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영화 시상식 ‘아카데미 시상식’이 오는 2월 24일 일요일(현지시간)에 열렸다. 많은 작품과 배우들이 각 분야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고 싶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부문 당 상은 단 하나. 매년 상을 놓고 이뤄지는 치열한 경쟁 속에 눈여겨볼 만한 경쟁이 있다. 바로 한 영화 속 두 배우가 같은 분야에 노미네이트 되는 것. 이 경쟁은 특히 조연상 부문에서 볼 수 있는데, 올해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가 그러하였다. 이에 최근 10년 간 아카데미 조연상을 향한 한 영화 속 두 배우의 접전을 모아보았다.


(좌) 에이미 아담스 (우) 비올라 데이비스

2009년 제 81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

<다우트>

에이미 아담스 VS 비올라 데이비스

1964년 성 니콜라스의 교구 학교를 배경으로 증거 없는 의심에서 촉발된 신부와 교장수녀의 갈등을 다룬 영화 <다우트>. 주연 배우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과 메릴 스트립의 명연기뿐만 아니라 조연들의 호연 또한 익히 알려져 있는 이 영화는 실제로 주조연 네 인물 모두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신부와 교장 수녀 사이에서 갈등하며 혼란스러워 하는 ‘제임스 수녀' 역의 에이미 아담스는 두 명배우 사이에서 밀리지 않는 긴장감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2009년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같은 영화로 함께 후보에 이름을 올린 이가 있었으니. 신부와 엮이게 된 어린 흑인 아이 ‘도널드’의 엄마 역을 맡은 비올라 데이비스는 짧은 출연임에도 불구하고 메릴 스트립의 연기에 맞서며 밀도 높은 연기를 보여주어 에이미 아담스와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이 해 여우조연상의 영예는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의 페넬로페 크루즈에게 돌아갔다. 아쉽게도 수상에 실패한 비올라 데이비스는 2017년 <펜스>로 여우조연상에 다시 한 번 도전, 수상에 성공하였다. 비올라 데이비스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 세 차례 후보에 지명된 흑인 배우이기도 하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페넬로페 크루즈


(좌) 안나 켄드릭 (우) 베라 파미가

2010년 제 82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

<인 디 에어>

안나 켄드릭 VS 베라 파미가

1년 322일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해고하는 해고 전문가 '라이언(조지 클루니)'. 천만 마일리지를 모으겠다는 일념 아래 열심히 출장 생활을 하던 그에게 어느 날, 그의 인생을 뒤흔드는 두 여자가 등장한다. 온라인 해고 시스템을 개발한 신입 사원 '나탈리(안나 켄드릭)'와 자신의 자유로운 연애라이프와 닮은 여자 '알렉스(베라 파미가)'는 무의미하게 흘러가던 라이언의 삶을 다시 되짚어보게 한다. 라이언의 삶을 변화시키고, 또 그의 삶에서 영향을 받기도 하는 두 여자를 연기한 안나 켄드릭과 베라 파미가는 이 영화로 2010년 여우조연상 부분에 함께 노미네이트 되었다. 둘은 <인 디 에어>에서 안정감 있는 연기력을 보여주었지만, 그 해 여우조연상은 <프레셔스>의 모니크에게 돌아갔다. 모니크는 가정 내에서 성적 학대를 당하고 있던 딸 '프레셔스'에게 위로가 아닌 폭언을 일삼으며 원망과 책임을 묻는 악덕한 엄마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프레셔스> 모니크


(좌) 멜리사 레오 (우) 에이미 아담스

2011년 제 8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

<파이터>

멜리사 레오 VS 에이미 아담스

2009년 여우조연상 수상에 실패한 에이미 아담스는 2011년 복싱 영화 <파이터>로 다시 한 번 수상에 도전했다. <파이터>는 마약 중독인 형 '디키(크리스찬 베일)' 와 골칫덩어리인 가족들의 등쌀아래 백업 복서로 활동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미키(마크 월버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룰 수 없는 꿈이었던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는 미키를 응원하고, 가족이라는 덫에서 빼내려는 여자친구 '샬린' 을 연기한 에이미 아담스는 기존 영화들에서 보여주었던 것 보다 강인한 면모를 보여주며 데이빗 O. 러셀 영화 특유의 미친 캐릭터들 사이 빛나는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변신이 아카데미에 큰 인상을 주진 못한 모양. 결국 같은 영화에서 두 형제의 억척스러운 엄마 역을 연기한 배우 멜리사 레오에게 수상의 영광이 돌아갔다.

<파이터> 멜리사 레오


(좌) 제시카 차스테인 (우) 옥타비아 스펜서

2012년 제 84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

<헬프>

제시카 차스테인 VS 옥타비아 스펜서

인종차별을 다룬 영화 중 대중들의 큰 호평을 받았던 영화 <헬프>. <헬프>는 1963년 흑인 가정부들의 삶을 기록해 책으로 출판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엠마 스톤,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비올라 데이비스 등 주조연의 호연이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 중 동네에서 여자들 사이 왕따를 당하지만 시종일관 밝은 성격과 흑인 가정부를 편견 없이 대하는 따뜻한 마음까지 지닌 '셀리아' 역의 제시카 차스테인이 이 역할로 2012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트로피를 품에 안은 건 셀리아의 가정부로 일하며 곁에서 위로가 되어주고, 흑인 가정부의 억압된 삶을 용기 내어 말한 '미니' 역의 옥타비아 스펜서였다.

<헬프> 옥타비아 스펜서


(좌) 우디 해럴슨 (우) 샘 록웰

2018년 제 90회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

<쓰리 빌보드>

우디 해럴슨 VS 샘 록웰

딸의 살인 사건에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분노한 엄마 '밀드레드(프란시스 맥도맨드)' 가 세 개의 광고판에 “내 딸이 죽었다”, “아직도 범인을 못 잡은 거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경찰 서장?”이라는 메세지를 적어 마을에 화제가 된다. 경찰 서장 '월러비(우디 해럴슨)' 와 '딕슨(샘 록웰)' 은 이를 해결하고자 그녀를 설득하려 하지만, 갈등을 점차 심화되며 극에 치닫게 된다.

세 인물을 중심으로 분노를 넘어 용서와 기이한 연대까지 도달하는 <쓰리 빌보드>는 2018 아카데미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가 된 화제작이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남우조연상 부문에 딕슨 역을 맡은 샘 록웰과 경찰 서장 월러비를 연기한 우디 해럴슨이 공동으로 후보에 올랐으며, 샘 록웰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같은 영화로 두 배우가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은 1992년 <벅시> 이후 약 26년만이었다. 샘 록웰은 올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영화 <바이스>로 다시 한 번 이름을 올렸다.

<쓰리 빌보드> 샘 록웰


(좌) 엠마 스톤 (우) 레이첼 와이즈

2019년 제 91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엠마 스톤 VS 레이첼 와이즈

1700년대, 여왕의 마음을 얻어 신분 상승을 하고자 하는 하녀 ‘애비게일(엠마 스톤)’을 통해 권력에 대한 탐욕과 공허를 그린 영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부조리극의 대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으로 2019 아카데미 10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가 된 이 영화는 올리비아 콜맨과 레이첼 와이즈, 그리고 엠마 스톤의 미친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특히 무능한 권력자들로 가득한 허황된 왕정에서 실세나 다름없는 ‘사라’를 연기한 레이첼 와이즈의 카리스마는 남성 배우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대비되어 더욱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엠마 스톤과 레이첼 와이즈의 연기력에 2019 아카데미는 두 사람 모두를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렸으나, 트로피는 베리 젠킨스 감독의 신작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에 출연한 레지나 킹의 손에 쥐어주었다. 여왕 ‘앤’을 연기한 올리비아 콜맨은 유력 후보였던 <더 와이프>의 글렌 클로즈와의 접전 끝에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 레지나 킹


씨네플레이 문선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