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개봉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아마도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놓은 모든 흥행 기록을 갈아치울 것입니다. 스포일러 아닌 스포일러겠지만 이번 작품에도 스탠 리 명예회장이 카메오로 출연합니다. 그런데 시카고의 한 마사지 테라피스트가 지난해 스탠 리 회장에게 성추행을 당해 고소를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있습니다.

마블의 전설 스탠 리

<판타스틱 4>

1942<캡틴 아메리카>의 스토리 작가로 시작한 그의 이력은 곧 마블의 역사와도 같습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에서 복귀한 후, DC의 스카웃 제의를 거절하고 <판타스틱 4>를 만들어 엄청난 히트를 이끕니다. <판타스틱 4>는 히어로물의 역사에서 두 가지 큰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히어로들이 팀을 이루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초능력을 얻는 과정이 축복이 아닌 사고로 얻어진 결과라는 것입니다. 이는 인간적인 고뇌를 가진 입체적인 슈퍼 히어로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또한 그는 히어로들이 세계관을 공존하는 마블 유니버스라는 개념을 도입했는데요. 여기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후로도 그는 수많은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마블 코믹스의 황금기를 이끕니다.
 
1989 NBC의 TV용 헐크 영화 <두 얼굴의 사나이 4>에서 배심원으로 등장한 것을 시작으로 마블과 관련한 작품에 그가 출연하는 것은 유구한 전통과도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카메오에 그치지 않고 그를 주연으로 하는 슈퍼 히어로 영화가 제작된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지난 2016년 폭스사가 스탠 리의 자서전 <어메이징 하고 판타스틱하며 인크레더블한 마블의 추억>의 판권을 사들여 기획에 들어간다는 보도가 있었지요. 스탠 리는 성공한 만화가가 아니라 스스로 하나의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문화계에 엄청난 업적을 남긴 그의 자산은 5,000만 달러(4월26일 환율 기준 약 539억 원)로 추정되는데요. 자택과 일부 재산을 제외하고는 모두 스탠리 재단을 통해 사회에 환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올해 95세인 스탠 리에 대한 문화계 안팎의 존경은 당연한 것처럼 보입니다.

스탠 리의 두 번째 성추행 의혹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그런데 이런 스탠 리의 업적에 자칫 금이 갈 수 있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지난 1월 스탠 리의 LA 자택에 간호사를 파견하던 회사는 그가 집안을 알몸으로 돌아다니거나 간호사들에게 지속해서 성추행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70년간 함께한 부인 조안 리가 20177월 세상을 떠난 후, 전 세계 팬들의 위로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터진 일이어서 팬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한 의혹이었습니다. 스탠 리의 변호인 측은 간호업체가 돈을 노리고 벌인 일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이후 간호업체에서 별도의 법적인 소송을 하지 않은 체로 시간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엑스맨: 아포칼립스>

그리고 422, 이번엔 마리아 카르바요라고 실명을 밝힌 마사지 테라피스트가 스탠 리를 고발했습니다. 스탠 리가 지난해 4월 시카고에 업무차 방문했을 때, 호텔에서 이틀에 걸쳐 마사지 시술을 하던 중 자신을 성추행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첫날 시술에서 명백한 성추행이 있었으나 직장 상사를 통해 스탠 리가 사과의 뜻을 전했기에 그녀는 다음날 다시 시술하러 호텔에 갔습니다. 그러나 스탠 리는 다시 성추행을 반복했고 가르바요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는군요. 카르바요는 지난 3월 시카고 경찰에 스탠 리를 이미 고발한 상태이고 이번 소송을 통해서는 손해 배상금 5만 달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얄궂게도 마블 스튜디오 10주년을 기념하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개봉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라서 더욱 당혹스럽습니다. 1월에 있었던 의혹에 비해, 이번엔 정황이 구체적이고 실제로 법적인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에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겠습니다.


씨네플레이 객원 기자 안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