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07 제임스 본드가 다시 돌아온다. 현재 촬영 중인 <본드 25>(가제)를 포함하면, 007 시리즈는 58년 동안 25편으로 시리즈의 경이로운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얼마 전 존 윅의 바디 카운트를 확인해봤는데, 이 전설적인 스파이 007은 24편의 영화에서 몇 명이나 제압했을까. 007 시리즈 전체의 바디 카운트를 확인해보자.

※ 해당 바디 카운트는 해외 매체 ‘가디언’에서 공개한 목록과 팬들이 조사한 것을 조합했음을 명시한다.


6명의 007

(왼쪽부터) 숀 코네리, 조지 라젠비, 로저 무어, 티모시 달튼, 피어스 브로스넌, 다니엘 크레이그

먼저 007을 거쳐간 6명의 배우들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초대 007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리고 지금도 팬들 사이에서 최고의 제임스 본드라 칭송받는 숀 코네리. 그는 6편에 출연했다(저작권 문제가 있던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 제외). 그에 이어 2대 007 자리에 오른 조지 라젠비는 제작진과 충돌을 빚으며 <007과 여왕> 단 한 편에 출연했다. 그 뒤를 이은 건 로저 무어. 007 하면 떠오르는 로맨틱한 바람둥이 기질과 특유의 여유로움으로 기억되는 그는 7편에 출연했다. 4대 티모시 달튼은 제작사의 부도에 시리즈가 중단되면서 두 편 에출연하고 하차했다. 5대 피어스 브로스넌은 귀족적인 스파이 이미지를 구축하며 네 편에 출연했다. 6대 제임스 본드로 발탁된 다니엘 크레이그는 금발(원작 소설에선 흑발로 묘사된다), 지나치게 근육질인 몸매 등으로 팬들에게 상당한 반발을 불러왔지만 <본드 25>(가제)를 포함해 다섯 편에서 활약했다.


007 전체 킬 수는?

1편 <007 살인번호>부터 23편 <007 스카이폴>까지의. 중간에 비공식 작품 <007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이 포함됐다.

일단 아직 나오지 않은 25편을 제외하면 24편에 발생한 총 사상자 수는 1594명. 그중 007이 제압한 적은 608명에 달한다. 의외로 007의 적이나 아군이 987명이란 적지 않은 숫자의 사상자를 냈다. 이를 24편으로 평균을 내면 편당 66명가량이 삶을 마감한 것. 영화를 다 챙겨 본 팬들이라면 생각보다 높은 수치에 “한 편당 66명이나 죽는다고?” 의구심을 가질 텐데, 사실 007 영화 전체 통계를 보면 매 편 사상자 수가 들쑥날쑥하다. Q가 제공하는 가젯(특수 장비)이 등장한 이후부터 사상자 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007 시리즈 전체 킬 카운트 통계


가장 많이 죽인, 적게 죽인 영화.

6대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

그렇다면 24편 중 사망자가 가장 많은 작품은 무엇일까. 아니나 다를까, 최신작 <007 스펙터>가 가장 높은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이 영화의 연구소 폭파 장면을 기억할 텐데(썩 좋지 않은 기억일 수도), 영화에서 보여준 연구소 내 직원들이 전부 대피한 상황이 아니면 제임스 본드는 이 연구소 폭발 하나로 거의 200명가량을 살해했다고 한다. 그래서 <007 스펙터>의 총 사상자 수는 234명.

200명의 목숨이 날아간 이 장면은

실제로 세트를 짓고 폭발시켜 기네스에도 기록됐다.

폭파 장면을 포함하는 게 ‘반칙’ 같다면, 1등은 <007 두 번 산다>에게 넘어간다. 숀 코네리의 제임스 본드가 등장한 이 영화는 스펙터를 막기 위해 영국 MI6와 일본 정보부가 협력하는 내용을 그린다. 항공전, 대규모 연구소 습격 등 스펙터클한 장면이 이이지면서 총 196명이 사망한다. 그다음으로 많은 사람이 죽은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의 147명과도 50명이나 차이 난다. 단연 시리즈의 독보적인 사망(?) 영화라 할 수 있다.

<007 두 번 산다>의 장면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반대로 가장 적은 인원이 사망한 영화는? 팬들이라면 다 알 것이다. 이 영화를 설명할 때 항상 이 문장이 따라붙으니까. “제임스 본드가 딱 한 명만 죽인”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는 6명만 죽음을 맞이한다. 007 시리즈 통틀어 유일하게 사망자 수가 한자리인 작품. 등장하는 악당이 특이하게도 세계 정복 같은 거창한 계획이 아닌, 제임스 본드를 이기겠다는 나름 소박(?)한 목표로 움직이기 때문인 듯하다. 그 결과 제임스 본드도, 적들도 쓸데없는 살상 없이 대결로 끝을 보는 신사적인(?) 영화가 된 셈.


가장 많이 죽인, 가장 신사적인 007

6대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 이번 신작을 마지막으로 하차한다.

이제 배우로 접근해보자. 가장 많이 죽인 007은 누구일까. 이것 역시 <007 스펙터>의 폭발 장면을 포함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있다. 이걸 포함한다면 당연히 다니엘 크레이그가 1등이다. 이 긴 시리즈에서도 007이 세 자릿수 사상자를 만든 건 <007 스펙터>가 유일하니까. <007 카지노 로얄>에서 11명, <007 퀀텀 오브 솔라스>에서 16명, <007 스카이폴> 에서 26킬, <007 스펙터>에서 228명. 다니엘 크레이그 ‘제임스 본드’의 최종 스코어는 총 281명.

5대 제임스 본드 피어스 브로스넌

만일 폭발 장면을 제외하면, 다니엘 크레이그의 전체 킬 수는 88명으로 확 줄어든다. 최첨단 기술의 가젯을 사용하기보다 육탄전이 많았던 007답다. 그러면 피어스 브로스넌에게 최다 사살 007의 영광이 돌아간다. 그는 4편의 영화에서 135명을 영영 잠들게 만들었다. 편당 33.8명으로, <007 골든 아이>로 첫 등장하자마자 47킬을 내며 역대 007 최고 킬 수를 갱신했다. 가장 적게 죽인 영화 <007 언리미티드>에서도 27명을 제압, 여타 제임스 본드와는 다른 전투력을 보여준다.

아무리 신사다워 보여도 제임스 본드라 한 성깔 한다.

2대 제임스 본드 조지 라젠비. ‘숀 코네리 흉내내기’를 요구하는 제작진에 질려 한 편 만에 하차한다.

그럼 가장 평화적인 성향(?)의 007은? 딱 한 편 나온 조지 라젠비다. 그의 유일한 007 영화 <007과 여왕>에서 본드는 딱 5명을 죽였다. 편당 킬 수로 순위를 매겨보면 조지 라젠비(1편 5명으로 5킬), 티모시 달튼(2편 23명으로 11.5킬), 숀 코네리(6편 72명으로 12킬) 순이다. 출연작이 많은 숀 코네리는 의외로 편당 킬 수가 낮다. 초창기 007은 가젯을 통한 기술 자랑보다 육탄전과 총격전 위주의 액션이 많은 영향인 듯하다. 만일 숀 코네리가 출연한 비공식 007 영화 <007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을 포함하면 편당 10.5명으로 11.5명인 티모시 달튼보다 더 평화로운 007이 된다.

티모시 달튼(왼쪽), 숀 코네리


너도 터지고, 나도 터지고, 다 터진 작품은?

<007 두번 산다>

제임스 본드의 활약을 제외하고 스케일이 가장 컸던 영화는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007 두번 산다>,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007 썬더볼>이 나란히 1, 2, 3위를 차지한다. 먼저 <007 두번 산다>는 적, 제임스 본드를 제외한 아군 등이 일으킨 사상자 수만 175명에 달한다. 연구소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전투에서 1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니 말 다 했다.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도 비슷하다. 이 영화에선 적진에 침투한 제임스 본드가 핵잠수함 선원들을 풀어주면서 대규모 전투가 벌어진다. 총격전은 물론이고 수류탄으로 폭발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사상자가 점점 많아진다. 이 한 시퀀스에만 90명가량이 사망에 이른다. 사실 CCTV에 잡히는 인원까지 체크하면 역대 007 시리즈 중 최고 사망자 발생 영화 자리를 다퉈볼만 한데, 문제는 중복되는 시체들을 모조리 체크할 수 없으니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007 썬더볼>

<007 썬더볼>은 총 90명. 이 영화도 앞서 두 영화처럼 한 시퀀스에서 사상자가 대량 발생한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어떤 장면인지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수중에서 벌어지는 전투에서 작살 총, 검, 육탄전을 통해 무려 80여 명이 사망한다. 실제 바다에서 이런 전투가 벌어진다면 붉은 바닷물에 소름이 돋을 것 같은데, 영화 속 바다는 너무나도 청명해서 즐길 만한 명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