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2개월 앞둔 '계획적 잠적'… K팝 시스템 노린 악질적 이중계약
K팝의 글로벌 위상과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악용하는 교묘한 범죄 행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데뷔를 목전에 두고 돌연 잠적해 소속사에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힌 20대 일본인이 결국 수사기관의 심판을 받게 됐다.
4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달 29일 '사기 혐의'를 받는 일본인 연습생 A(29)씨를 불구속 송치했다. 수사 당국은 사안의 중대성과 도주 우려를 고려해 A씨에게 '출국정지' 조치를 내렸으며, 현재 그는 국내에 체류하며 검찰 조사를 대기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6인조 보이그룹 데뷔를 불과 두 달 앞둔 지난해 12월, A씨는 "신뢰 관계가 붕괴했다"는 일방적인 통보만을 남긴 채 종적을 감췄다. 이미 뮤직비디오 촬영을 완료하고 대중에게 멤버들의 얼굴과 음원까지 공개된 시점이었다. 핵심 멤버의 무책임한 이탈로 인해 해당 그룹은 불가피하게 5인 체제로 재편해 데뷔 일정을 소화해야만 했다.
단순한 변심으로 보였던 사건은 소속사의 자체 조사 결과, 치밀하게 계획된 '이중 계약'에 의한 기망 행위였음이 밝혀졌다. A씨는 현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유지한 상태에서 타 기획사와 몰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러한 행태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피해 소속사 측은 "A씨가 이전 기획사에서도 동일한 수법으로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며, "한국 기획사의 자본으로 육성 혜택을 누린 뒤, 본격적인 활동 시기가 다가오면 일본으로 도피하는 악의적인 '먹튀 수법'을 반복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소속사가 떠안은 금전적 손실은 총 5743만 원에 달한다. 이는 보컬 및 안무 트레이닝 비용을 비롯해 음원 제작비, 뮤직비디오 촬영비, 숙식비 등 A씨 개인에게 투입된 '막대한 투자' 비용을 모두 합산한 수치다. K팝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외국인 연습생의 기망 행위에 대해 법조계와 가요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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