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은 5월 30일(목) 올레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극장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Synopsis

어둠이 장악한 이곳은 터미널. 열차의 종착역인 '터미널'은 미스터 프랭클린이 마치 신처럼 관장하고 있는 구역이다. 그의 정체는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고, 오직 의문의 목소리로만 존재한다. 어느 날 프랭클린에게 한 여자가 찾아온다. 애니(마고 로비)라는 이름의 여자는 그가 고용한 두 명의 킬러 대신 자신이 타깃을 처리할 테니 한 가지 부탁을 들어주길 청한다. 그녀가 남긴 부탁은 사람 하나를 찾아 달라는 것. 애니는 대체 왜, 프랭클린을 찾아온 것일까?


'마고 로비'가 멱살 잡고 끌고 가는 두 개의 이야기

시종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품고 있는 <터미널>은 두 개의 이야기로 교차 전개된다. 이는 애니가 관심을 갖고 있는 남자들의 이야기. 한쪽은 미스터 프랭클린이 고용한 킬러 두 명이고, 다른 한 쪽은 불치병을 진단받고 우울에 빠진 남자다.

우선 프랭클린에게 제안한 대로 애니는 타깃을 쫓는 두 킬러의 목숨까지 손아귀에 넣어야 한다. 애니는 먼저 둘 중 우두머리인 빈센트(덱스터 플레처)로부터 매일같이 무시를 당하는 알프레드(맥스 아이언스)를 유혹한다. 알프레드가 애니의 매력에 정신을 못 차리는 동안 빈센트는 고용주 프랭클린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그의 메시지는 타깃을 처리한 뒤 파트너 알프레드까지 처리한다면 두 배의 금액을 지불하겠다는 것. 눈에 보이지 않는 이 거대한 악은 이렇게 덧붙인다. "난 돈으로 살 수 있는 충성심을 좋아하거든."

한편, 404호 열차 노선의 끝에는 24시간 동안 운영되는 종착역 카페가 있다. 무례한 손님에게는 서비스를 하지 않고, 친절한 주문은 두 배의 친절로 화답하는 웨이트리스 애니는 우연히 카페에 도착한 손님 빌(사이먼 페그)과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영어 교수인 빌은 얼마 전 불치병을 진단받고 텅 빈 플랫폼만 서성이길 반복했지만 자살까지 할 용기는 없었다. 우연히 역의 관리인이 알려준 카페에 도착한 빌은 애니에게서 뜻하지 않게 상담을 받게 된다. 그런데 애니가 들려주는 조언들은 하나같이 빌의 마음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최후의 결론은 '어떤 방법이 죽기에 좋은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 기묘한 상담에 이끌린 빌은 그녀의 도움에 힘입어 주저하던 일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몽환적인 공간 속의 누아르

<터미널>을 관람하는 첫 번째 포인트는 미장센. 영화의 주된 배경으로 선택한 지하철역은 빛이 들지 않는 공간이다. 대신 어둠에 대비된 사이키델릭한 조명들이 화려하게 화면을 수놓고 있다. 몽환적이고도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즐기는 관객이라면 <터미널>의 첫 장면부터 매료되고 말 것이다. 게다가 <터미널>은 시종일관 터미널 안이나 어두운 방 안을 공간으로 삼으며, 한밤중과 새벽의 시간대를 선택하고 있다. 마치 밤이 장악하고 있는 듯한 터미널의 컨셉 덕분에 이곳에서 벌어지는 다소 무모할 법한 설정들까지 영화 내에서는 가능한 이야기로 느껴진다.


반전까지 있는 여성의 복수 서사

앞서 언급한 <터미널> 속 두 개의 서사는 복수극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었다. <터미널>이 가진 스토리텔링의 매력은 따로 있다. 이는 마고 로비가 연기한 애니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전반적으로는 여성의 복수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초반부는 애니가 가진 빼어난 미모와 관능에 치중하는 듯하지만 이것은 비단 미끼에 불과했다. 점차 사건이 진행될수록 애니는 자신에게 가해지던 차별적 시선과 고통스러운 과거의 원흉들을 하나씩 처단해 나간다. 스토리 면에서는 지난해 개봉한 국내 영화 <마녀>를 떠올리게 하는 전개라고도 할 수 있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는 묵직한 메시지

한 여성의 통쾌한 복수로 나아가는 과정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100분을 넘기지 않는 짧은 러닝타임이 우선 부담을 줄여준다. 게다가 어두운 공간 속에서 범죄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적당히 웃어넘기기 좋은 장면들도 많다. 마고 로비가 연기한 캐릭터 애니의 재미있는 말발까지 한몫한다. 다소 무거울 수 있을 주제를 농담처럼 치고받는 대사들의 핑퐁이 즐거움을 주기도. 관람 후, 터미널(Terminal)이라는 단어가 말 그대로 종착역이라는 의미인 동시에 ‘마지막’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본다면, 결말에 힘을 준 이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서 곱씹어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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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심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