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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흥행판에 정설로 내려오고 있는 말 중에 ‘흥행은 귀신도 모른다’라 말이 있습니다. 흥행이란 것이 어디로 튈지 모르다 보니 나온 말일 것입니다. 귀신마저 모르는 흥행 예측도 실시간으로 예매 상황이 올라오고 책상에 앉아 인터넷을 통해 반응을 체크할 수 있고 데이터도 쌓일 만큼 쌓여있는 지금은 예전보다는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첫날 관객수만 가지고도 거의 근접하게 최종관객수 예측이 가능해진 시대이니 말입니다. 물론 마블 같은 프렌차이즈 영화는 이러한 데이터에 기대지 않아도 흥행 예상이 충분히 가능하기도 합니다. 기본 500만 이상에 <어벤져스> 시리즈 같은 경우는 천만이상 갈 거라고 말이죠.

배급하는 사람은 이 ‘흥행 예측’을 잘해야 배급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습니다. 자기 물건에 대한 가치를 잘 알아야 장사를 잘 할 수 있는 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입니다. 예측치를 가지고 개봉할 극장의 전체 사이즈가 결정되고 경쟁해야 할 영화가 있다면 대결할지 말지도 결정해야 하니 말입니다. 흥행 예측을 얼마나 잘 해내느냐가 영화의 흥망성쇠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현재의 서울극장 전경 (출처 서울극장 홈페이지).

과거 일일이 손으로 티켓에 영화제목과 좌석번호를 찍어야 했던 시절에는 어떻게 흥행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요? 물론 개인적 경험의 차이가 있겠지만 그 경험치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대부분의 배급담당자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흥행을 예측하였습니다. 당시에는 극장마다 ‘선전부’라는 곳이 있었는데 그들의 주업무는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끌고 개봉영화 홍보를 위해 포스터를 거리나 포스터 전용 거치대에 붙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전화를 해서 붙인 포스터를 관객들이 가져가고 있느냐? 라고 문의를 합니다. 그 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관객들이 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고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시는 체인극장이 아니라 대부분 단독 극장이다 보니 극장마다 기계가 아닌 직접 영화 안내를 해주는 안내전화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극장에 전화를 걸어 문의전화가 얼마나 오는지를 체크합니다. 문의전화가 흥행과 비례하다 보니 횟수를 기록해달라 부탁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어느 정도 감을 잡고 난 후 개봉 첫날은 더 중요해집니다. 예매 줄이 얼마나 긴지 살피는데 당시는 직접 매표실 앞에 줄을 서서 티켓을 구매해야만 했던 시절인지라 그 예매줄을 일부로 큰길 쪽으로 세워 ‘보라는 듯’이 호객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종로 3가에 있는 서울극장 같은 경우 사거리에 있던 00은행이 기준이 되어 이 은행을 넘기면 대박영화이고 못 넘기면 중박영화였습니다.

또 다른 방식으로 극장주변에 암표상들이 떴냐도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되었는데 지금도 의문은 그 암표상들은 귀신도 아닌데 흥행을 어떻게 미리 알았을까 하는 것입니다. 참 놀라운 일입니다.

故 곽정환 서울극장 회장 (사진 씨네21).

이렇게 해서 개봉 첫 회 스코어가 나오게 됩니다. ‘매진이냐 아니냐’ ‘예매줄이 얼마나 길었나’ ‘매진속도가 얼마나 빨랐나’ 이런 데이터로 최종누적관객수를 예측하였기에 당시 배급 담당자들은 토요일마다(당시에는 토요일이 개봉일이었습니다) 극장으로 출근해서 부지런히 상황을 체크하고 다녔지요.

여기서 저만의 비법 중 하나를 살짝 공개하겠습니다. 이것은 흥행계의 대부이셨던 서울극장의 故 곽정환 회장님이 전수해주신 것인데, “영화가 상영되기 전에 극장에 들어간다. 다정해 보이는 커플 뒤에 앉는다. 그리고 영화가 상영되고 10분 동안 그 커플이 이야기를 하나 안 하나를 본다. 안 하면 흥행 가능성이 높고, 이야기를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 비법은 거의 틀린 적이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아날로그 시대라 개인마다 자신만의 비법으로 흥행을 예측했었습니다. 오늘을 사는 여러분들은 어떻게 흥행을 예측하시나요?


글 |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 《영화 배급과 흥행》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