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지난 25일(한국 시간) 막을 내렸다. '이변이 속출했다'는 평가가 들려오는 올해의 수상 결과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특히 주·조연상에 호명된 이름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명배우라기 보다 새롭게 발견된 배우들로 꾸려졌다. 하지만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배우가 아니다. 이미 드라마를 통해서나, 다른 영화를 통해서 주목 받았던 남우주연상 / 여우주연상 / 남우조연상 / 여우조연상 수상자들. 다른 작품에서 만나보고 싶은 관객들을 위해 추천작을 마련했다.


남우주연상 : 라미 말렉

<보헤미안 랩소디>

<미스터 로봇>

2019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라미 말렉

남우주연상의 영광은 라미 말렉에게 돌아갔다. 영국의 전설적 밴드 ‘퀸(QUEEN)’의 일대기를 그린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보컬 프레디 머큐리로 멋진 변신을 해낸 그였다.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말렉은 “이러한 이야기가 쓰여지고 나를 믿어준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소감으로 팬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보헤미안 랩소디> 라미 말렉

<박물관이 살아있다>, <브레이킹 던> 시리즈 등에 조연으로 얼굴을 비추던 그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통해 완벽하게 대중들의 눈에 띄었다. 하지만 팬들은 말한다. 그는 이미 TV시리즈 <미스터 로봇>으로 연기력을 입증 받았다고. <보헤미안 랩소디>로 라미 말렉의 팬이 됐다면 이 작품까지 놓치지 말길 바란다.

<미스터 로봇> 라미 말렉

USA네트워크가 제작한 드라마 <미스터 로봇>은 해리성 정체감 장애, 일명 다중인격을 앓고 있는 해커 엘리엇(라미 말렉)의 이야기다. 낮에는 보안업체 직원으로, 밤에는 해커로 활동하는 엘리엇. 하지만 그가 해킹하는 대상은 주로 부정의한 사람들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미스터 로봇>을 또 하나의 히어로 서사로 읽을 수 있겠으나, 드라마는 엘리엇 개인의 불안과 우울을 묘사하는 데 더욱 주력한다. 해커들의 생활 고증에 상당히 공을 들인 점은 물론이며 몽환적인 화면과 감각적인 음악 연출로도 호평을 받았다. 라미 말렉은 <미스터 로봇>을 통해 방송계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에미상의 68회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여우주연상 : 올리비아 콜맨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더 나이트 매니저>

2019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올리비아 콜맨

강력한 후보 <더 와이프>의 글렌 클로즈를 제치고 당당히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된 올리비아 콜맨. 그녀는 칸의 총애를 받는 그리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신작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에서 앤 역할을 완벽 소화하며 오스카 여우주연상의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일찍이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가 공개된 해외 유수의 영화제서는 올리비아 콜맨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았던 바 있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올리비아 콜맨

그녀가 연기한 앤 여왕 캐릭터는 우아함, 기품, 지혜, 결단력을 무기로 하는 여왕은 결코 아니었다. 아이를 잃은 슬픔을 안은 채 궁에서 고립된 생활을 한 그녀는 안팎으로 불안정했다. 어린 아이처럼 불안해하며 늘 타인에게 의지해야 했고, 극심한 통풍으로 괴롭기까지 했다. 최고 권력자인 동시에 불행한 삶을 살았던 여성의 히스테릭한 연기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에 호명된 올리비아 콜맨. 그녀의 첫 마디는 유쾌하다. “하나님 맙소사. 웃겨요. 내가 오스카상을 받다니.”

<더 나이트 매니저> 올리비아 콜맨

사실 콜맨은 스크린에서 그다지 익숙한 배우는 아니었다. 오히려 첩보 스릴러의 거장 존 르카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BBC 드라마 <더 나이트 매니저>에서 일찌감치 두각을 드러냈는데. 올리비아 콜맨은 당시 임신 중기의 상태였다. 그녀가 맡은 엔젤라 버(원작에서는 '레너드 버')는 유쾌하고도 품격있으며 믿음직스러운 정보부 인사. 그녀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은 드라마의 설정으로 추가됐고, 콜맨은 강한 열의를 연기력을 통해 몸소 확인시켜 줬다. 원작 캐릭터에서 변화가 있었지만 존 르카레는 “레너드 버를 올리비아 콜먼이 연기하는 엔젤라 버로 바꾼 것은 천재적인 결정이다”라며 극찬을 표했다. 이 작품을 통해 올리비아 콜맨은 제 74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꿰찼다.


남우조연상 : 마허샬라 알리

<그린 북>

<문라이트>

2019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마허샬라 알리

최고상인 작품상을 받은 <그린 북>에서 안정되고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마허샬라 알리는 남우조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린 북>의 배경은 인종차별이 만연한 1960년대 미국 사회다. 마허샬라 알리는 성공한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 역을 맡아 거친 삶을 살아온 백인 운전사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와의 여정을 그려나갔다.

<그린 북> 마허샬라 알리

마허샬라 알리는 그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버려진 아이 벤자민을 거둬 키운 ‘티지’, TV 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의 냉철한 전략가 ‘래미’, <헝거게임 : 더 파이널>의 13구역 특수부대 대장 ‘보그스’까지 비중 있는 조연으로 얼굴을 알렸다. 이렇게 꾸준히 존재감을 빛내온 알리. 그러나 그가 아카데미의 조연상을 꿰찬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문라이트> 마허샬라 알리

그에게 첫 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안긴 작품은 두 해 전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했던 <문라이트>였다. 마허샬라 알리는 샤이론(알렉스 R. 히버트)을 아버지처럼 품어주며 따뜻함을 선물했던 후안을 연기했다. 시적이면서 섬세한 감정선으로 관객들을 감화시켰던 <문라이트>. 극중 후안의 비중은 15분 남짓으로 크지 않았으나, 의지할 곳 없는 샤이론의 인생에서 숨쉴 틈이 돼준 후안은 작지만 묵직한 감흥을 안겨준 캐릭터였다. 마허샬라 알리는 <문라이트>를 통해 오스카는 물론 당시 각종 비평가협회상의 남우조연상을 휩쓸었다.


여우조연상 : 레지나 킹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

<아메리칸 크라임>

2019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레지나 킹

여우조연상에는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의 레지나 킹이 호명됐다. <문라이트>의 감독 배리 젠킨스의 신작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는 아직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되지 못한 작품이다. 일찍이 토론토 영화제의 최고작으로 손꼽혔을 뿐만 아니라 예고편 만으로도 올해의 작품이라는 평가를 들을 만큼 큰 화제였다. 제임스 볼드윈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1970년대 할렘가의 젊은 흑인 부부에게 닥친 시련을 담은 영화였다.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 레지나 킹

인종차별로 억울한 누명을 쓴 남편이 감금되고, 여성은 뱃속의 아이를 돌보며 남편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애쓴다. 레지나 킹은 남편의 석방을 위해 분투하는 여성 티시의 어머니 ‘샤론’역으로 굵직한 조연을 빛냈다. 국내 미개봉작이라는 점이 아쉽지만 레지나 킹을 다른 작품에서 미리 만나 보는 편도 괜찮겠다. 그녀는 <제리 맥과이어>,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레이>, <미스 에이전트 2> 등 다양한 영화와 TV 시리즈를 통해 꾸준히 활동해왔다.

<아메리칸 크라임 시즌 2> 레지나 킹

이번 여우조연상 수상을 통해 레지나 킹은 오스카와 에미상을 모두 거머쥔 세 번째 흑인 여성 배우가 됐다. 그녀에게 에미상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작품은 <아메리칸 크라임 시즌 2>였다. 캘리포니아의 모데스토에서 젊은 부부가 습격을 당해 남편은 사망, 아내는 혼수상태에 빠진다. 수사망은 유력 용의자 네 명으로 좁혀지고 노동, 경제, 개인 등의 사회 문제들을 아우르던 드라마가 펼쳐진다. 호소력 짙은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빼앗았던 레지나 킹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씨네플레이 심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