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녀>의 미소
소공녀

감독 전고운

출연 이솜, 안재홍

개봉 2017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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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공녀>를 보고 지난 겨울 한창 논란이 됐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한 기부자가 후원 아동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롱패딩을 사주고 싶다며 원하는 제품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나 그는 20만 원이 넘는 고가의 브랜드를 말한 아이에게 황당함을 느꼈다. 기부자가 인터넷 게시판에 사연을 올리며 사건은 제법 논란이 됐고, 해당 모금단체에서는 해명자료까지 내놓았다. 넉넉하지 않은 사정에도 후원을 이어가던 기부자의 헛헛함을 이해한다. 하지만 가난한 아이가 꿈꿀 수 있는 욕망의 상한선까지 낮아야 한다는 그 전제는 분명 의아했다.

미소 서식 환경. 미생물이나 곤충 등의 서식에 적합한 환경을 뜻하는 단어 ‘microhabitat’ <소공녀>의 영어 제목이라는 점은 절묘하다.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이솜)는 서식 환경을 찾지 못해 잘 곳을 찾아 친구네를 전전하는 인물이다. 가사도우미로 일해 번 일당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미소의 손에는 항상 담배가 들려있다. 오른 월세와 담뱃값을 감당하기 힘들어진 미소는 담배 한 갑’, ‘위스키 한 잔을 포기할 수 없어 집을 포기한다.

<소공녀>의 문영

하루만 재워줘도 괜찮아라며 과거 밴드 시절 함께하던 네 명의 멤버를 찾아가는 미소는 예기치 못한 그들 각자의 삶에 방문한다. 번듯한 회사에 다니지만 야근이 일상인 문영(강진아)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스스로의 팔뚝에 바늘을 꽂는다. 당장 한 몸 뉘일 공간조차 없는 미소를 걱정하던 관객들은 문영을 비롯한 멤버들에게서 각각 다르게 앓고 있는 2030세대의 애환을 목격하게 된다. 이어서 며느리, 이혼남, 노총각을 마주치며 여러 가지 이름으로 살고 있는 그들의 책임과 무게를 들여다본다.

밴드의 기타리스트이던 정미(김재화)는 상류층 가정에 시집가 평탄한 삶을 살고 있다(실상은 가장된 행복에 가깝다). 여기까지 와서야 미소는 겨우 신세 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정미는 미소를 향해 따가운 말들을 퍼붓는다. “참 염치없는 사람이다.” 집이 없으면서 술과 담배를 끊지 않는 미소가 철없이 잘못 살고 있다 말한다. 사실 이 영화의 발상부터가 독특하다고 여겼던 이유는 을 포기하고 기호식품인 술과 담배를 선택한 캐릭터라는 엉뚱함에 있었다. <소공녀>에 묘사된 미소는 정이 많고 밝은, 심지어 모든 면에서 사려 깊기까지 한 사람이다. 당장의 고난을 불우한 것으로 여길 생각이 없는 그는 나는 여행 중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바르게 살아가는 미소의 행동에 한가지 의아한 구석이 있다면 집과 담배의 우선순위를 혼동했다는 점이다.

<소공녀>의 정미

하지만 <소공녀>는 이 세상의 정미들을 향해 꼬집는다. 미소가 술과 담배를 포기하지 않는 까닭은 단지 젊음의 패기나 염치없음 때문이 아니다. 그건 남녀노소,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를 불문한 누구라도 가질 수 있는 취향일 뿐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소공녀>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미소의 인격이 비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언뜻 미소를 이해하라고 부추기는 영화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미소는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염치 있는 사람이기에, 담배와 위스키를 소망하는 것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취향이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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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심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