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가는 히어로물, '원더풀스' 미리 본 후기

〈원더풀스〉 포스터
〈원더풀스〉 포스터

But i'm a creep 하지만 난 흉물스러운 놈이야 ♫♪

I'm a wierdo 미친놈이라구 ♫♪

What the hell am i doing here 빌어먹을, 도대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 ♫♪

I don't belong here 난 이런 덴 어울리지도 않는 놈인데 말야 ♫♪

1999년 세기말, 해성시의 공식 개차반으로 불리는 ‘은채니’(박은빈)는 라디오헤드의 ‘Creep’을 들으며, 종말이 다가온 거리를 누빈다. 어차피 나도 곧 죽는다는데, 다 같이 싹 다 망하는 거 보고 싶은데, 왜 나에게는 그 진풍경을 구경할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걸까.

그곳에선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시청에 매일같이 민원을 넣는 ‘개진상’이자, 집에서는 와이프 꽃집 배달이나 뛰는 ‘경훈’(최대훈), 학창 시절 때부터 눈치 없기로 유명했던 왕호구 ‘로빈’(임성재)까지. 사회의 소외된 곳에서 저마다의 무가치함과 처절하게 싸우고 있던 이들은 어쩌다 초능력을 얻게 된다.

〈원더풀스〉
〈원더풀스〉

공개 전, 미리 정주행한 〈원더풀스〉는 기대와 달랐다. 그러나 기분 좋은 배신이었다. 15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원더풀스〉는 1999년 세기말, 우연히 초능력을 가지게 된 동네 모지리들이 평화를 위협하는 빌런에 맞서 세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초능력 코믹 어드벤처다.

‘WONDERfools’라는 제목, 그리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정보 덕에, 막연히 무해하고 따뜻한 코미디 드라마를 예상했다. 〈원더풀스〉는 히어로물의 껍질만을 빌려 온, 소소한 코미디 드라마이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따뜻한 것은 맞지만, 마냥 무해하지는 않다. 코미디는 맞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뚜껑을 열어본 〈원더풀스〉는 사뭇 ‘장르적’이었다. 시킨 적 없는 메뉴가 나왔는데, 맛있어서 끝까지 먹게 되는 그런 맛이라고나 할까. 〈원더풀스〉는 화려하고 스케일이 큰 히어로물이다. 단지 히어로물의 외피를 쓴 게 아니라, 정말로, 본격적인 히어로물이었다. 때로는 스릴러처럼 쫀쫀하기도 하고, 때로는 시원한 액션을 보여주며 블록버스터마냥 빵빵 터지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원더풀스〉는 화려한 스펙터클 속에서도 유머와 개성을 잃지 않는다. 스펙터클을 보여주느라 캐릭터의 개성을 잃어버리는 건 장르물이 가장 흔히 빠지는 함정인데, 〈원더풀스〉는 자신의 강점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오히려 위기가 커질수록 4인방의 캐릭터는 더 선명해진다. 분명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건 전적으로 연출과 캐릭터들의 힘이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 덕분에, 물리지 않고 끝까지 먹을 수 있는 트렌디한 요리 같다고나 할까. 〈원더풀스〉는 익숙한 재료에 개성 있는 양념을 쳐낸 듯, 메이저한 장르 안에 마이너한 캐릭터를 집어넣어 뽑아낸 유쾌한 변주곡 같다.

〈원더풀스〉
〈원더풀스〉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각본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지만, 〈원더풀스〉가 〈무빙〉보다도 더욱 만화적이라고 느껴지는 건, ‘모지리 4인방’이 보여주는 찌질하고도 ‘골 때리는’ 케미스트리 덕분이다. 순간이동을 얻었지만 어디로 튈지 몰라 본인도 당황스러운 채니, 끈끈이 능력을 얻었는데 정작 제일 먼저 달라붙는 건 엉뚱한 것들뿐인 경훈, 괴력이 생겼지만 여전히 소심한 로빈, 그리고 초능력이 있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 일부러 어설프게 구는 운정(차은우)까지. 네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어설프고, 모자라고, 티격태격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기어코 맞물리며 사랑스럽고 유쾌한 케미를 발산한다. 그 덕분에, 〈원더풀스〉는 어디로 가도 즐거운 어드벤처로 완성될 수 있었다.

〈원더풀스〉
〈원더풀스〉

〈원더풀스〉는 결국 ‘불량품’들의 이야기다. ‘모지리 4인방’은 사회에서 소위 ‘불량품’으로 분류된 존재들이었다. 초능력을 얻게 된 후 로빈은 “내가 힘이 생겨서, 쓸모가 생겼어!”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들은 초능력을 얻기 전에도 완전한 존재였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뿐이야”라는 채니의 대사는 드라마를 관통하는 말이다.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말하려는 것은, 초능력보다 위대한 ‘함께’의 가치다. 다 같이 둘러앉아 생일에는 케이크에 초를 불며 노래를 부르고, 작은 집에서 웃으며 밥을 나눠 먹고, 매일매일 외롭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소원. 〈원더풀스〉는 히어로물에서 으레 나오는 거대한 세계를 구하는 사명이 아니라,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내일도 밥을 먹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초능력 코믹 어드벤처라는 화려한 그릇에 담은 셈이다. 그 덕분에, 〈원더풀스〉의 정주행 끝엔 훈훈함이 남는다.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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