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포함,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작 소설, 영화들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버닝>

드디어 그 실체를 꽁꽁 싸매왔던 <버닝>이 모습을 드러냈다. <버닝>은 칸영화제에서 516 상영, 517 국내에 정식 개봉했다. 그리고 그간 추측만 가능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작 <헛간을 태우다>와의 유사성 역시 베일을 벗었다.
 
확실히 <버닝>은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했다. 주인공인 종수(유아인)의 직업, 해미(전종서)의 행동, (스티븐 연)의 대사까지. <버닝>은 매우 많은 부분을 원작에서 그대로 차용했다. 하지만 이창동 감독은 그 속에서 주인공의 연령층을 낮추고, ‘사랑혹은 욕정이라는 감정을 보다 극대화하여 청년이라는 소재를 좀 더 깊게 파고들었다. 또한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라 할 수 있는 결말 역시 보다 파격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럼에도 이창동 감독은 원작의 모호한 느낌은 그대로 가져왔다.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해미의 실종은 그 결과를 보여주지 않으며, 범인으로 의심되는 벤의 동기조차 알려주지 않는다. 이창동 감독은 많은 하루키의 소설들이 그렇듯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풀어나간다. 마치 굳이 부수적 설명이 필요한가?”라 말하는 듯하다. 칸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는 <버닝>을 두고 대단하고 훌륭한 영화. 관객의 지적 능력을 기대하는 시적인 미스터리한 영화라 말했다.

그렇다면, <버닝> 외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버닝>의 문학적, 시적 요소가 <헛간을 태우다>에서 비롯된 것처럼, 다른 하루키 소설 원작 영화들도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허락한 자신의 작품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영화들을 모아봤다.

버닝

감독 이창동

출연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개봉 201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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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중편 소설 / 장편 영화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동경의 대학생 고바야시 카오루는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인 고베로 간다. 그는 학교를 중퇴하고 고향에서 살고 있는 고향 친구 ‘쥐’와 함께 '제이스 바'를 드나들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느 날 카오루는 쥐와 바에서 술을 마시다 인사불성인 여성을 발견하고,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준다. 그리고 그 집에서 자게 된다. 카오루는 깨어난 여성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녀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그렇게 그들은 헤어진다. 하지만 얼마 후 카오루는 한 레코드 가게에서 그녀를 마주친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79년 발표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첫 소설이다. 당시 작은 재즈 카페를 운영하던 무라카미 하루키는 야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중 갑자기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쓰게 된다. 그는 첫 작품으로 군조 신인 문학상 수상, 아쿠타가와상 등의 후보에 오르며 화려한 데뷔를 한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는 이듬해 발표작인 <1973년의 핀볼>의 모티브가 된 작품이기도 하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81, 오모리 카즈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됐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중 최초로 영화화된 작품이다. 당시 무라카미 하루키가 일본 내에서 떠오르는 2년 차 신예 작가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르게 영화화됐다. (이후 무려 23년 후에 <토니 타키타니> 두 번째로 영화화됐다) 80년대 작품인 만큼 흑백으로 촬영되었고, 지금은 영화를 구하는 것조차 어려울 만큼 희소성 있는 작품이 됐다. 주연배우로는 현재 <심야식당>시리즈로도 유명한 고바야시 카오루가 출연했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

감독 오오모리 카즈키

출연 사카타 아키라, 마키가미 코이치

개봉 1980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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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 재습격>
단편 소설 / 단편 영화

<빵가게 재습격>
새벽 두시, 젊은 부부는 공복감에 눈을 뜬다. 하지만 냉장고에는 아무것도 먹을 것이 없다. 남편은 24시 레스토랑에 가자고 하지만 아내는 싫다고 한다. 그러다 남편은 과거, 자신이 친구와 함께 빵가게를 습격했지만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무슨 저주라도 걸린 듯 친구와 멀어졌다고. 아내는 아직도 그 저주가 우리를 맴돌고 있다며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빵가게 습격을 다시 감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부는 산탄총을 챙겨 빵가게를 재습격한다.

<빵가게 재습격> 다소 황당한 이야기를 마치 당연한 일인 듯 풀어낸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빵가게 재습격 부부가 꼭 수행해야 할 과제처럼 묘사하며, 그 과정을 덤덤히 풀어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물들이 느끼는 결핍, 상실, 충족 등을 보여준다.
 
2010년 제작된 카를로스 쿠아론 감독의 동명 단편영화에서도 그 결은 이어진다. 영화 속에서도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매우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또한 오리지널 <스파이더맨>의 커스틴 던스트와 <허트 로커>의 브라이언 개러티가 부부로 분해 상상할 수밖에 없던 부부의 뻔뻔스러운 표정도 보여준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코미디적 요소도 집어넣었다. 원작의 스토리에 여러 영화적 재미를 더한 <빵가게 재습격> 2012년 서울에서 개최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특별 프로그램에 초청받기도 했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단편 소설 / 장편 영화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요시아의 어머니는 수많은 남자들과 잠자리를 가졌지만 피임은 철저히 해왔다. 그러나 요시아를 임신하게 되고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종교집단에 의해 구조되고 종교 활동을 하며 요시아와 살아간다. 그녀는 요시아에게 너는 ‘신의 아이’라 말한다. 그러나 요시아는 늘 아버지의 부재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다 한 산부인과 의사가 자신의 아버지일 거라 의심하게 되고, 그를 따라다닌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고베 지진이후, 이를 소재로 무라카미 하루키가 집필한 단편 소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최초의 연작소설로 고베 지진을 소재로 한 여섯 편의 단편 소설 중 하나다. 하지만 작품들의 내용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공통점인 고베 지진 역시 한, 두 줄씩만 언급된다. 다만 각 단편들은 서로 다른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부재, 상실에 대한 감정, 심리를 심층적으로 보여준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2008년 미국에서 동명 장편영화로 제작됐다. 주연인 요시다와 그의 어머니 역은 당시 신인이었던 제이슨 루와 <마지막 황제>, <신해혁명>의 중국 배우 조안 첸이 맡았다. 배경이 일본에서 LA로 바뀐 등 세세한 부분은 변경됐지만 기본적인 뼈대는 <빵가게 재습격> 마찬가지로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소설에서 그려졌던 성적 묘사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는 북미 개봉 전, 2007년 개최된 시네베가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토니 타키타니>
단편 소설 / 장편 영화

<토니 타키타니>
집에 잘 들어오시지 않는 아버지와 함께 외로운 삶을 살아온 토니 타키타니. 그는 미술을 전공한 후 성공한 일러스트레이터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결혼 후 자신의 고독은 끝났다 생각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는 아내의 과한 옷 구매욕이었다. 아내가 구매한 옷들은 산더미처럼 쌓였다. 그는 아내에게 옷 구매를 자제해 달라 하고, 아내는 이를 수긍한다. 그리고 아직 입지 않은 옷을 환불하러 가는 길에 아내는 교통사고로 죽어버린다. 토니 타키타니는 아내의 장례식 후 죽은 아내와 같은 신체 사이즈를 가진 여성을 구하는 구인 광고를 낸다. 그리고 유니폼 대신 아내의 옷들을 입고 일할 것을 부탁한다.

<토니 타키타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부재, 상실, 고독 등을 끝없이 묘사하고 있다. 또한 그 내면을 1인칭 시점으로 매우 담담하게 그려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에세이 <자작을 말한다>에서 여행에서 산 티셔츠에 새겨진 ‘TONY TAKIRANI'라는 문구를 보고 이 소설을 창작했다고 한다. 이 문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단순히 ’TONY TAKIRANI'란 제목의 소설이 써보고 싶었다고. 실제 <토니 타키타니> 영어가 섞인 '토니 타키타니'란 이름에 대한 이야기로 소설이 시작된다.
 
<토니 타키타니>는 2004년 이치카와 준 감독에 의해 동명 장편 영화로 제작됐다. <토니 타키타니>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원작 영화들 중 원작을 매우 잘 살렸다는 평을 받는 영화다. 소설의 공허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3인칭 내레이션, 색감 등으로 매우 잘 연출했다는 평을 받았다. <전장의 크리스마스>, <레버넌트>, <남한산성> 등의 영화에서 음악을 맡은 일본 영화 음악계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의 OST도 영화의 우울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김혜리 평론가는 정확히 더한 만큼 빼지만 남은 것이 처음보다 작은 기묘한 이야기라 평하기도 했다. (주연을 맡은 오가타 이세이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닮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상실의 시대> (원제 : <노르웨이의 숲>)
장편 소설 / 장편 영화

<상실의 시대>
30대 후반인 와타나베 토오루는 독일에서 비틀즈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을 듣는다. 그리고 자신의 청년 시절을 회상한다. 그는 자살한 친구 키즈키, 키즈키의 연인 나오코, 자신의 대학시절 연인 미도리 등 자신과 연관된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와타나베는 그들과 있었던 만남, 이별,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며 여러 감정을 느낀다.

<상실의 시대>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소설이다. <상실의 시대>는 전까지 초현실적이고 난해한 이야기를 다루었던 무라카미 하루키가 처음으로 그런 부분을 빼고,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연애소설이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하루키의 대표적 특징을 뺀 <상실의 시대>는 일명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키며 그를 세계적 사랑을 받는 작가로 만들어줬다. 그의 소설 중 가장 많은 판매 부수를 올린 작품이기도 하다. 처음 국내에 출간될 때는 <노르웨이의 숲>이란 제목으로 출간됐지만 인기를 끌지 못해, <상실의 시대>란 제목으로 출간됐다. 그리고 하루키 신드롬이 일어난 후, 다시 원제로 출간되기도 했다.
 
<상실의 시대><그린 파파야 향기>, <써클로> 트란 안 홍 감독에 의해 2010년 영화화됐다. <상실의 시대>는 그 이름값에 걸맞게 <화양연화>의 리판빙 촬영감독, 영국의 유명 록밴드 라디오헤드 등 화려한 제작진이 참여했다. 하지만 막상 영화화된 <상실의 시대>는 많은 관객들에게 많은 혹평을 받았다. 일본에서는 약 13만 명, 국내에서는 약 2만 명으로 흥행에 참패했으며, 평단에게도 그리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원작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평이 넘쳐났고, 주인공이었던 나오코가 미스 캐스팅이었다는 평 역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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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