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틴 영화에는 수능을 앞둔 학생들의 고민이 없다. 하이틴 영화는 명암을 제거한 채 화창하고 싱그럽기만 하다. 그러나 한국 고등학생들이 진짜 그렇던가. 밤 10시면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고, 모의고사 등수로 서열이 매겨지고, 그야말로 “성적이라면 젊음도 갖다 바치는” 것이 한국 고등학교의 현실이다. 오죽하면 드라마 〈SKY 캐슬〉이 ‘한국식 하이틴’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겠는가.
오는 5월 13일 개봉하는 영화 〈교생실습〉은 바로 그 현실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영화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로 1020 여성 관객들 사이에 '걸스나잇 무비' 신드롬을 일으킨 김민하 감독의 신작으로, 전편에 이어 “개쩌는 호러블리 코미디”라는 독특한 장르를 표방한다. 영화는 겉으로는 키치하고 가벼워 보이지만, 기저에는 무너진 교권과 비대해진 사교육, 성적지상주의 등 감독의 묵직한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전편에 이어 학생과 교육에 관심을 둔 감독의 시선은 한결같이 따뜻하다.

〈교생실습〉은 〈살목지〉는 감히 엄두도 못 내는 ‘쫄보’를 위한 ‘착한’ 호러 코미디다. 영화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수능 귀신에 맞서 죽음의 모의고사를 치르게 된 열혈 MZ 교생 은경(한선화)과 흑마술 동아리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다시 한번 피식거리게 만드는, ‘착한 병맛’ 유머코드는 전편에 이어 여전하다. 그러면서도 흔히 말하는 ‘자기복제’는 면했는데, 픽셀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으로 다채롭게 변주를 준 연출이 영리하다. 부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로 시작된 이 시리즈의 명맥이 끊기지 않고 계속되길 응원하게 만든다.
그러나 전편에 비해 귀신 분장은 리얼해지고 세트 미술은 화려해져 ‘날것’의 재미는 다소 옅어졌다. 더불어, 영화에서 교권과 사교육, 성적지상주의 등의 문제를 모두 아우르려다 보니 코미디보다 메시지가 앞선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이라면 젊음도 갖다 바치는" 학생들과 그 곁을 지키려는 선생님들에게 웃음으로 눈물 닦아주는, 스승의 날에 딱 걸맞은 K-하이틴 영화다.

지난 29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교생실습〉의 언론배급시사회에 이어 배우 한선화, 홍예지, 이여름, 이화원, 유선호, 김민하 감독이 참석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배우들과 감독은 영화를 관람한 국내 취재진의 질의에 응답했다.
영화는 밝고 톡톡 튀는, 한선화 배우가 지닌 캐릭터에 많은 몫을 기댔다. 열혈 MZ 교생 은경을 맡아 극을 끌고 가는 한선화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게 뭐지’ 싶었다. 그만큼 되게 독특했고 궁금했고 개성이 아주 넘치는 시나리오였다”며 작품을 제안받았을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한선화는 “감독님과 미팅을 하며, 연출과 메시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뚜렷한 의도가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무서운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잘 보지 못하는데,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을 보고는 죽자고 무섭게 만든 게 아니라, 의미와 재미가 있는 영화라는 것을 알고 믿음이 생겼다”며 작품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흑마술 동아리 ‘쿠로이소라’ 3인방을 연기한 홍예지, 이여름, 이화원의 시너지도 빛났다. 흑마술 동아리의 리더 아오이 역의 배우 홍예지는 “즐기는 자를 이기는 사람은 없다고, 정말 말 그대로 ‘걸스 나잇’을 많이 하며 촬영을 즐겼다”며 화기애애했던 현장에 대해 전했다. 스크린 데뷔에 나선 우주소녀 이여름은 “감독님의 전작에 참여한 우주소녀 은서 언니가 현장의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는 얘기를 했다”며 “내가 연기한 리코는 흑마술 동아리 3인방 중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첫 스크린 데뷔를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표현해보고 싶었다”며 영화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김민하 감독의 전작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에서 단역을 맡은 데 이어 〈교생실습〉에서는 주연 ‘하루카’ 역으로 돌아온 배우 이화원은 “전작이 개성이 뚜렷하고 독특했다. 이번 작품은 기대 이상으로 더욱 다채로워지고 재밌어졌다”고 전했다. 한편, 파격적인 비주얼의 400살 먹은 요괴 ‘이다이나시’를 맡은 배우 유선호는 모든 대사를 일본어로 소화했다. 유선호는 “일본어를 하나도 할 줄 몰랐다. 아침에 날이 밝을 때까지 일본어를 외웠던 것 같다. 선생님이랑 음성 메시지도 주고받으면서 연습을 했고, 꿈에서도 내가 일본어를 하고 있더라”며 치열했던 연기 준비 과정에 대해 전했다.
이날 김민하 감독은 “〈여고괴담〉 ‘호러 코미디’ 버전, 〈여고괴담〉 뉴 제너레이션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에 이어 여고 호러 코미디물을 연출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형사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베테랑〉이라면, 선생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교생실습〉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민하 감독은 이날 영화를 기획하게 된 배경에 대해 사뭇 묵직한 답을 전했는데, 김 감독에 따르면 〈교생실습〉의 출발은 2023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민하 감독의 단편 〈버거송 챌린지〉가 교육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된 날은, 서이초 선생님의 49재 추모 주간이었다. 김 감독은 “〈버거송 챌린지〉에는 가난한 반장을 지켜주는 선생님이 나온다. 그 영화를 본 선생님이, 본인이 위로를 받았다며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고 하셨다”며 선생님들의 슬픔을 다루는 영화를 구상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거기에 일제강점기 ‘서당 사냥’의 역사, 그리고 27조 규모를 넘긴 비대한 사교육 시장에 대한 문제의식이 더해지며 〈교생실습〉의 이야기가 완성됐다. 김 감독은 “흥행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학교를 지키고 계신 선생님들께 그들의 슬픔에 공감하고 연대하고자 하는 영화가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라고 영화의 의의에 대해 언급했다.
영화 〈교생실습〉은 오는 5월 13일 CGV 단독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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