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픈 기억을 우아하게 재구성해내는, 카를라 시몬 감독의 신작 〈로메리아〉가 현실과 꿈이 맞닿은 보도 스틸 8종을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로메리아〉는 어릴 때 부모를 잃은 18살의 마리나가 어머니의 일기장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감춰진 비밀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로, 〈알카라스의 여름〉으로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스페인 감독 카를라 시몬이 실제 자신의 경험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특히 프랑코 독재 이후 1980년대 자유화 시기를 살아간 청춘들의 찬란하고도 아픈 초상을 배경에 깔고 있다.

‘가족 3부작’ 또는 ‘여름 3부작’으로 통하는, 〈프리다의 그해 여름〉(2017)과 〈알카라스의 여름〉(2022)에 이은 이번 작품에서, 카를라 시몬은 햇살이 반짝이는 해안 풍경과 절제된 감정을 통해 개인과 시대의 기억을 현재의 감각으로 되살리며 시적인 영화 세계를 펼쳐 보인다.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예측 불가능한 가족의 얼굴을 포착해내는 카를라 시몬의 독보적 재능”(Screen International), “리얼리즘에서 한 걸음 벗어난 선택이 그녀의 최고작을 완성했다”(International Cinephile Society)는 찬사를 얻었다.

공개된 8종의 스틸 이미지는 부모의 흔적을 좇아 낯선 가족들 사이로 들어가게 된 마리나의 복잡한 감정과, 눈부신 여름 풍경 속에 스며 있는 시대의 공기를 섬세하게 담아낸다. 먼저 붉은 가디건 차림으로 캠코더를 손에 든 채 바다를 응시하는 마리나의 모습은, 스스로 기록자가 되어 잃어버린 가족의 기억을 더듬어 가는 여정을 암시한다. 이어 긴 테이블 앞에 앉은 조부모의 굳은 표정에서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 가족의 거리감과 긴장이 감돌고, 붉은 원피스를 입은 채 가족들 사이에 홀로 서 있는 마리나의 모습은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인물의 낯선 감각을 전한다. 또한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기대어 미묘한 표정을 짓는 장면에서는 신예 배우 루시아 가르시아의 앳되면서도 사려 깊은 얼굴이 돋보인다. 마지막 세 이미지는 기억과 꿈 사이를 유영하는 듯한 몽환적인 감각을 드러내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확장해 온 카를라 시몬 감독의 새로운 영화적 시도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로메리아〉는 프랑코 독재 이후 자유와 해방의 열망이 폭발하던 1980년대 스페인의 ‘라 모비다(La Movida)’ 세대를 배경으로, 그 시대를 통과한 부모 세대의 찬란하고도 위태로운 청춘을 현재의 시선으로 다시 불러낸다. 음악과 예술, 새로운 문화가 거리를 가득 메우던 자유화의 분위기 속에서도, 약물과 AIDS 같은 시대의 그림자는 함께 드리워져 있었다. 카를라 시몬 감독은 그 시절의 빛나는 순간들과 상처의 흔적을 바다와 햇살, 그리고 꿈결 같은 이미지들 위에 겹쳐내며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져 있던 기억을 섬세하게 복원해낸다.

현실과 꿈이 맞닿은 보도 스틸을 공개한, 올봄 가장 눈부신 기억과 마주하게 할 영화 〈로메리아〉는 오는 5월 27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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