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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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지운
출연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
개봉 2018 한국
김지운 감독의 <인랑>이 개봉했다. 2016년 개봉한 <밀정>에 이은 2년 만의 신작이다. 돌아보면 김지운 감독은 1998년 <조용한 가족>으로 데뷔한 이래 대체로 2~3년에 한 편씩 영화를 만들어왔다. 감독 데뷔 이전 10년 간 백수로 지냈다고 하는데 감독이 된 다음에는 꽤 부지런한 삶을 보내는 듯하다. 그의 성실한 영화 인생 가운데 다섯 편을 추려서 소개해보려 한다. 20년의 시간 동안 그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왜 그를 장르의 마술사라고 부를 수 있는지 그 흔적을 쫓아간다.
코미디를 요리하다
반칙왕(2000)
김지운의 데뷔작 <조용한 가족>은 코믹잔혹극이라는 신종 하이브리드 장르 영화였다. 이 혼종이 낯설다 보니 제작사 명필름은 감독 선정에 애를 먹는다. 결국 시나리오를 쓴 김지운에게 감독까지 하라고 해서 데뷔하게 된다다. <반칙왕>을 이야기하면서 데뷔작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하이브리드라는 단어를 끌어오기 위해서다. 김지운의 두 번째 영화 <반칙왕>은 코미디+드라마+액션의 혼합물이다. 기본적으로는 코미디였다. <넘버 3>로 이름을 알린 송강호는 <조용한 가족>을 지나 <반칙왕>에 이르러 완성형의 코미디를 선보였다. 물론 그 코미디에는 삶의 애환, 진실이 담겨 있다. 레슬링 액션은 덤이다. 김지운 감독의 데뷔 초기, 그는 코미디에 기반한 탁월한 이야기꾼 정도라고 볼 수 있었다.
- 반칙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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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장진영
개봉 2000 대한민국
스타일에 꽂히다
장화, 홍련(2003)
한적한 시골. 아마도 일제강점기 시절의 부자가 살던 별장 같은 집이 있다. 그곳에 사는 소녀들. 나풀거리는 잠옷을 입은 두 소녀는 호숫가에 발을 담그고 살짝살짝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카메라는 잔잔한 파동을 담는다. 이때 기타 선율이 들리기 시작한다. <장화, 홍련>은 공포영화지만 이 영화를 다시 떠올릴 때면 위와 같은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장화, 홍련>은 장르적으로도 그렇고 스타일적으로도 김지운의 두 전작과는 많이 달랐다. 당연하 이야기지만 코미디는 사라졌다. 그 빈자리를 채운 건 스타일, 즉 미장셴이다. <장화, 홍련> 이후 김지운 감독을 스타일리스트라고 부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장화, 홍련>은 지금까지 가장 잘 만든 국내 공포영화로 손꼽힌다.
- 장화, 홍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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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지운
출연 임수정, 염정아, 김갑수, 문근영
개봉 2003 대한민국
누아르에 탐닉하다
달콤한 인생(2005)
누아르라는 장르는 묘하게 쿨해 보인다. ‘쿨하다’는 표현 자체가 이제는 식상하고 더 이상 쿨하지 않은 것 같지만 <달콤한 인생>이 개봉한 13년 전이라면? 누아르의 부활(?)은 진정 쿨한 일이었다. 사실 국내에서 제대로 된 누아르 영화는 거의 없었다. 1995년 장현수 감독의 <게임의 법칙>이 유일해보였다. 이병헌을 내세운 <달콤한 인생>은 분명 한국 누아르의 부활 혹은 진화 혹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군데군데 유머러스한 면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달콤한 인생>은 김지운 감독이 탐닉한 누아르 장르에 대한 해답이라고 봐도 좋겠다. <장화, 홍련> 이후 더 진화한 미장셴으로 완성한 김지운식 누아르는 11년이 지난 뒤 <밀정>에서 다시 보게 된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영화 <달콤한 인생>(La Dolce Vita)에서 제목을 빌려온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에 대해 좀더 궁금하다면 개봉 당시 김지운 감독이 직접 쓰고 ‘씨네21’에 게재된 제작기를 보길 추천한다.
- 달콤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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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지운
출연 이병헌, 김영철, 신민아
개봉 2005 대한민국
어떤 점에서는 <조용한 가족>과 <반칙왕>이 한 영화고,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이 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이 네 영화를 한 사람이 만들었다는 걸 알고 놀랐다고 누군가 이야기하더라. 앞의 영화들이 이야기성을 가지고 만들었다면, <장화, 홍련>과 <달콤한 인생>은 시청각적인 느낌과 이미지로 표현해보고 싶은 또 하나의 욕구가 있었다. 특히 <달콤한 인생>은 어렸을 때 봤던 누아르나 액션영화에서 받았던 시청각적인 쾌감을 온전하게 관객에게 되돌려주고 싶은 것이 영화적 동기가 됐던 것 같다. 사실은 그게 이 영화를 만들었던 큰 모티브 중 하나다.
-2005년 ‘씨네21’ 인터뷰 중 김지운 감독의 말
웨스턴을 재해석하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을 이해하는 가장 올바른 문장은 ‘만주 웨스턴의 계보를 잇는다’가 아닐까. 누아르에 이어 김지운 감독이 부활시키고 재해석한 장르가 웨스턴 즉 서부극이다. 서부극은 미국에서 시작된 할리우드의 장르지만 이탈리아에서 변주돼 스파게티 웨스턴, 마카로니 웨스턴으로 진화했다. 이후 수정주의 서부극도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1960~70년대 일제강점기 만주 일대를 배경으로 한 서부극이 존재했다. 이만희 감독의 <쇠사슬을 끊어라>(1971)라는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 장르를 21세기 다시 불러낸 영화가 <놈놈놈>이다. <놈놈놈>에는 <조용한 가족> <반칙왕>의 송강호, <달콤한 인생>의 이병헌과 함께 정우성이 출연했다.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들로 채운 화려한 캐스팅과 더불어 중국 현지 로케이션으로 완성된 미술도 볼거리였다. 기차 강탈 신을 한국영화에서 볼 줄이야. <놈놈놈>은 김지운 감독의 가장 큰 도전이 아니었나 싶다. <놈놈놈>은 칸국제영화제 초청돼기도 했다. 제목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석양의 무법자>의 원제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에서 따왔다.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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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
개봉 2008 대한민국
극단에 가다
악마를 보았다(2010)
<악마를 보았다>는 극단의 미학을 보여준 스릴러 영화다. 영화등급위원회의 제한상영가 판정이 그 증거다. 극장 개봉을 위해 재편집하기 이전의 영화는 어땠을지 상상하기 힘들다. <악마를 보았다>를 향한 상반된 평가가 존재한다. 영화적 평가는 잠시 미뤄두자. 말하고 싶은 건 김지운 감독은 자신이 만들고 싶었던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 영화를 본능적인 감각으로 다루고 싶었고 끝까지 가는 지독한 복수극으로 만들고 싶었다.” 김지운 감독이 <씨네21>과 한 인터뷰의 이 말은 현실이 됐다.
김지운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주목해볼 영화 5편을 살펴봤다. 한 가지 빠진 작품이 있다. SF영화 <인류멸망보고서>에서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천상의 피조물>이다. <반칙왕>부터 <악마를 보았다>까지 김지운 감독은 코미디, 공포, 누아르, 웨스턴, 스릴러에 도전했다. <천상의 피조물>에서 SF 장르도 맛을 봤다. SF, 액션 영화 <인랑> 이후 김지운 감독의 또 다른 장르 탐험이 계속 될 것 같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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