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BIFAN 2호] 개막작 PREVIEW 〈러브 라이즈 블리딩〉 폭력과 사랑의 붉은맛

개막작 〈러브 라이즈 블리딩〉
개막작 〈러브 라이즈 블리딩〉

전 세계적인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의 바람은 영화계에도 LGBTQ+의 다양한 이야기를 소환하는 신호탄이 됐다. 그리하여 퀴어영화는 영화계에서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명제에서 착각하면 안되는 건 퀴어영화가 유별난 것이 아니란 뜻이란 점이며, 여전히 특별한 퀴어영화가 나오고 있다.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개막작 <러브 라이즈 블리딩> 또한 그 특별함의 범주에 손색없는 영화이다.

1989년, 체육관에서 일하는 루(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중 어느 날 체육관에 나타난 잭키(케이티 오브라이언)를 보고 반한다. 잭키는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보디빌딩 대회를 참가하기 위해 이곳에 잠시 머무르고 있고, 루는 그런 잭키에게 잠잘 곳을 내어주며 두 사람의 동거 생활이 시작된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형부 JJ(데이브 프랑코)와 사격장을 운영하는 루의 아버지(에드 해리스)가 놓이며 의도치 않은 사고가 발생한다.

이 영화가 일반적인 퀴어물과 궤를 달리하는 부분은 스릴러적인 요소에 큰 비중을 둔다는 점이다. <러브 라이즈 블리딩> 속 두 여자의 만남은 사랑만 유발하지 않는다. 루와 잭키의 만남은 약물 투여로도 이어진다. 보디빌더 대회를 준비하는 잭키에게 루는 약물을 제공한다.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이면서 그렇기에 서로를 탐닉하고 파괴하는 관계가 성립된다. 약물을 투여하던 잭키는 모종의 사건에서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혹은 자신 이상의 힘을 막아내지 못해 사고를 일으키고 이를 기점으로 두 사람의 사이는 조금씩 틀어진다. 이 약물 투여는 단순히 이야기 단계에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이 영화만의 비주얼에도 포인트를 주는데, 바로 육체미이다. 카메라는 잭키를 맡은 케이티 오브라이언의 근육을 내세워 힘을 형상화하고 그 위험성을 시각화한다. 보고 있자면 경외감마저 드는 그 육체야말로 <러브 라이즈 블리딩>을 관통하는 이미지이자 메시지로 읽힌다.

영화는 반복적으로 붉은색을 강조한다. 일련의 사태, 그리고 루의 아버지 루 시니어의 폭력적 행태를 부각시키는 색감이지만 영화가 끝날 즈음엔 이 붉은색이 '피'나 '폭력'뿐만 아니라 '사랑'을 상징하기도 한다는 기본적인 상식마저 환기한다. 현실적인 전개에서 종종 비현실적 판타지를 섞어 루와 잭키의 순간을 그리는 영화는 마지막까지도 뚜렷한 미래를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그곳엔 두 사람의 사랑만이 온전히 남아있을 뿐. 사랑을 꿈꾸는 자, 폭력을 견딜 수 있다면 <러브 라이즈 블리딩>을 보라. 어쩌면 폭력이 있기에 사랑을 꿈꾸는지 모르겠지만.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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