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2년생 김지영> 제작한 봄바람영화사의 곽희진, 박지영 공동 대표(왼쪽부터).

“개봉시킨 것이 가장 기쁜 일이다.” 관객과 평단의 호평이 이어지던 개봉 7일째, 손익분기점의 문턱에서 만난 <82년생 김지영>의 제작사 봄바람영화사 박지영, 곽희진 공동 대표의 소감은 의외로 담담했다. 지지와 성원에 비례해 우려와 비난도 뜨거웠던 그동안의 고단함과 수고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 같았다. 소설이 세상에 선보였던 2016년 10월.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화를 일찌감치 결심한 것은 두 제작자가 느낀 공감 때문이었다.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와 내 주변의 보편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그들을 움직인 이유가 되었다. 원했든 아니든,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지금 가장 뜨겁게 우리 현실을 사유하게 만드는 작품이 되었다. 힘주어 소리 높이지 않고 온화하고 차분하게 ‘봄바람’처럼 말이다.


개봉 당일보다 관람객이 꾸준히 늘고 있고, 평단도 대체로 호평이다. 기분이 어떤가.

곽희진 스코어에 대한 기대 보다는 제대로 만들어서 세상에 내놓아야겠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 일단 개봉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다행이고, 많은 분들까지 공감을 해주시니 감사하다.

박지영 개봉하고 가장 좋은 점이 뭐냐고 묻는 분이 많다. 마찬가지로 개봉시킨 것이 제일 기쁜 일이다. 더구나, 좋게 봐주시니 고맙고 다행이다.

많은 관객이 공감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박지영 우리가 <82년생 김지영> 판권을 계약했을 때의 정서와 비슷한 것 같다. 당시 우리는 이 이야기가 누군가의 특별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나와 내 주변의 친구, 가족, 동료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들 영화는 그들 각자를 응원하고 위로하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관객들이 그 정서를 함께 느껴주시는 것 같다.

창립 작품으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다. 현재를 사는 여성의 이야기를 가장 현실적으로 담은 소설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젠더 갈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을 텐데 이 작품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곽희진 특별히 이 작품을 선택했다기보다는 회사를 꾸리고 계속 기획 아이템을 찾던 중에 눈에 띈 작품이었다. 당시에는 책이 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라 지금처럼 화제작도 아니었다. 원작을 접했을 때 느낀 공감이 가장 큰 이유였고, 주저 없이 바로 연락해 영화화를 진행하게 되었다.

박지영 <82년생 김지영>이란 소설이 2016년 10월에 나왔고, 우리는 그해 겨울 무렵부터 접촉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책이 약 1만 부 정도 팔렸을 때고,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감 가는 이야기라고 조금씩 소문이 나고 있을 때였다. 당시에는 부담 갈만한 작품이 아니었다.

박지영 대표.

투자받는 과정이 힘들지는 않았나.

박지영 다행히 함께 일하는 투자사에서는 그런 이슈들 때문에 주저하거나 하지 않았다. 기획과 개발 단계부터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투자, 배급까지 잘 이어졌다.

평점이 극과 극이다. 제작자로서 지금 이 현상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나.

박지영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영화에 공감하는 분들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각기 다른 부분에 감정이 이입되기도 하고, 또 해석이 다르기도 하더라. 보통 전형적인 장르물의 경우에는 “재미있다”, “통쾌하다”처럼 일관된 의견들이 주를 이룰 텐데 이처럼 다른 지점에서 공감을 느끼는 게 우리 영화의 특이한 점인 것 같다.

정유미 배우가 선뜻 나섰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배우들의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곽희진 김도영 감독으로 연출이 결정되고 함께 배우에 대한 의견을 막연하게 나누다가 정유미, 공유 배우가 해줬으면 참 좋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시나리오 개발 단계에서부터 주인공 지영과 정유미 배우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마침 정유미 배우가 작품을 고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되겠다 싶어서 서둘러 시나리오를 전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김도영 감독과 미팅을 했는데 오래지 않아 함께 하는 것으로 결정을 해줬다. 너무 감사한 순간이었다.

박지영 정유미 배우가 결정되고 남자 배우는 누가하면 좋을까를 얘기하는 자리가 있었다. 우리는 공유 배우가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알 수 없었다. 당시 정유미 배우의 매니지먼트 관계자도 이 자리에 함께했는데 다행히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매니지먼트에서 공유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주고 싶다 했고, 공유 배우도 공감을 해줘 함께 하게 되었다.

개성 있는 조연 배우들도 돋보인다.

곽희진 감독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워낙 연기 생활을 오래 하셨고, 연극계에 발이 넓어 숨겨진 보석 같은 배우들을 많이 알고 계셨다. 각각 역할에 맞는 맡는 배우들을 순식간에 찾아내시고 매칭해주셨다. 영화가 나왔을 때 보니 박성연 배우는 정말 김팀장 같고, 이봉련 배우는 정말 혜수 같은 거다. 모든 것이 김도영 감독의 안목과 역량 덕분이다.

곽희진 대표.

사실 연출자보다는 연기자로 더 유명하다. 김도영 감독은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박지영 2018년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김도영 감독이 <자유연기>라는 작품으로 최우수작품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영화제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작품 중 하나였는데, 그 작품을 우리가 보게 됐다. 보자마자 <82년생 김지영>은 김도영 감독이랑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연기>라는 작품이 <82년생 김지영>의 축소판처럼 느껴질 정도로 우리가 생각했던 정서를 잘 담고 있었고, 후에 김도영 감독과 얘기하며 들어보니 김도영 감독이 <자유연기>를 준비하며 <82년생 김지영> 책을 읽었다고 했다. 책을 읽고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도 했다. 김도영 감독이 장편 연출은 처음이지만 사유의 깊이와 넓이가 남다르다는 점과 그 역시 육아를 경험한 워킹맘이라는 점에서 영화의 취지를 잘 이해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소설과는 다른 희망적인 결말을 원한 이유가 궁금하다.

곽희진 이 작품을 선택했을 때부터 우리가 생각했던 기획의 방향은 세상의 모든 김지영과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각색과 편집에서도 그 방향성을 잃지 않으려 했다. 원작자 조남주 작가가 한 방송에서 지영이를 어떤 방에 넣어 두고 그냥 문을 닫아버리고 나온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들었다. 우리는 지영을 조금 더 성장시키고, 위로와 응원을 건넬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고, 다행스럽게도 조남주 작가도 영화를 보고 한 걸음 더 나아간 것 같아 너무 좋았고 선물 같은 영화라 말씀해주셨다. 책과는 다른 따뜻한 공감을 드릴 수 있어 다행이다.

각본을 쓴 유영아 작가는 <7번방의 선물> <형> 등 가족 중심 서사와 낙관적인 시선이 돋보인다.

박지영 원작 소설 자체가 서사가 부족하고 에피소드가 나열된 구성이라 이야기를 영화 속으로 데리고 들어와야 하는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드라마화에 노련한 작가가 시나리오를 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운 좋게 유영아 작가가 맡아주었다. 유영아 작가 본인도 아이를 키우며 일하고 있어 이야기에 공감을 많이 해주신 것 같다. 가족 간의 서사에 공들여 주셔서 영화의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졌다. 여기에 김도영 감독이 각색을 통해 인물들이 추가되고 이야기가 정교해지며 드라마적인 요소가 가미됐다.

곽희진, 박지영 대표(왼쪽부터).

제작자, 감독, 각본, 원작자 모두 여성이다.

곽희진 특별히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신인 제작자로서의 고충도 있었을 것 같다.

곽희진 영화계 경계에 있기는 했지만(곽대표는 제작사를 차리기 전 드라마 판권 관련 일을, 박대표는 영화 마케팅 관련 일을 했다), 제작은 처음이다 보니 모든 과정에서 결정의 단계에 이게 옳은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었다. 하나하나 배운다는 생각으로 했지만, 모든 과정은 어려웠다. 그래도 감독님을 비롯해 제작진, 배우들 모두 도움을 많이 주셔서 이렇게까지 온 것 같다.

박지영 다 어려웠다. 그래서 배운다는 생각으로 일했다. 우리가 협업하는 모든 분들이 사실 그 분야에서 우리보다 훨씬 더 전문가고, 그래서 그분들을 믿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차기작이 궁금하다.

곽희진 공식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다양한 장르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보려 노력하고 있다. 코미디 장르도 있고, 멜로와 드라마도 있다. 꾸준히 하는 것이 지금의 목표다.

박지영 환한 낮처럼 밝은 영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무섭고 잔인한 영화는 나도 잘 못 본다. (웃음)


씨네플레이 심규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