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반~1990년대 중반 유년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조이드를 기억할 이들이 꽤 많을 것이다. 일본의 토미 사에서 만든, 공룡부터 곤충까지 본떠 만든 기계생체물 완구 시리즈인 조이드는 일본의 경제 호황/버블 시대, 조립식 완구가 여기까지도 발전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 준 소년 대상 완구이다. 일본의 토미 사에서 만들어, 8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초중반까지 출시가 이어졌으며, 미국, 유럽 등에도 수출되거나 현지화가 이루어졌다. 태엽 또는 모터 동력으로 보행도 가능한데, 발매 당시 전 세계에서 이보다 더 정교하고 완성도 높은 완구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고품질 완구였다.

필자도 1988년 여름, 일본에 출장 다녀오신 아버지가 사오신 조이드를 통해 수입 완구의 신세계를 처음으로 경험하였다. 그때 처음으로 조립해본 쉴드 라이거 마크-II’는 당시 문방구에서 100~1000원 정도의 인젝션 플라스틱 조립식 모형만 접해본 꼬마에게 그야말로 새로운 우주가 열리는 듯한 충격적인 경험이었고, 또래 친구들이 다 그러했듯이 가보지 못한 외국에 대한 무한한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후 필자는 어린이날마다 조이드를 사달라 부모님을 졸라댔고, 그 결과 데스피온’,아이언 콩 마크 II’, 디바이슨을 추가로 얻을 수 있었다. 1989년 어린이날, 신세계 백화점에서 데스피온을 사들고 냉면집에서 들뜬 마음으로 부모님과 식사를 하던 기억은 아직도 아련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스타워즈>와 관련 머천다이징의 전설적인 성공 이후로, 완구업체들은 완구의 발매와 동시에 만화책 연재나 TV 만화 방영 등을 동시에 진행하는 멀티미디어 전략을 펼쳤는데, 일본의 각종 로봇물이나 미국의 <지 아이 조>, <트랜스포머> 등이 대표적이다. 80년대에는 이러한 전략이 매우 성공적이어서 부모들은 TV에서 나온 캐릭터들의 완구를 사달라는 아이들의 성화를 도저히 이겨낼 수 없었으며, 완구 회사들은 높은 수익을 올리며 급성장하였다. 조이드도 이러한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썼는데, 단순히 장난감만 발매한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부여한 것이다. 박스 뒷면에 간단한 지금까지의 줄거리가 쓰여있었고, 실제 조이드 장난감들이 등장하고 움직이는 30분 분량의 홍보용 영상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마블 코믹스 영국 지사(이하 마블 UK)에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독자적인 스토리를 개발하였다. 1985, 마블 UK 사는 당시 미국 본사에서 진행 중이던 <시크릿 워즈>를 인쇄하면서, 마지막 몇 페이지에 조이드가 등장하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부록처럼 실어 보았는데, 매우 반응이 좋았던 것이다.

작가는 이후 <아캄 어사일럼>, <배트맨: R.I.P.>, <둠 패트롤>, <애니멀 맨> 등의 뛰어난 작품들로 독자적인 스타일과 팬층을 확립하며 국내에서도 만화 팬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그랜트 모리슨이었다. 조이드는 그의 초창기 연재물이라 할 수 있는데, 어린이 완구라는 대상에 걸맞지 않을 정도로 암울한 세계관, SF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문어체 등으로 인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결국 조이드는 독자적인 간행물로 연재가 이어지게 되는데, 아무래도 인지도가 높지 않은 조이드를 타이틀로 하기에는 불안했는지, 스파이더 맨의 과거 연재분과 합해 <스파이더맨과 조이드>라는 괴상한 타이틀의 시리즈가 만들어졌다. 물론 스파이더맨과 조이드는 스토리 내에서 같이 등장한 적은 한 번도 없고, 그냥 제목만 그러할 뿐이었다.

밀레니엄 세대 이후의 어린이들이 더 이상 예전처럼 완구를 갖고 놀지 않으면서 완구 산업 자체가 성장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지만, 토미 사 정도 규모의 회사들은 아직도 꾸준히 진화된 새로운 장난감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동안 휴지기였던 조이드 시리즈도 2018년 여름부터 다시 새로운 시리즈가 발매될 예정이고 새로운 애니메이션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최원서 / 그래픽 노블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