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문소리, "애순이처럼 '만날 봄인 듯' 살 수 있겠더라"

배우 문소리 [넷플릭스 제공]
배우 문소리 [넷플릭스 제공]

배우 문소리는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인생의 계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고 말한다. 지난 2일 오후 서울 앰버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가수 이정석의 '여름날의 추억'을 즉석에서 부르며 대화를 시작했다. "짧았던 우리들의 여름은 가고 / 나의 사랑도 가고"라는 가사를 부른 그는 몇 년 전 강원도 여행에서 이 노래를 흥얼거렸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에는 '우리들의 여름'이 지나간 것 같아 어쩐지 슬펐어요. 하지만 〈폭싹 속았수다〉를 촬영하고 오애순을 연기하면서 인생의 봄·여름·가을·겨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문소리는 이렇게 전했다.

그는 "애순이에게 수많은 날이 봄이었다"며 "이 작품을 하고 나니 애순이의 시처럼 '만날(맨날) 봄인 듯' 살 수 있겠더라"고 소회를 밝혔다.

문소리를 이 작품으로 이끈 것은 대본의 감동이었다. "대본을 후루룩 읽은 뒤 내려놓자마자 눈물이 흘렀다"며 "분량이나 역할, 출연료, 촬영 시기와 관계없이 어떻게든 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주인공 애순이는 아이유와 문소리가 분담해 연기했다. 열정 넘치는 10~20대 애순이는 아이유가, 엄마로서의 정체성이 강해진 중년부터 노년까지의 애순이는 문소리가 맡았다.

"우리도 봄·여름에는 휘황찬란했다가 가을·겨울이 되면 평범한 엄마가 됩니다. 하지만 특별한 것 없어 보이는 엄마 안에도 '요망진 소녀' 애순이의 본질은 있어야 한다고 봤어요," 문소리는 캐릭터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설명했다.

촬영 현장에서 문소리는 실제 살림을 하듯 연기에 몰입했다. "'내일 촬영하러 간다'는 말 대신에 '살림하러 간다'고 말할 정도였다"며 "딸 금명이가 오면 밥도 하고, 신발도 정리하고 늘 살림해야 했다. 손을 가만히 두고 대사하는 장면이 거의 없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실제로 오애순의 집에 놓인 빨래들, 김밥을 쌀 때 사용한 미지근한 물 종지, 손자 양제일을 싸맨 포대기 등은 모두 문소리의 손길이 닿은 소품들이었다.

열정을 쏟은 작품인 만큼 마지막 촬영 후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요양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야외에서 시를 쓰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촬영했다"며 "1월 말에 여수에서 찍고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는데, 독감으로 고열이 나서 착륙했을 때 기억이 거의 없다. 눈 뜨니 응급실에 누워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노인 특수분장이 잘되라고 한동안 얼굴에 화장품도 바르지 않았고, 독감까지 앓고 나니 갑자기 늙어버린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배우 문소리 [넷플릭스 제공]
배우 문소리 [넷플릭스 제공]

그럼에도 문소리는 〈폭싹 속았수다〉를 좋은 대본과 연출, 배우들과 함께해서 즐거웠던 작품으로 기억했다. 함께 부부로 호흡을 맞춘 박해준(양관식)에 관해선 "물 같은 배우"라며 "소리 없이 스며들고, 부딪힘 없이 어디서든 물처럼 안착하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아이유에 대해서는 "야무지고 단단하며 책임감이 넘쳐나는 친구"라고 칭찬했다. 두 배우는 촬영 전부터 따로 만나 캐릭터에 대해 깊이 논의했다고 한다.

문소리는 "〈폭싹 속았수다〉는 사람이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마지막에 애순이 엄마 광례 역의 염혜란 배우가, 애순이의 시집을 내주는 편집장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불교의 윤회사상과도 맞닿은 느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남편 양관식과 해녀 세 이모, 온 동네 사람들, 자식들의 보이지 않는 사랑 덕에 애순이가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통해 엄마를 많이 생각했어요.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해요. 얻은 것이 참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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