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특히 독일 여행 가기 전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숨은 맛집 리스트나 널리 알려지지 않은 관광 명소 검색? 물론 이런 준비는 기본이다. 교환 학생으로 독일에 체류했던 경험에 비춰 보면, 독일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 20세기 독일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영화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독일 여행 전 보면 좋은 영화 5편을 시대 순으로 소개한다.


1. 나치 지배, 2차 세계대전 시기

<책도둑>

<책 도둑>

마커스 주삭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책도둑>은 1938년 독일, 주인공 소녀 리젤(소피 넬리스)이 엄마와 남동생과 이별하고 한 가정에 입양되면서 시작된다. 리젤은 자상한 새아빠 한스(제프리 러쉬)에게 글을 배우고 책을 읽으며 마음에 위안을 찾고, 또래 소년 루디(니코 리어쉬) 덕분에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 간다. 그 후 한스에게 한 유대인 청년 막스(벤 슈네처)가 찾아오고 지하실에서 숨어 지내게 된다. 리젤은 막스의 세상과 유일한 소통 방법인 책을 구해다주기 위해 점점 대담한 선택을 하고 제2차 세계대전은 더 격렬해진다.

영화는 영어로 진행되지만, ‘Ja’(Yes)와 ‘Nein’(No) 같이 그대로 발음하는 간단한 독일어와 배우들의 독일어인 듯 영어인 발음 연기를 잘 들어보며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책을 통해 등장인물 간의 연결고리를 만든 또 다른 영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2008)도 이후에 감상해보면 좋겠다.


2. 2차 대전 이후 미소 냉전시대

<스파이 브릿지>

<스파이 브릿지>

<스파이 브릿지>은 제임스 도노반의 전기, <스트레인저스 온 더 브리지>(Strangers On a Bridge)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이다. 변호사 제임스 도노반(톰 행크스)이 미국의 원자력 기술을 빼내려 했던 소련 스파이 루돌프 아벨(마크 라이런스)의 변호를 맡게 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당시 전 세계는 미국, 소련간의 냉전 시대로 긴박한 대립 상황이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반공운동이 극에 달해 적국의 스파이를 변호하는 것은 자신은 물론 가족의 안전까지 위협받는 일이었음에도 제임스 도노반은 “변론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한다”며 자신의 신념에 따라 변호에 최선을 다한다. 그는 때마침 소련에 붙잡힌 미국 CIA첩보기 조종사와 아벨의 맞교환을 위해 비밀협상에 나서고, 베를린 글리니케 다리의 양 끝에서 두 적국이 마주하게 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스파이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입장에 따라 선과 악으로 나눈 당시 사고방식에 대한 재고찰을 담고 싶었다”는 의도를 밝혔는데, 이를 생각하면서 보는 것도 좋은 감상이 될 것 같다. 소련 스파이 아벨을 연기한 마크 라일런스는 <스파이 브릿지>로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3. 동,서독 분단 시절

<타인의 삶>

<타인의 삶>

영화의 배경은 1984년 동독.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5년 전 동독의 이야기이다. 동독 정보기관인 국가보안부(약칭 슈타지)는 동독에 사는 모두를 감시했고 당에 보고했다. 동독시민들은 이웃도 심지어는 가족도 믿을 수 없었다. 국가가 곧 자신의 이념이고 신념인 냉혈인간 슈타지 요원 비즐러(율리히 뮤흐)는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세바스티안 코치)과 그의 애인이자 인기 여배우 크리스티나(메르티나 게덱)을 감시하는 중대임무를 맡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그들을 체포할 단서는 드러나지 않고 비즐러는 오히려 드라이만과 크리스티나의 삶으로 인해 감동받고 사랑을 느끼게 된다.

감독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는 4년간 비밀경찰과 피해자를 인터뷰하여 각본을 쓰고 6년 만에 영화를 완성시켰다. <타인의 삶>은 2006년 독일 영화상에서 무려 11개 부문에 수상 후보로 올라 최우수 영화, 감독, 각본, 배우, 조연상 등 7개 부문에서 상을 받는 기록을 세웠으며, 2007년 아카데미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수많은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다. 2018년 부산 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했던 감독의 신작 <작가미상>이 2월 20일 개봉한다고 하니 그의 작품을 극장에서 다시 만나볼 수 있겠다.


4. 분단 이후와 동서독의 재통일

<굿바이 레닌>

<굿바이 레닌>

1989년 동독 시민들은 월요일마다 모여 통일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라이프치히에서 처음 시작된 이 시위는 전 독일로 번져 100만 명의 시민들을 거리로 불러 모았고, 지도자를 바꾸는 등의 정부의 노력은 민주화를 향한 시민들의 열망 앞에 통하지 않았다. 마침내 1989년 11월 9일 동독 공산당 대변인의 말실수로 동독 주민들은 즉시 장벽으로 달려나갔고, 베를린 장벽은 무너지게 된다. (‘여행 허가에 대한 출국규제 완화’ 법령 브리핑에서 동독 공산당 대변인은 규제완화시점이 “지금즉시”라고 발표했다.)

영화 속 알렉스(다니엘 브륄)도 시위대에 참여하는데, 열성적인 공산당원인 어머니는 아들이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다. 통일 이후 깨어난 어머니가 심장이 약해져 조금의 충격에도 목숨이 위험하다는 의사의 경고를 들은 알렉스는 엄청난 거짓말을 꾸며내기 시작한다. 아파트를 과거 동독 시절의 모습으로 꾸며놓고, 급기야는 친구와 함께 TV 뉴스까지 제작한다. <굿바이 레닌>은 독일 통일을 둘러싼 흥미로운 블랙코미디 영화다. 개봉 당시 동독 시절의 향수를 담은 신조어 오스탤지어(Ostalgia)가 생기기도 했다. 동쪽을 뜻하는 ‘오스트’(Ost)와 향수의 ‘노스탤지어’(Nostalgia)의 합성어다. 알렉스 역의 다니엘 브륄은 <굿바이 레닌>으로 2003년 독일 영화상에서 최고의 남자 주연상을, 유럽 영화상에서 최우수 남자배우 부문 관객상을 수상했다. 이 외에도 영화는 2003 유럽 영화상(EFA)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6개의 상을 수상했다.


5. 현재, 수많은 이민자들의 두 번째 국가가 된 독일

<나의 가족 나의 도시>

<나의 가족 나의 도시>

1950년대 후반부터 독일로 유입된 이주노동자들은 터키, 폴란드,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 등지에서 온 노동자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파독되었다가 정착한 광부와 간호사들까지 약 315만 명이다. 이들은 문화, 인종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낯선 타국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내었고 이제는 그들의 3세대가 태어나는 시대에 이르렀다.

<나의 가족 나의 도시>의 후세인(베다트 에린킨)도 1950년대에 가족들과 터키에서 독일로 이주한 1세대 이주노동자이다. 후세인은 독일로 이주한 지 45년 만에 시민권을 얻게 되고 가족들에게 고향 터키로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여행을 가는 길에 지루해하는 막내손자 첸크(라파엘 코우리스)에게 할아버지가 젊었을 시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는 삼데렐리 자매가 공동으로 각본 작업을 하고 언니가 연출했다. 자매는 1960년대에 독일로 이주한 쿠르트계 이민 2세대 독일인으로 이주노동자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다. 그들의 경험을 녹여 아름답게 풀어낸 <나의 가족 나의 도시>는 2011년 독일 영화상 최고의 영화상과 최고의 시나리오상을 받았다. 독일 이주 노동자의 모습을 그린 또 다른 영화로는 <천국의 가장자리>(2008)와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1974)가 있다.

*이 글은 필자가 선정한 각각의 영화를 보기 전 이해를 돕기 위해 쓴 것으로 최대한 간략히 역사적 사실을 묘사하려 했습니다. 역사의 모든 내용을 자세히 담을 수 없었던 점 이해를 바라고 혹시 오류가 존재하거나 꼭 추가해야할 영화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씨네플레이 대학생기자 장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