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가 1818년에 출간되고 200년이 지났음에도 로봇은 여전히 SF의 주요 소재다.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로봇특별전은 1956년에 만들어진 <금지된 세계>부터 2008년에 만들어진 <월-E>에 이르기까지 영화 속 로봇들을 조망한다. 영화 속 로봇은 인간의 거울이미지로서 인간이란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금지된 세계>의 로봇 모비는 자의식을 갖고 있지 않으며, 자신을 창조한 모비우스 박사의 합리성만을 복제한 로봇이다. 모비는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하며, 인간이 내리는 명령에 복종해야 하며, 이 두 가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모비는 무의식적 욕망을 가진 인간과 대비되는 존재다.
<이색지대>(1976)에는 <금지된 세계>의 로봇 모비와는 다르게 자의식을 가진 로봇들이 등장한다. HBO의 인기 드라마 <웨스트 월드>의 원작으로 <쥬라기 공원>(1993)의 원작 소설을 쓴 마이클 크라이튼이 감독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로봇들은 반란을 일으키는데, 인간이 이 로봇들을 통제할 수 없는 이유는 로봇들의 정확한 작동 원리를 모르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한편 인간의 비도덕성을 고발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필립 K.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1968)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블레이드 러너>(1982) 또한 노예가 된 로봇들을 그린다. <공각기동대>(1995)와 사이버펑크 장르에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 이 영화의 로봇들은 자유와 삶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이 로봇들은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신비의 체험>(1985)은 <조찬 클럽>(1985) 등 하이틴 영화를 주로 만들었던 존 휴즈 감독의 영화로, <프랑켄슈타인>의 하이틴 코미디 버전이다. 이 영화의 로봇은 청소년기 남성들의 판타지를 실현해주는 도구이면서, 다른 한편으론 이들의 구원자이기도 하다. 도구이자 친구이며 자신의 욕망을 채워줄 램프의 요정과 같은 로봇은 사람들이 로봇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상형에 가깝다.
<에이 아이>(2001)는 인간의 욕망이 아닌 로봇의 욕망에 주목한 영화다. 감정을 가진 최초의 인조인간 소년 데이빗은 불치병에 걸린 아들이 있는 헨리 스윈튼의 집에 입양된다. 데이빗은 스윈튼 부부의 아들 역할을 하지만, 아들 마틴이 퇴원하자 버려진다. 그 후 데이빗은 피노키오처럼 진짜 인간이 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영화는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데이빗을 통해서 인간의 필요조건을 묻고 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2005)의 로봇 마빈은 여러모로 독특하다. 로봇은 인간의 조력자이거나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그려지다가, <에이 아이>에서처럼 인간이 되고 싶어 하거나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그럼에도 이 로봇들은 모두 목적지향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로봇 마빈은 무기력하고 우울해하며 삶의 목적을 잃은 존재다. 마빈의 우울함은 높은 지능을 가진 존재가 노예의 삶을 살며, 인정을 받지 못할 때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심리 상태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마빈은 현대인에 대한 상징이기도 하다.
<월-E>(2008)의 쓰레기 더미가 된 지구에서 홀로 쓰레기를 청소하며 지내는 월이 또한 고독한 현대인의 모습과 닮았다. 그리고 폐허가 된 지구는 현대에 대한 비유나 상징으로 볼 수도 있다. 순수하며 인간적인 사랑을 로봇이 하고 있다는 아이러니를 통해 현대인이 무엇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반성하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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