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 출연한 캐리 피셔.

약간 묘한 기분이 든다. 지금 극장에 가면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이하 <라스트 제다이>)에 출연한 캐리 피셔를 볼 수 있다. <스타워즈>의 세계에서 레아 공주 아니 장군님은 여전히 살아 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캐리 피셔는 2016년 12월 27일 생을 달리 했다. 런던에서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비행기 기내에서 심장마비를 일으켰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며칠 뒤 60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녀의 1주기를 맞아 영원한 레아 공주를 기억해본다.


어린 시절의 캐리 피셔와 어머니 데비 레이놀즈.

1. 출생지는 베벌리힐스
캐리 피셔는 유명 팝 가수인 아버지 에디 피셔와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에 출연한 어머니 데비 레이놀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56년 10월 21일생인 그녀의 고향은 베벌리힐스다. 한마디로 엄청난 연예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행복한 가정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아내의 절친이었던 당대의 최고 스타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분륜을 저질렀고 가정은 파탄났다. 캐리 피셔는 어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그녀는 평생 아버지를 미워하다 2010년 아버지의 임종 직전에 그를 용서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

2. 영원한 레아 공주
캐리 피셔는 1975년 <바람둥이 미용사>라는 영화로 데뷔했다. 2년 뒤 <스타워즈 에피소드4: 새로운 희망>(이하 <새로운 희망>)의 레아 공주 역을 맡았다. 배우로 화려하게 성장할 것 같았지만 이후 행보는 예상을 빗나갔다. 국내에 알려진 그녀의 출연작이 거의 없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제외하고 그녀가 출연한 영화 가운데 아마도 가장 유명한 영화는 1989년작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일 거다. 아주 잠깜 등장하는 조연이었으니 그녀가 출연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꽤 있을 듯하다. 우디 앨런의 영화 <한나와 그 자매들>에서는 주연을 맡기도 했지만 국내에 많이 알려진 영화가 아니다. 1980년작 <블루스 브라더스>에도 출연했다. 캐리 피셔는 1970년대 후반 약물 중독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가지 못했다. 어쩌면 그녀는 평생 약물 중독과 싸워 왔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사망 이후 이뤄진 부검 결과 코카인, 헤로인 등이 검출됐다. 사망과 직접적인 원인이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블루스 브라더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 출연한 캐리 피셔(맨 왼쪽).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감독 조지 루카스

출연 마크 해밀, 해리슨 포드, 캐리 피셔

개봉 197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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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 스토리>
<헐리웃 스토리>에 출연한 (왼쪽부터) 셜리 맥클레인, 메릴 스트립 그리고 원작과 시나리오를 쓴 캐리 피셔.

3. 베스트셀러 작가
캐리 피셔는 1987년 약물 중독이었던 자신의 경험을 담은 자전적 성격의 소설 <변방에서 온 엽서>(Postcards From The Edge)를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이 소설은 1990년 국내 개봉명 <헐리웃 스토리>라는 영화의 원작이기도 하다. 영화는 대배우 엄마를 둔 딸이 마약 중독을 이겨내고 재기하는 내용이다. 캐리 피셔는 사망 한달 전무렵 <프린세스 다이어리스트>라는 자서전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그녀는 1976년 <새로운 희망> 촬영 당시 유부남이었던 해리슨 포드와 불륜 관계였다고 고백했다. <헐리웃 스토리>에는 메릴 스트립이 딸, 셜리 맥클레인이 어머니로 출연한다.

헐리웃 스토리

감독 마이크 니콜스

출연 메릴 스트립, 셜리 맥클레인, 데니스 퀘이드, 진 핵크만

개봉 1990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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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스크립 닥터
캐리 피셔는 대본을 손봐주는 ‘스크립 닥터’(Script Doctor)로 활동한 적이 있다. 전업 작가는 아니고 이야기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컨설턴트 정도의 역할을 한 것 같다. 공식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대본 수정에 참여한 영화는 <시스터 액트>, <후크>, <리쎌 웨폰 3>, <라스트 액션 히어로>, <웨딩 싱어> 등 익숙한 제목의 영화가 많다. 1992년 <시스터 액트>의 제작 과정을 보도한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캐리 피셔가 “할리우드에서 가장 많이 찾는 스크립 닥터”라고 쓰기도 했다.

시스터 액트

감독 에밀 아돌리노

출연 우피 골드버그

개봉 199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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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해밀과 캐리 피셔.

5. 애증의 <스타워즈>
루크 스카이워커 역의 마크 해밀과 달리 캐리 피셔는 <스타워즈> 시리즈에 대한 일방적인 사랑을 보여주지 않았다. 레아 공주 이미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자신의 연기 경력을 망쳤다고 생각했다. 또 조지 루카스 감독과도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다. 반면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제작 소식을 접하고 바로 출연을 결정하기도 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에서 입었던 황금 비키니 덕분에 당시 어린 관객들에게 엄청난 성적 판타지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런 이미지는 평생 그녀를 따라다녔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

감독 리차드 마퀀드

출연 마크 해밀, 해리슨 포드, 캐리 피셔

개봉 1983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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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비 레이놀즈(왼쪽)와 캐리 피셔.

6. 비극의 이틀
캐리 피셔의 사망 소식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국내 개봉일에 전해졌다. 즐거운 마음으로 극장을 찾은 <스타워즈> 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사실 이것보다 더 충격적인 건 딸 캐리 피셔의 죽음 바로 다음날 어머니 데비 레이놀즈가 사망한 일이다. 레이놀즈는 딸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촬영현장.

7. CG는 없다
캐리 피셔의 죽음으로 2019년 개봉 예정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9>의 촬영이 지연됐다. 루카스 필름은 CG로 만들어낸 레아 공주는 없다고 밝혔다. 이후 캐리 피셔의 동생 토드 피셔가, 디즈니가 “미사용 촬영 자료의 사용을 허락했다”며 CG가 아닌 캐리 피셔의 등장을 언급했다. 이 역시 루카스 필름은 부인했다. 결국 <스타워즈 에피소드 9>에서 캐리 피셔는 등장하지 않을 전망이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엔딩 크레딧에서 “In loving memory of our princess, Carrie Fisher라는 문구로 그녀를 추모했다.


8. 보험금을 수령한 디즈니
디즈니는 캐리 피셔의 죽음으로 5000만 달러의 보험금을 받게 됐다. 이는 캐리 피셔가 사망하면서 계약이 성사됐던 <스타워즈>의 새 3부작에 그녀가 모두 출연할 수 없게 된 것에 대한 보험금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 액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 상해 보험금 지급액이라고 한다.


캐리 피셔와 반려견 개리.

9. <라스트 제다이> 시사회에 참석한 ‘개리’
개리는 캐리 피셔의 반려견이다. 그녀의 사망 이후 거의 1년이 지난 12월 14일 열린 <라스트 제다이>의 시사회에 개리가 참석했다. 캐리 피셔는 개리라는 프렌치 불독을 거의 모든 행사에 데리고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왼쪽부터) 마크 해밀과 조지 루카스가 참여한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행사.

10. 마지막 인터뷰
<라스트 제다이>가 공개되기 약 한달 전, 디즈니는 캐리 피셔의 마지막 인터뷰를 공개했다. 캐리 피셔는 “나에게 <스타워즈>는 가족이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여서 많은 사람들에게 정말로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 그들은 자녀와 손주 세대에게도 <스타워즈>를 보여주면서 자신들이 어린 시절 받았던 감동을 함께 나누고 이는 개인의 역사이자 의미가 담긴 영화가 된다”고 말했다.


얼마 전 스크린에서 본 레아 장군은 죽지 않았는데 이미 그녀는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됐다. <스타워즈>의 세대교체를 위해 그녀가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한번, 포스가 함께 하길.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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