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오래된 도시에는 골목길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밤 기차를 타며 이동하는 배낭여행을 선호하는 편이라 주로 깜깜한 새벽에 낯선 도시에 도착할 때가 많은데요, 똑같은 모양의 골목길 앞에 서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까마득해지곤 합니다. 만약 그곳이 이탈리아 로마의 작은 골목이라면 더더욱 길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니 조심하세요. 골목길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여러 번 곤경에 처해봤어도 저는 또다시 골목 안으로 발을 디딥니다. 어딜 가든 그 안으로 들어가면 여행자가 아닌 실제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리얼한 삶과 마주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로마 사람이에요. 제 직업은 교통경찰이랍니다. 여기선 우리 인생사를 한눈에 볼 수 있죠. 로마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이 메시지처럼 <로마 위드 러브>는 로마의 환상적인 골목길에서 만난 네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합니다. 이제 막 결혼한 신혼부부 밀리와 안토니오는 새로운 출발을 위해 대도시 로마로 왔습니다. 하지만 미용실을 찾다가 골목에서 길을 잃은 신부와 방을 잘못 찾은 콜걸로 인해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남편의 이야기는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은퇴한 오페라 감독 제리(우디 앨런 분)의 이야기입니다. 딸 헤일리와 결혼할 남자를 만나기 위해 로마를 방문한 제리는 평생 장의사였던 사돈이 노래에 소질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그를 오페라 가수로 데뷔시키려는 각고의 노력을 합니다.
세 번째 주인공 존(알렉 볼드윈 분)은 휴가를 보내러 로마에 왔다가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건축학도 잭(제시 아이젠버그 분)을 만나게 됩니다. 과거 자신과 비슷한 실수를 범하고 있는 그에게 계속 훈수를 두기 시작하는데, 잭은 이런 존의 행동에 슬슬 짜증이 일기 시작합니다. 마지막은 평범한 시민에서 하루아침에 벼락 스타가 된 레오폴도(로베르토 베니니 분)의 이야기입니다.
네 가지 에피소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게 진행되지만 시간, 공간 등의 공통점은 하나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고대 때부터 신화와 이야기로 가득 찬 로마이기에 이런 옴니버스 형식도 어울리는 거겠죠. 네 편의 이야기 중 제 마음을 사로잡은 건 주인공 존이 자신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건축학도인 잭을 따라다니며 훈수를 두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존에게 잭의 모든 행동은 미숙하고 서툴러 보일지 모릅니다. 멀리서 숲을 볼 땐 훤히 보이지만, 우리가 숲 안을 걸을 땐 언제나 헤매는 것처럼요. 하지만 그 헤매는 과정이 없다면 숲을 걷는 일은 의미가 없을지 모릅니다. 게다가 존의 충고는 별로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나이 든다고 더 많이 아는 건 아니니까요. 우리의 실수는 '몰라서' 저지르기보다 '어쩌다 보니' 저지른 일이 훨씬 많고 그런 우연의 순간들이 예측 불허의 삶을 만듭니다.
'로마'라는 배경에서 '우연'의 연속으로 얻게 되는 이들의 무용담을 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비행기에 몸을 싣고 떠나고 싶어집니다. 트레비 분수, 베네치아 광장, 캄피돌리오 광장, 베네토 거리, 콜로세움, 스페인 계단 등 명소를 걷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여행지 '로마'에 대한 무한 로망을 품게 만들기 때문이죠. 소문난 이야기꾼인 우디 앨런 감독의 수다를 듣는 건 언제나 즐겁습니다.
생각해보면 제 기억 속 로마만 해도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세계사 과목에서부터 들어온 고대 로마의 신화부터 여심을 자극할 만한 이탈리아 남자들의 멋스러움, 진하고 부드러운 에스프레소, 쫀득하면서도 사르르 녹는 젤라토의 맛, 지역마다 특색 있는 레시피를 선보이는 피자와 파스타까지! 로마에 대한 환상은 늘어놓기 시작하면 한 보따리죠.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사랑의 이야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쌓여가고 있을 테니까요.
- 로마 위드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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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우디 앨런
출연 알렉 볼드윈, 엘렌 페이지, 제시 아이젠버그, 페넬로페 크루즈, 로베르토 베니니, 우디 앨런, 알레산드로 티베리, 알레산드라 마스트로나르디
개봉 2012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영화 속 메뉴 따라 하기
이탈리아인처럼 음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또 있을까요? 그들은 만드는 것도 먹는 것도 그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엘레나 코스튜코비치 작가의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를 읽어 보면 이탈리아인이 누군가에게 음식 이야기를 하는 게 그 사람을 온전히 환영하는 의미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요리라고 하면 가장 먼저 파스타가 떠오릅니다. 영화 속에서도 잭과 모니카가 함께 장을 봐 파스타를 준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 <로마 위드 러브>와 함께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어 먹으며 잠시 이탈리아에 여행 온 기분을 느껴보세요.
고르곤졸라 크림 파스타
재료
리가토니 면 140g, 다진 양파 1/4개분, 다진 마늘 1개분, 생크림 우유 1컵씩, 고르곤졸라 치즈 50g, 꿀 1 큰 술, 올리브오일 2 큰 술, 소금 후춧가루 조금씩, 파마산 치즈 간 것 1 큰 술.
만드는 법
1. 넉넉한 물에 소금을 넣고 끓인 뒤 리가토니를 넣어 포장지에 적힌 시간보다 1분가량 짧게 삶아낸다.
2.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다진 양파와 다진 마늘을 볶다가 생크림과 우유를 부어 약불로 끓인다.
3. 생크림과 우유 주변으로 거품이 일기 시작하면 고르곤졸라 치즈를 넣고 녹여가며 주걱으로 저어 끓인다.
4. 크림소스가 살짝 걸쭉해지면 꿀과 소금, 후춧가루로 간하고 1의 삶아둔 리가토니를 넣어 1분간 끓인다.
5. 파스타 면이 익으면 파마산 치즈 간 것을 뿌려 완성한 뒤 접시에 담는다.
tip> 리가토니 면이 없다면 링귀니나 페투치니로 대체해도 좋다.
파란달 / 요리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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