퇴출당하고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섹스 중독을 치료하겠다며 전용기를 타고 유럽으로 날아가버렸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의 수사 당국이 와인스타인의 이런 혐의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입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그에게 수여했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취소한다고 밝히기도 했지요.

가장 최근엔 리즈 위더스푼의 폭로가 있었는데요. 하비 와인스타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16살 때 어떤 감독의 성폭행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역시 에이전시와 프로듀서가 조직적으로 어린 그녀를 회유하고 협박해서 문제를 덮었다고 하는군요. 이번 사건이 와인스타인 한 명을 응징하는 데에서 끝날 일이 절대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영화계 전반의 고질적인 병폐가 사라졌으면 합니다.


씨네플레이 객원 에디터 안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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