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더위로 영화제는 더 후끈해졌다. 5월 6일 어린이날 대체 휴일로 3일의 연휴가 생긴 덕에 전주는 영화제를 찾은 씨네필들과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다. 영화제의 하이라이트 기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첫 주말, 관객들의 높은 주목을 받았던 인기작 다섯 편을 골라봤다.


복수는 나의 것

감독 박찬욱 출연 송강호, 신하균, 배두나

사전 인터넷 예매 매진, 현장 예매 매진에 이어 영화제 홈페이지 티켓 나눔터에서 가장 많이 구하고 싶어 하는 영화 1순위였던 영화. 상영 후 박찬욱 감독의 GV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번 해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이해 명작들을 재조명하는 섹션을 기획해 감독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복수는 나의 것>은 개봉 당시 서울 관객 수 16만 명에 그치며 손익분기점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던 작품이다. 그러나 박찬욱 감독 복수 3부작의 첫 번째 영화라는 점에서 재조명 됐다. 누나에게 신장 이식할 신장을 구하기 위해 불법 장기매매와 거래하다가 사기당한 류(신하균)는 돈이 필요해 여자친구 영미(배두나)와 동진(송강호)의 딸을 납치한다. 그러나 의도치 않게 딸이 죽고 동진은 복수를 결심한다. 이들의 복수는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점점 잔혹해진다. <복수는 나의 것>은 박찬욱 감독 필모그래피 중 가장 도전적인 영화다. 티켓팅 실패했다고 아쉬워 마시길. 박찬욱 감독과의 GV 내용은 곧 씨네플레이 블로그에 정리해 업로드할 예정이다.


맛있는 가족

감독 후쿠다 모모코 출연 마츠모토 호노카, 이타오 이츠지, 하마노 겐타

영화제를 다니다보면 은근히 일본영화가 인기가 많다는 걸 새삼 느낀다. <맛있는 가족>은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 티켓 나눔터에서 <복수는 나의 것> 다음으로 '티켓 구함' 글이 많이 올라온 영화다. 어머니 기일을 맞아 나고 자란 고향인 섬에 온 주인공. 그런데 아버지가 어머니 옷을 입고 살림을 하고 있고 심지어 딸이 있는 중년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남동생마저 이런 아버지의 결정을 지지하는 상황. 성 역할이 전도된 새로운 형태를 가진 가족 구성원들의 유쾌한 상황극이 펼쳐진다. 주연 배우 마츠모토 호노카는 일본의 떠오르고 있는 신예 배우로 일본에서 리메이크되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 조연으로 출연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무도 없는 곳

감독 김종관 출연 연우진, 아이유, 윤혜리

김종관 감독의 신작은 전주에서 언제나 인기다. 2016년엔 <최악의 하루>가 그랬고 2017년엔 <더 테이블>이 있었다. 김종관 감독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그린다는 점, 둘째 여성 배우의 캐스팅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아무도 없는 곳>은 소설 출간을 앞둔 주인공이 저녁 무렵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사연을 듣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이 영화도 여성 배우들의 면면이 눈에 띈다. 넷플릭스 <페르소나>에서 함께 작업했던 아이유, 충무로 기대주 리스트에 언제나 꼽히는 이주영과 독립 영화에서 주로 활동해 온 윤혜리가 출연한다.


미드 90

감독 조나 힐 출연 서니 설직

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관객들을 만나는 작품들은 무엇일까. 영화의 거리 메인 공간에 크게 자리잡은 돔 상영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들이다. 자리가 넉넉해 티켓을 구하기 위해 부지런을 떨지 않아도 좋은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장소다. 일요일 저녁 <미드 90>이 상영된 돔 상영관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스티비(서니 설직)는 스케이트보드 타는 동네 날라리 형들과 어울리고 싶어 형들의 담배, 술, 허세, 객기 등 나쁜 행동을 따라하며 어른 흉내를 낸다. 영화는 남자 청소년기에 또래 집단 내에서 겪는 묘한 위계서열과 인정 욕구, 방황, 가족 간의 갈등을 그리면서 그 안에 인종과 차별 문제 등을 무겁지 않게 녹여낸다. 주연배우 서니 설직의 귀여움과 진중함을 오가는 연기가 돋보인다. 요즘 대세인 1990년대 복고 감성이 흠뻑 담겨있는 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레트로를 좋아하고 그 시절 사춘기를 겪었을 관객이라면 취향을 저격할 것이다.


국도극장

감독 전지희 출연 이동휘

팬층이 두터운 이동휘, 이상희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 <국도극장>. 이한위, 신신애, 김서하 등 조연진도 탄탄하다. 10년간 고시 낙방 끝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낙향한 기태(이동휘). 퇴락한 시골 영화관 국도극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초등학교 동창 영은(이상희)에게 마음을 준다. 세상의 속도에 적응할 수 없어 돌아온 고향에서의 삶은 다를까싶었지만 주변인의 잉여인간 취급에 작아져만 간다. 그러나 천천히 그 속에서 균형과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로하는 슬로우무비다.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