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의 신작 <공작>이 개봉했다. 실화에 기반한 첩보 영화 <공작>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모르고 있었던 현대사의 한 단락이 고스란히 옮겨져 있다. 이를 비롯한 <공작>의 주요 포인트 다섯 가지를 짚어봤다. 알고 보면 더 보이는 이야기지만 스포일러에 민감하다면 주의를 바란다.

공작

감독 윤종빈

출연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개봉 201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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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스파이 ‘흑금성’ 실화 뭐길래

<공작>은 윤종빈 감독이 차기작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흑금성’ 사건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됐다. 실제로 영화는 흑금성 사건 상당 부분을 그대로 영화에 녹여 냈다. 윤종빈 감독을 비롯해 출연 배우들도 입을 모아 이 사건은 알려야 한다는 사명으로 임했다고 하는데.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으로 남은 흑금성실화는 과연 어떤 내용일까?

<공작>의 흑금성

<공작>에서 황정민이 맡은 배역 박석영은 실존 인물 박채서(64)씨를 모델로 그려졌다. 육군 3사관학교를 졸업해 소위가 된 그는 전두환의 12.12 쿠데타로 형성된 육사 중심의 카르텔에서 출세길이 막혔다. 그에게 탈출구가 된 것은 공작단이다. 그는 한미 합동 공작팀인 902정보대에 팀장으로 활약하며 당시 초미의 화두였던 북한의 핵 개발에 여부를 확인해 실력을 인정받는다. 이후 그를 눈여겨 본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 채용돼 북한 침투를 위한 신분 위장에 나선다. 이때 그에게 부여된 코드네임은 흑금성. 그는 수년간 공을 들여 북한과 연결고리를 쥐는데 성공해 광고기획사 아자커뮤니케이션과 손잡고 남한 최초의 북한 광고 사업에 나선다.

실제 흑금성이었던 박채서(왼쪽) / 1997년 2월 당시 남북합작 광고 시안 발표 기사(출처:<시사저널>)

흑금성은 한국 첩보 공작 사상 최초로 북한의 안보라인을 뚫은 스파이였다. 그러나 작전 수행의 마무리 단계에서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고 마는데. 1997년 당시 남한은 대선을 앞두고 새정치국민회의의 김대중 후보가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예상과 달리 북한은 다루기 어렵고 노련한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가장 꺼렸다. 이에 따라 북한과 남한의 물밑작업이 이뤄지며 흑금성은 의문을 품는다. 대선 정국의 북풍공작에 휩쓸려 흑금성은 국가보안법 위반 범법자로 전락해 징역을 받았으며, 2016 5 31 6년 형기를 만기 출소한다. 여전히 알려진 게 전부가 아니다는 입장의 박채서는 옥중에서 쓴 회고록을 가지고 세상에 나왔다.


최초의 북파 공작원 영화

<공작>이 그려내는 서사가 독특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간 남북 첩보를 소재로 한 영화들에는 남파 간첩만 등장해왔다. <의형제>, <은밀하게 위대하게>, <용의자> 등의 영화가 그 예시다. 국민들조차 북파 간첩의 존재 자체를 잘 상상하지 못했다. 윤종빈 감독은 북파 공작원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왜 영화에서 다루지 않았을까를 고심했다. 그러나 영화 제작에 착수한 시점 윤종빈은 그 까닭을 알아차린다. 북파 공작원 캐릭터를 표현할 북한 배경이 부재했기 때문. 군사분계선 너머의 가깝지만 갈 수 없는 나라, 북한과 평양의 모습을 카메라가 직접 담아낼 수는 없었다. 평양의 모습을 재현하는 작업이 큰 난관이었다.

그러나 <공작>에는 꽤 성공적인 평양의 재현이 담겼다. 다수의 매체가 시사회 이후 이에 대해 칭찬을 쏟아냈다. 그동안 영화에서 접할 수 없었던 평양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에서 오는 낯섦과 신비함 때문일 것이다. 윤종빈 감독은 북한 장면 재현은 제작진이 안은 가장 큰 숙제였다연변이나 북한에서 촬영한 해외 팀의 영상 소스를 구입해 합성과 CG 작업을 거치기도 했고, 큰 비용을 들인 세트장도 적극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전했다.


'구강 액션' 선보이는 서늘한 첩보물

화려한 액션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공작>에 실망할 수도 있다. <공작>에는 그 흔한 액션 장면 하나 등장하지 않으면서 긴장감을 이어나가는데, 황정민은 이것을 구강 액션 영화다라는 말로 설명했다. 기예에 가까운 무술과 총탄이 오가는 스파이물이 아니다. 남측과 북측 각 인물들이 속내를 숨긴 채 수를 두는 치열한 들이 총칼을 대신하고 있다. 윤종빈 감독은 많은 관객이 첩보물 하면 <미션 임파서블>이나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를 떠올린다. 하지만 한국의 스파이 실화가 주는 재미가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액션을 첨가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고 여기에 모든 구성원이 동의했다는 변을 밝혔다.

실제로 <공작>은 실화에서 오는 무게감과 배우의 존재감으로 꽉 채워 완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정민이 연기한 박석영은 북 고위 간부 리명운(이성민)과 연신 줄타기를 한다. 그뿐이 아니다. 박석영은 철저한 군인 기질로 재차 의심을 거듭하는 북의 안보부 과장 정무택(주지훈)과도, 안기부 실장이자 상관인 최학성(조진웅)과도 기 싸움을 해야 하는 캐릭터다.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과 그에 뒤지지 않는 배우 주지훈 네 사람의 묵직한 협연에 감독의 선택을 수긍하게 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환생?
(왼쪽)김정일 생전 모습 / 기주봉

<공작>의 다른 묘미는 흑금성이 북한의 국방위원장 김정일을 대면하는 신에 있다. 영화에서 재현한 김정일의 모습은 놀랄 만큼 흡사한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이를 연기한 배우는 다름 아닌 중견배우 기주봉. 실제 인물의 말투나 걸음걸이를 카피한 것에서 나아가 흠잡을 데 없이 닮아있는 외모가 눈길을 빼앗는다.

(왼쪽)링컨 실제 모습 / 영화 <링컨>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

그 비결을 알고 보니 <링컨>에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링컨 대통령의 생전 모습과 똑같이 변신시킨 해외 분장팀의 공 덕분이라는데. 윤종빈 감독은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영화 속 김정일을 김정일로 믿는 것이 중요했다면서, “<링컨>의 분장을 담당했던 할리우드 분장팀을 비용을 들여서라도 섭외해야 했다. 그들에게 세 명의 배우 후보군을 알려줬는데, 가장 똑같이 구현할 수 있는 배우로 기주봉 선생님을 찍었다고 비화를 밝혔다.


남북 합작 광고의 산증인, 가수 이효리
2005년 남북 합작 광고 촬영 당시 조명애(왼쪽), 이효리

유일하게 남은 남북 합작 광고인 휴대폰 광고는 흑금성 실화에서 너무도 중요한 사건이었다. 남한의 대표 가수 이효리와 북한의 무용수 조명애가 만나는 광고는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민박집 주인 이효리를 영화에 등장시키는 일은 쉽지 않았다. 과거 본인 스스로를 재연해야 했던 데다 해당 광고의 연출가가 국정농단의 주요 인물 차은택이었기 때문. 윤종빈 감독은 황정민, 김제동, 이효리에 이르는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 그녀에게 출연을 부탁했다. 호쾌하게 수락한 이효리는 막상 대본을 보고 부담을 느껴 주저했다. 하지만 중요한 장면을 이렇게 놓칠 윤종빈이 아니다. 윤종빈 감독은 결국 살려주십쇼라고 그녀에게 편지를 써서 겨우 승낙을 받았다.

43초부터 1분 17초까지 광고 풀 영상이 나온다.

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심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