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극장가가 한산한 가운데, 과거의 명작들이 속속 멀티플렉스에 상영 중이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뮤지컬/로맨스 영화 <라라랜드>(2016)는 지난 3월 25일 박스오피스 1위로 등장해 꾸준히 적잖은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라라랜드>에 관한 팩트들을 정리했다.


___ <라라랜드>는 데이미언 셔젤과 저스틴 허위츠가 하버드 대학교 4학년이었던 2010년부터 기획됐다. 셔젤은 시나리오를 썼고, 허위츠는 음악을 만들었다. 100만 달러 예산으로 만들려다가 너무 많은 수정 요구에 무산되고, <위플래쉬>(2014)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3천만 달러의 프로젝트로 재개됐다. 크게 불어난 예산 덕분에 (하루 대여 비용이 1만 달러에 달하는) 그리피스 천문대를 빌릴 수 있었다고.

데이미언 셔젤과 저스틴 허위츠

___ 베니스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기 1년 전, 2015년 여름에 8주 동안 촬영됐다.

___ 엠마 왓슨은 <미녀와 야수>(2017)의 일정 때문에 미아 역을 거절했고, 고슬링은 <라라랜드>를 위해 <미녀와 야수>의 야수 역을 고사했다. 둘 모두 뮤지컬 영화다. 한편, 엠마 스톤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2018) 프로모션 일정으로 <작은 아씨들>(2019)의 마치 역을 포기했고, 대신 왓슨이 마치를 연기했다. <위플래쉬>의 주연이었던 마일즈 텔러는 세바스찬 역을 맡을 예정이었지만, 고슬링이 합류하면서 하차하게 됐다.

___ 데이미언 셔젤은 2014/15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카바레>에서 주인공 샐리를 연기하는 엠마 스톤을 보고 <라라랜드>에 캐스팅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카바레>의 엠마 스톤

___ 촬영에 앞서 데이미언 셔젤, 라이언 고슬링, 엠마 스톤은 고전 뮤지컬 영화의 최고 스타 진 켈리의 아내를 찾아가, <사랑은 비를 타고>(1952) 가죽양장 시나리오를 비롯한 켈리의 유품들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일정이 거의 마칠 즈음 그 집 개가 집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 셔젤과 고슬링은 길가로 뛰어들어 개를 구출했다.

___ <라라랜드> 이전,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은 <크레이지 스튜피드 러브>(2011)와 <갱스터 스쿼드>(2013)에 함께 출연한 바 있다. 두 배우는 마고 로비와 윌 스미스 주연의 <포커스>(2015)에 캐스팅 되기도 했었다.

<크레이지 스튜피드 러브>, <갱스터 스쿼드>

___ 'Another Day of Sun'을 부르는 오프닝 신에 기용된 댄서들은 30명뿐이다. 저 멀리 보이는 사람과 차 대부분은 CG로 만들었다. 43도의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2일 동안 촬영됐다. 배우들은 차 안에 두 벌의 여분 의상을 두고 신 사이사이 바꿔 입었다. 안무가 맨디 무어는 효율적인 촬영을 위해 제작사 주차장에서 리허설을 거쳤다. 꽤 많은 차들의 윗 부분이 찌그러져 있는데, 영화 쓰인 테이크를 찍기 전 여러 차례 리허설과 촬영을 거쳤기 때문이다.

___ 이 고속도로는 산드라 블록과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스피드>(1994) 속 버스 점프 시퀀스가 촬영됐던 곳이다.

___ 'Another Day of Sun'이 끝나고 처음 세바스찬을 비출 때 라디오에선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비롯 세 번 오스카를 받은..."이라는 멘트가 들린다. 이는 의상 디자이너 샌디 파웰에 대한 멘트다. 파웰은 <셰익스피어 인 러브>, <에비에이터>(2004), <영 빅토리아>(2009)로 3번 오스카 의상상을 받았다. <올란도>(1993), <캐롤>(2015),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2018), <아이리시맨>(2019) 역시 그의 작품이다.

___ 오프닝 시퀀스를 제외한 모든 신에서 미아와 세바스찬이 등장한다. 감독의 전작 <위플래쉬>의 주인공 앤드류 역시 마찬가지다.

<위플래쉬>

___ <라라랜드>의 미아처럼 엠마 스톤 역시 배우가 되기 위해 15살에 학교를 중퇴하고 LA로 왔다.

10대 시절 엠마 스톤

___ 캐스팅 디렉터가 미아의 전화 받는 연기를 방해하는 신은 실제로 라이언 고슬링이 오디션 중에 경험했던 일화에서 아이디를 얻었다.

___ 미아는 쥬느비에브라는 여자가 주인공인 1인극을 쓴다. 쥬느비에브는 <라라랜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뮤지컬 영화 <쉘부르의 우산>(1964)에서 카트린 드뇌브가 맡은 캐릭터의 이름이다.

<쉘부르의 우산>

___ 풀장 파티에서 미아에게 맨스 플레인을 쏟아내고 있는 남자는 <아이스 에이지 4: 대륙이동설>(2012)과 <원더 우먼>(2017)의 시나리오 작가 제이슨 푹스가 연기했다.

___ 할리우드 힐스에서 펼쳐지는 5분간의 탭댄스 신은 어스름한 자주색 황혼이 가장 잘 드러나는 7시 20분부터 50분까지, 30분간의 매직 아워에 찍어야 했다.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은 한 신을 끝내자마자 조수들이 땀을 닦아주면서 시작점에 돌아가는 식으로, 주어진 이틀간 5번 촬영할 수 있었다. 영화에 사용된 건 네 번째 테이크.

___ 탭댄스 신에서 미아가 입은 노란 드레스는 원래 리허설 용이었다. 엠마 스톤이 그 옷을 아주 마음에 들어해 그걸 입고 촬영했다.

___ 미아가 세바스찬에게 자기는 재즈를 싫어한다고 말하는 장소는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 <Wish You Were Here> 커버를 촬영한 워너 브라더스의 부지다.

___ 그리피스 전망대는 내부 전시물은 찍을 수 있었지만, 플라네타리움은 허가가 나지 않아서 세트장에서 촬영됐다. 플라네타리움 한가운데 있는 빈티지 미놀타 프로젝터는 빅베어레이크 천체박물관에서 대여한 것이다.

___ 플레네타리움 신의 마지막, 미아와 세바스찬은 공중에서 천천히 내려와 자연스럽게 자리에 내려앉아 키스 한다. 거꾸로 찍은 신이라 그렇게 자연스러워 보였던 것. 그들은 처음부터 앉아 키스를 한 채 촬영을 시작했고, 줌 인은 사실 줌 아웃이었다.

___ 라이언 고슬링은 피아니스트를, 존 레전드는 기타리스트를 연기한다. <라라랜드> 이전에 레전드는 피아니스트로, 고슬링은 기타리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두 사람 모두 영화를 위해 새로운 악기를 배워야 했던 셈이다.

___ 영화에 수록된 피아노 연주는 프리 프로덕션 시기, <포레스트 검프> <타이타닉>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등에 참여한 피아니스트 랜디 커버가 친 것이다. 라이언 고슬링은 일주일에 6일, 하루 두 시간씩 피아노 레슨을 받으면서 연주를 외웠다. 촬영이 시작될 무렵, 고슬링은 손 대역이나 CG를 사용하지 않고도 영화 속 피아노 곡을 모두 연주할 수 있었다.

___ 존 레전드에게 'Start a Fire'를 작곡하는 건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일이었다. 록 밴드의 곡이지만 재즈 영향이 어느 정도 묻어나는 그 곡은 세바스찬이 성공을 위해 억지로 만든 노래라고 설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___ <라라랜드> 오리지널 스코어는 <오즈의 마법사>(1939)와 <사랑은 비를 타고> 등 MGM 스튜디오의 뮤지컬 영화의 음악이 제작된 스튜디오에서 녹음됐다.

___ 세바스찬과 미아가 <이유 없는 반항>을 보는 리알토 시어터와 두 사람의 데이트를 보여주면서 짤막하게 등장하는 엔젤스 플라이트는 <라라랜드> 촬영을 위해 임시로 문을 열었다. LA 다운타운에 위치한 엔젤스 플라이트는 영화에 힘입어 운영을 재개했다.

___ 미아가 'Audition (The Fools Who Dream)'을 부르는 신, 엠마 스톤은 사전에 녹음된 걸 립싱크 하는 대신 촬영 중 직접 노래를 불렀다. 대사에서 노래로 넘어가는 타이밍 역시 직접 정한 것.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는 다른 방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다. 이 신은 9번 촬영해, 두 번째 샷이 영화에 사용됐다.

___ 세바스찬이 성공한 재즈 뮤지션이 아닌 자신의 재즈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는 설정은 라이언 고슬링이 아이디어였다.

___ 의상 디자이너 메리 조프레스는 미아의 천진난만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엠마 스톤에게 주로 원색의 옷을 입혔다. 미아가 나이들어 성공했을 때 블랙이나 화이트 드레스를 입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조프레스는 영화 마지막에 엠마 스톤이 입은 흰색 드레스가 미아의 전체 의상 중 가장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___ <라라랜드>에 흠뻑 빠진 톰 행크스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2016)의 기자회견에 온 기자들에게 꼭 <라라랜드>를 챙겨보라고 권했다.

톰 행크스

___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4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다. <이브의 모든 것>(1950), <타이타닉>(1997)과 함께 역대 최다 노미네이트 기록이었다. 데이미언 셔젤은 밥 포시의 <카바레>(1972) 이후 24년 만에 뮤지컬 영화가 감독상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실수로 <라라랜드>가 작품상 수상작으로 발표됐지만 곧 <문라이트>(2016)로 정정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___ 엠마 스톤은 <라라랜드>로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이어 오스카 트로피까지 품에 안았다.

___ 촬영 당시 라이언 고슬링의 아내 에바 멘데스는 둘째 아이를 가진 채 항암 치료를 받은 동생을 돌보고 있었다. 골든 글로브 남우주연상 수상 당시 고슬링은 자신이 음악/안무 연습에 매진하는 동안 고생했던 멘데스와 촬영을 마친 후 세상을 떠난 멘데스의 동생에게 상을 바쳤다.

___ 데이미언 셔젤은 당신의 삶을 변화시킬 사람을 만나, 그가 당신이 꿈꿔왔던 길을 가도록 이끌지만, 결국 그 여정은 당신 혼자여야 한다는 개념에 이끌려 <라라랜드>를 만들었다. 미아와 세바스찬 모두 꿈을 이루었으니 슬프지만 해피엔딩이라 봐도 될까.


씨네플레이 문동명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