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공영방송의 버팀목이자 자금줄 역할을 해왔던 공영방송협회(Corporation for Public Broadcasting, 이하 CPB)가 설립 58년 만에 문을 닫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 전액 삭감 조치에 맞서, 조직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후의 결단'을 내린 것이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CPB 이사회는 지난 5일 투표를 통해 조직의 완전한 해산을 결정했다.
◆ "예산 0원... 더 이상 존재 이유 없다"
CPB의 해산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는 "공영방송이 편향됐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CPB에 배정된 약 11억 달러(한화 약 1조 5천억 원) 규모의 연방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로라 로스(Laura Ross) CPB 의장은 "자금이 끊긴 상황에서 조직을 유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무엇보다 빈 껍데기가 된 CPB가 향후 나쁜 의도를 가진 세력(Bad Actors)에 의해 정치적 선전 도구로 악용될 소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해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공영 미디어의 무결성을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 '세서미 스트리트'의 산실, 역사 속으로
1967년 린든 B. 존슨 대통령 서명으로 설립된 CPB는 지난 반세기 동안 PBS(TV)와 NPR(라디오)의 가장 큰 후원자였다. '세서미 스트리트' 같은 교육 프로그램이나 양질의 뉴스 콘텐츠가 제작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CPB를 통한 연방 정부의 지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해산 결정으로 미국 전역의 1,500여 개 공영 라디오 및 TV 방송국은 연방 지원금이라는 든든한 우산을 잃게 됐다.
◆ 지역 방송국 '줄도산' 공포
대형 후원자가 있는 뉴욕이나 워싱턴 D.C.의 방송국들은 버틸 여력이 있지만, CPB 지원금 의존도가 높은 시골 지역(Rural Area)의 소규모 방송국들은 당장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 WSJ는 "상업 방송이 닿지 않는 지역에 뉴스와 비상 경보를 전달해 온 풀뿌리 미디어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며 미국 미디어 생태계의 다양성이 크게 훼손될 것을 우려했다.
CPB는 남은 행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보유 중인 방대한 방송 아카이브를 메릴랜드 대학 등에 이관한 뒤, 2026년 중 완전히 간판을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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