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공교롭다. 이 정도면 처음부터 계획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 캐릭터 디자인 문제로 한차례 개봉을 미룬 <수퍼 소닉>이 2020년 2월 12일에 개봉했다. 2020년은 소닉을 만든 세가 게임즈가 60주년을 맞이한 해. 세가의 마스코트 소닉이 실사 영화로 60주년을 축하해주는 듯한 느낌이다. 소닉이란 캐릭터가 왜 이렇게 화제인지 모를 비게이머 관객, 혹은 2000년대생 관객들을 위해 소닉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영화 제작 타임라인을 준비했다.
소닉 vs. 마리오, 게임계의 양대 라이벌
소닉은 세가가 1991년 발매한 <소닉 더 헤지혹>(SONIC THE HEDGEHOG)에서 처음 등장했다. <소닉 더 헤지혹>은 소닉을 좌우로 움직여 적을 물리치고 결승점에 도달하는 아케이드 게임. 이런 게임 방식, 생각나는 게 있지 않나? 닌텐도가 1985년 발매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와 유사하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대성공을 거둬 게임은 물론이고 캐릭터까지 유명해지자 세가가 자신들만의 ‘마리오’를 만들고자 개발한 게 소닉이다.
그렇지만 ‘소닉 시리즈’가 결코 ‘짭퉁’ 취급받지 않는 건 고유의 게임성을 고수했기 때문.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계속 오른쪽으로만 이동하는 강제성과 적과 장애물을 밟아서 이동하는 플랫포머의 재미를 취한다면, <소닉 더 헤지혹>은 맵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도와 지형지물을 이용해 소닉을 좀 더 빠르게 움직이는 속도감을 내세웠다. 방향키와 버튼 하나면 플레이할 수 있는 편의성은 동일하지만 판이하게 다른 플레이 스타일에 게이머들은 환호했고, 닌텐도의 ‘마리오 시리즈’와 세가의 ‘소닉 시리즈’는 게임을 넘어 캐릭터 인기까지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졌다.
서른 살 언저리에 온 두 캐릭터의 현재 위신은 어떨까. 마리오는 본진인 게임계에선 여전히 명작의 상징으로 칭송받는다. 마리오가 나온다면 믿고 사도 된다 할 만큼 훌륭한 완성도의 게임이 나오기 때문. 반대로 미디어믹스는 명작은커녕 괴작(전설의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처럼)만 줄줄이 내면서 현재로선 명맥이 끊긴 상황. 소닉은 반대다. 게임 시리즈는 작품에 따라 상이한 평가를 받아 시리즈가 위기에 빠진 적도 있으나, 미디어믹스는 애니메이션으로 여전히 승승장구를 하고 있는 중이다. 매출 규모로만 따지면 마리오 진영이 두 번 이상 크지만, 팬들은 1990년대를 풍미한 캐릭터로서 두 캐릭터의 경쟁 관계를 인정하는 편.
소닉 실사화의 파란만장 연대기
2014년 6월
실사 영화화 발표
소닉의 실사 영화화가 최초로 공식화된 시기. 당시 발표로는 이렇다. 소니 픽처스가 배급을 맡고 2008년부터 ‘소닉 시리즈’의 컷신 제작에 참여한 이력이 있는 MARZA 애니메이션과 공동제작에 착수한다. TV 코믹 드라마를 주로 집필한 에반 수서와 반 로비쇼가 각본을 담당하며 <분노의 질주> 1편과 <나는 전설이다>를 제작한 닐 H. 모리츠가 제작자로 작품을 이끈다.
2016년 11월
핵심 제작진 공개
한동안 소식이 없던 실사 영화의 근황이 전해졌다. 에반 수서와 반 로비쇼 콤비는 하차하고, 닐 H. 모리츠는 잔류했다.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부분에 후보로 오른 <빈털터리가 된 쥐 이야기>(Gopher Broke)의 제프 파울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단편을 제작한 블러 스튜디오도 제작에 참여하게 된다. 블러 스튜디오의 설립자이자 수장 팀 밀러 감독이 소닉 실사 영화에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2018년 개봉이 목표.
2017년 10월
소니→파라마운트로 배급사 변경
파라마운트가 소니와 산하 스튜디오 컬럼비아 픽처스로부터 <소닉> 실사 영화 판권을 샀다고 발표. 제작진 대부분은 그대로 남았다고 설명했다.
2018년 2월
2018년에서 2019년으로 개봉 연기
개봉 연기가 기정사실화됐다. 2018년에서 2019년 11월 15일로 개봉일을 교체했다. 제작진 교체 없이 진행 중이었대도 당시 캐스팅조차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서 개봉 연기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2018년 5월
소닉을 도울 캐릭터와 캐스팅 공개
악당 닥터 이보 로보토닉과 싸울 소닉의 조력자 캐릭터 경찰 톰 와쇼스키가 공개됐다. 최초 보도는 폴 러드가 해당 역할을 맡는다고 전했으나 이내 무산된 사실로 정정 보도됐다. 그후 제임스 마스던이 해당 캐릭터로 캐스팅됐음이 밝혀졌다.
2018년 6월
닥터 로보토닉 캐스팅 공개
짐 캐리가 닥터 이보 로보토닉 역을 맡는 걸로 확정됐다. 구설수에 오르며 오랜 휴식기를 가진 짐 캐리가 4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이 영화를 선택했다.
2018년 8월
소닉 목소리 성우 발표
코미디 영화에서 배우로 출연하고 <보잭 호스맨> 등에서 목소리 연기를 한 벤 슈와츠가 소닉의 목소리로 캐스팅됐다.
2018년 12월
티저포스터 공개
‘게임 원작’을 단 영화들은 팬들의 우려를 받을 수밖에 없다. 게임과 영화가 추구하는 재미의 방향이 다르고, 또 게임을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스토리나 캐릭터가 달라지기 때문. 하지만 <수퍼 소닉>처럼 본편을 까기도 전에 비난을 받은 적도 드물다. 티저포스터를 처음 공개한 2018년 12월, 소닉은 이례적으로 주목받았다.
파라마운트 픽처스는 12월, <수퍼 소닉> 티저포스터를 공개했다. 모션 포스터 겸 티저포스터는 실루엣만 봐도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소닉의 모습으로 팬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팬들은 소닉의 털이 너무 현실적으로 복슬거리는 점, 소닉의 팔다리가 근육질이란 점을 지적했다. 소닉의 다리만 나온 팜플렛 포스터 또한 복슬복슬한 털 때문에 팬들을 당황케 했다.
이윽고 새로운 포스터가 SNS로 유출되면서 논란은 가중됐다. 이 포스터의 소닉은 게임만큼 애니메이션틱하지도 않고, 티저처럼 이질감이 심하지도 않았다.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한 팬들도 있었겠지만, 왼쪽 아래에 제임스 마스던이 아니라 캐스팅 1순위로 고려한 크리스 프랫을 닮은 걸 통해 일종의 컨셉 아트였던 것으로 추측됐다.
엎친 데 덥친 격이라고, 소닉 실사 영화에 참여한 하마가미/캐럴(HAMAGAMI/CARROLL)에서 포트폴리오를 유출하면서 <수퍼 소닉>에 대한 팬들의 불안감은 쐐기를 박고 만다.
2019년 4월 30일
최초 트레일러 공개
팬들의 불만이 절정에 달한 건 2019년 4월 30일, <수퍼 소닉> 최초 예고편이 공개된 날이다. 예고편이 공개될 때면 영화에 대한 반응이 나오기 마련인데 <수퍼 소닉>은 공개와 동시에 팬들의 ‘싫어요’ 클릭만 끊임없이 솟구칠 뿐이었다. 특히 마침내 공개된 소닉의 비주얼에 반발이 심했다. 티저포스터에서 암시된 것처럼 소닉의 털이 현실적이라 이질감이 심한 건 물론이고, 원작과 다르게 소닉의 비율이 지나치게 ‘인간적’이라 거부감이 자극했기 때문이다.
2019년 5월
소닉의 전면 수정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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