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는 영화의 공장이라 불린다. 그곳에서 생산하는 영화는 그 종류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있는 영화도 있고 원작 소설, 코믹스 등이 있는 영화도 있다. 프리퀄, 시퀄, 리부트 등을 통해 돈이 되는 영화라면 어떻게든 시리즈를 이어가기도 한다. 물론 리메이크도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영화 제작 방식이다. 6월 13일 개봉한 <업사이드>도 이렇게 만들어졌다. 원작은 프랑스에서 만든 <언터처블: 1%의 우정>(이하 <언터처블>)이다. 이 영화는 2012년 국내 개봉해서 관람객 약 172만 명을 동원했다. 프랑스에서는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할리우드에서 눈독 들일 만한 영화다.
리메이크, 성공과 실패의 역사
할리우드에서 만든 리메이크 영화는 사실 좋지 않은 기억이 많다. 대표적인 실패의 경우가 재패니메이션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들이다.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한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이 떠오른다. 최근엔 <알리타: 배틀 엔젤>이라는 영화도 있었다. 이 영화는 좋은 평가를 얻었다. 좀더 과거로 가보면 스파이크 리 감독의 <올드보이>가 생각난다. 조슈 브롤린이 출연한 이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원작에 비하면 형편없었다. 감독과 주연 배우의 이름이 무색해질 지경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썸니아>는 어떨까. 알 파치노와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인썸니아>는 국내에 <불면증>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노르웨이 영화가 원작이다. 스텔란 스카스가드가 출연했다. <인썸니아>는 원작과 거의 유사하게 리메이크 됐지만 놀란 감독 특유의 연출이 뛰어난 영화로 평가받는다. 북유럽 영화 가운데 할리우드 리메이크로 유명한 영화는 또 있다. <렛 미 인>이다. 클로이 모레츠와 코디 스밋 맥피가 할리우드 버전에 출연했다. 할리우드 리메이크는 스웨덴 원작에 비하면 약간 순해진 기분이 드는 영화였다. 리메이크 영화 <업사이드>는 어떤 역사로 기록될까. 우선 미국에서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국내에서는? 원작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가늠해보자.
필립 대 필립
원작과 리메이크를 비교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역시 배우다. <언터처블>에는 프랑수아 클루제가 필립 역으로 출연했다. 국내에 널리 알려진 배우는 아니다. 아마도 <언터처블>이 국내 팬에게 가장 유명한 영화일 것이다. 2014년에 개봉한 소피 마르소와 출연한 로맨스 영화 <어떤 만남>를 본 관객도 더러 있을 듯하다. <업사이드>의 필립을 연기한 배우는 눈에 익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브라이언 크랜스톤은 TV 시리즈 <브레이킹 배드>로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수아 클루제와 브라이언 크랜스톤이 연기한 필립은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전신불구가 된 엄청난 부자다.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필립은 삶의 재미를 잃은 인물이다. 보통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난해하지만 무지하게 비싼 현대 미술품을 핫도그 사듯이 살 수 있지만 모든 게 허무하다. 촬영 내내 휠체어에 앉아서 꼼짝하지 않았을 쿨루제와 크랜스톤, 두 배우는 필립이 막무가내 망나니 같은 입주 생활보조사 드리스(오마 사이) 혹은 델(케빈 하트)을 만나 조금씩 변화해가는 과정을 연기했다. 두 배우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다.
드리스 대 델
필립이라는 캐릭터는 원작과 리메이크에서 이름이 같다. 귀족스러운 이름 필립은 파리뿐만 아니라 뉴욕에 사는 억만장자 캐릭터에도 어울린다. <언터처블>의 캐릭터 드리스는 다르다. 드리스는 <업사이드>에서 델로 바뀌었다. 드리스는 너무나 프랑스 사람 같은 이름이라서 바꾼 게 아닐까 싶다. 사실 오마 사이가 연기한 드리스가 <언터처블>의 핵심 캐릭터다. 필립의 손과 발이 되어야 하는 입주 생활보조사라는 캐릭터의 역할도 그렇지만 오마 사이의 연기가 영화 전체를 이끌어간다고 봐도 좋겠다. 국가 생활보조금을 받아야 할 정도로 가난하고, 무식하고, 교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방금 감옥에서 출소한 드리스는 오마 사이의 연기 덕분에 힘을 발휘했다. 특히 오마 사이의 웃음소리가 인상적이다. 굵은 저음의 낮은 웃음소리가 묘하게 중독적이라 영화를 보는 관객도 따라 웃게 되는 마력이 있다. 유튜브에서 한때 성행했던 웃음 참기 영상 같은 것을 보는 기분이 들 정도다. 미국식으로 이름을 바꾼 <업사이드>의 델은 케빈 하트가 연기했다. 앞서 말한 드리스의 경우 이 캐릭터가 영화를 견인한다. 삶의 희망이 없던 필립에게 활력을 넣어주기 때문이다. 에디 머피가 델을 연기했다면 금상첨화였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에디 머피의 웃음소리도 꽤나 중독성이 있어서다. 그렇다고 케빈 하트의 연기를 비난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는 스탠드업 코미디언 출신인 자신의 재능을 발휘했다. 그의 재치 있는 입담은 <업사이드>를 보는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에디 머피가 이 역할을 맡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기도 하니 케빈 하트는 매우 적절한 캐스팅이다. <업사이드>에서 델은 드리스보다 좀더 복잡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드리스에겐 없는 아들이 있다. 물론 드리스에게도 사고뭉치 동생과 대가족을 돌보는 홀어머니가 있긴 하다. <언처터블>보다 <업사이드>가 더 가족 문제에 힘을 준다. 가족에 대한 가치를 강조하는 건 할리우드가 좋아하는 요소다.
이본 혹은 메갈리 대 이본
<언터처블>과 <업사이드>의 배우에서 가장 많이 달라진 부분은 여성 캐릭터다. <언터처블>에는 필립의 비서 메갈리(오드리 플뢰로)와 가정부 이본(앤 르 니)이 등장한다. <업사이드>에서는 니콜 키드먼이 연기한 이본의 이름으로 메갈리의 역할을 수행한다. 두 사람 몫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니콜 키드먼이라는 스타를 기용한 만큼 <업사이드>에서 그의 역할도 커질 수밖에. <언터처블>에서는 필립이 드리스의 업무 역량을 직접 테스트하지만 <업사이드>에서는 이본이 그 일을 맡기도 했다. 델이 못마땅한 이본은 그에게 삼진아웃 제도를 제안한다. 삼진 아웃 제도는 미국인들이 공감할 스포츠, 야구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델이 실수를 할 때마다 이본은 “스크라이크”를 외치고 델은 “아니야, 이번 건 파울 팁이야”라고 반박한다. 이본은 냉정하게 “그 파울볼, 내가 잡았다”고 말한다. 필립이 해고 위기에 처한 델을 구해주면서 두 사람의 우정은 계속될 수 있었다.
파리 대 뉴욕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은 파리를 배경으로 하고, 할리우드 영화 <업사이드>는 뉴욕을 배경으로 한다. <업사이드>를 원작처럼 파리에서 촬영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기도 할 거다.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영화의 배경을 바꾸는 것, 파리가 뉴욕으로 바뀐 건 상징적이다. 할리우드 리메이크 영화는 대체로 이런 식이다. 어쩌면 유럽 혹은 아시아 등에서 제작한, 미국 입장에서 외국어로 만들어진 좋은 영화를 굳이 찾아보지 않는 미국인들을 위한 배려(?)라고 볼 수도 있다. 아직도 외국 영화를 상영할 때 자막보다 더빙을 더 선호한다는 것만 봐도 미국 관객들의 성향을 짐작해볼 수 있다. 영국 런던의 축구팀 아스날의 광팬인 작가 닉 혼비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피버피치>가 미국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광팬이 주인공인 영화 <나를 미치게 하는 남자>로 바뀐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 할리우드 리메이크는 기본적으로 다른 언어의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미국 내 관객을 위해 만들어지는 게 1차 목표처럼 보인다.
<업사이드>도 이와 비슷한 변화를 보여준다. 영화 속 모든 크고 작은 요소들이 미국 스타일이 됐다. 이본이 야구의 삼진 아웃을 델에게 적용한 것처럼 말이다. 델은 필립의 책장에서 마크 트웨인의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슬쩍한다. 원작에서 드리스는 파베르제의 달걀을 훔친다. 델은 오페라 아리아를 즐겨 듣는 필립에게 미국의 대표적인 재즈 싱어, 어리사 프랭클린의 노래를 추천하기도 한다. 원작과 리메이크 영화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자동차가 마세라티에서 페라리로 바뀐 것도 미국적인 요소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1년의 원작과 2017년에 제작된 리메이크에서 생긴 테크놀로지의 변화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게 알렉사다. 알렉사는 아마존에서 만든 인공지능 스피커다. 손과 발을 쓰지 못하는 뉴욕의 필립에게 매우 적절한 소품처럼 보인다. 사실은 PPL이지만 말이다. <업사이드>는 아마존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영화다.
원작 대 리메이크
<언터처블>과 <업사이드>를 배우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비교해 봤다. <업사이드>는 원작에 충실한 리메이크 영화다. 살짝 다른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원작과 거의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원작의 감독 올리비에르 나카체가 <업사이드> 각본에 참여한 것이 큰 역할을 한 듯하다. 어쩌면 가장 좋은 리메이크는 원작에 충실한 것일지도 모른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사이코>처럼 완벽하게 복사된 영화만 아니라면 말이다. 원작에 충실하다는 뜻은 원작이 갖고 있는 미덕을 헤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언터처블>은 따뜻한 영화다. 그런 면에서 ‘필 굿 무비’로 분류할 <업사이드>는 원작의 따뜻함, 두 남자의 인간적 유대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비슷한 분위기의 <그린 북>과 함께 보는 것도 재밌을 듯하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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