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노팅힐에서 작은 여행 서점을 운영하며 지내고 있는 윌리엄 태커( 그랜트). 그는 이혼한 뒤 독신의 괴짜 친구 스파이스(리스 아이판스)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에게 일상을 뒤흔드는 재밌는 사건이 있을 리는 만무하고 늘 서점 매출에 시달리며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죠.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깁니다. 전 세계적인 스타이자 평소 선망하던 여배우인 안나 스콧(줄리아 로버츠)이 그의 서점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죠. 긴장한 마음에 우왕좌왕하던 그는 사인 한 장 받지 못한 채 그녀를 보냅니다. 하지만 몇 분 뒤, 그는 길모퉁이를 돌던 안나와 부딪혀 손에 들고 있던 오렌지 주스를 그녀의 옷에 쏟으면서 그녀와의 인연을 이어가게 됩니다.

대스타와 일반인의 사랑. 혹은 유명인과 일반인의 사랑. 이건 백마 탄 왕자님의 다른 버전쯤 되지 않을까요. <노팅힐>이 달리하는 부분이 있다면 백마 탄 '왕자'가 아닌 '공주'이고, 알고 보니 그녀 역시 나와 (혹은 우리들과)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거겠죠. 이 영화에 대해 살짝 날을 세워 얘기할 수 있는 부분도 있겠지만, <노팅힐>은 그런 것들을 상쇄할 만큼 달콤한 영화입니다.

우선, 20여 년 만에 다시 본 이 영화는 (그렇더군요! 벌써 이 영화의 개봉이 1999)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이 될 여러 자격을 갖추고 있습니다. 시원하게 웃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줄리아 로버츠와 강아지처럼 처진 눈으로 사랑을 담아 바라보는 휴 그랜트는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들이 연기한 캐릭터 역시 자신의 행동에 실수는 있어도 악의는 없는 캐릭터들이죠. 이야기는 심플하지만 오로지 사랑을 향해 달려갑니다. 세계적인 여배우가 내 앞에서 "Don't forget. I'm also just a girl, standing in front of a boy, asking him to love her. 잊지 말아요. 난 그저 한 남자 앞에서 사랑을 바라는 한 여자일 뿐이라는걸."이라는 대사를 할 때 심쿵 하지 않을 남자는 없을 테니까요.

이 영화의 각본을 쓴 리처드 커티스는 로맨틱 코미디를 잘 쓰기로 정평이 난 사람입니다. 그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추얼리> 최근에는 <맘마미아! 2>의 각본을 쓰기도 했습니다.

안나는 윌리엄에게 호감을 갖고 다시 만날 것을 제안합니다. 이날은 윌리엄 동생의 생일이라 두 사람은 함께 가게 되죠. 친한 친구 몇 명이 모인 생일파티. 세계적인 스타의 등장에 놀라는 친구도 있고, 그녀를 그저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도 있고, 말해주기 전까지 그녀의 존재에 대해 모르는 친구도 있습니다. 처음의 어색했던 분위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풀려가고 디저트 시간에 이르자 그들은 어느새 가까워집니다.

그들은 마지막 한 조각 남은 브라우니를 이 중에서 가장 불쌍한 사연을 말하는 친구에게 주기로 합니다. 그들은 각자 자신이 얼마나 불행한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한 친구는 말합니다. 증권가에서 일하는데 일도 잘 못하고 남들이 다 하는 승진도 못 하고 사춘기 이후 여자 친구도 없고 날 원하는 사람도 없다고요. 여동생은 런던 최악의 레코드 가게에서 힘들게 일하고 난폭한 남자들에게 매력을 느끼는 자신의 처지를 탓합니다. 한때 윌리엄이 좋아했지만 지금은 절친의 아내가 된 그녀는 불의의 사고 이후 팔 다리는 멀쩡하지만 척추 이상으로 휠체어에서 움직일 수 없는 자신의 상태를 얘기합니다. 이때 안나는 이 중에서 가장 불쌍한 건 자신이라고 말합니다. 19살 때부터 매일 다이어트를 해야 했고, 자신을 때린 안 좋은 남자 친구도 있었으며 자신이 상처를 받을 때마다 신문에서 재밌다고 떠들어댄다고 말이죠. 고통스러운 성형도 해야 했고, 나이가 들어서 외모가 변하면 연기 못 하는 것도 들통나고 그럼 불쌍한 중년 여인이 될 거라고 말이죠. 갑자기 이내 숙연해지지만 이내 누군가 분위기를 띄웁니다. “에이~ 시도는 좋지만 아무도 안 속아요. 브라우니를 얻으려는 애처로운 연기였군요!” 하지만 안나의 얘기가 연기가 아니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영화 <노팅힐>은 대스타와 일반인이라는 설정 아래 그들이 넘어야 할 산과 남녀 간의 작은 오해와 엇갈림을 계속해서 배치하지만 영화를 보는 우리는 불안해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헤어질 거라고 절대 생각하게 되지 않거든요. 그들의 만남은 운명이니 어서 오해를 풀고 만나주길. 서로의 마음을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주길. 더 용기를 내어 주길! 로맨틱 코미디의 결말은 언제나 우리를 안심시키는 해피엔딩이니까요.

노팅 힐

감독 로저 미첼

출연 줄리아 로버츠, 휴 그랜트

개봉 1999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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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메뉴 따라 하기

가장 불쌍한 사람에게 달콤한 브라우니로 위로를 해주자는 아이디어는 일견 타당해 보입니다. 우리의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단 것을 당기게 한다고 밝혀졌거든요. 브라우니는 초콜릿을 듬뿍 넣어 만드는 초콜릿 디저트입니다. 브라우니는 색깔 때문에 브라우니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스코틀랜드 전설 속에 나오는 요정이라고 해요. 밤이 되면 나타나 집안일을 하고 사람들이 깨기 전에 사라진다고 하는 착한 요정 이름입니다. 혹시 오늘 울적했다면, 진한 브라우니로 기분을 달래보세요.  


브라우니

재료
다크초콜릿 150g, 버터 120g, 달걀 3, 설탕 120g, 박력분 80g, 코코아 파우더 15g, 호두 80g

만드는 법
1. 볼에 초콜릿과 실온의 버터를 넣고 전자레인지에 녹이거나 중탕으로 부드럽게 녹인 뒤, 약간 식도록 놓아둔다.
2. 다른 볼에 달걀 3개를 푼 뒤, 설탕을 넣고 서걱거리는 소리가 줄어들 때까지 거품기로 섞는다.
3. 의 초콜릿을 조금씩 흘려 넣으며 거품기로 잘 섞는다.
4. 체 친 밀가루와 코코아 파우더, 호두를 넣고 주걱으로 고루 섞는다.
5. 준비된 틀에 테플론 시트나 유산지를 깔고 의 혼합물을 붓는다.
6. 170로 예열된 오븐에서 30분가량 구우면 완성.


파란달 / 요리 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