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jpg

직장인들은 화가 많을 수밖에 없는 걸까. 아침 출근길, 직장 다니는 친구들과 메신저를 주고받다 보면 그들의 분노를 대변하는 (웃기지만 슬픈) 짤들을 공유받는다. "출근했냐…"는 한 마디 물음에 친구는 위의 사진을 보내왔다. 출근의 '출'자도 꺼내지 말라고 했다. 이유는 다 다르지만, 직장을 다니다 보면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이 온다. 여러 문제에서 비롯된 막막함이기에 섣부른 결정을 내릴 수도 없다. 마음속에 사직서 한 장쯤은 품고 있지만, 사직서는 던지지 못하고 애꿎은 화만 내게 된다. 그래도 일단은… 다시 주말이 찾아왔다. 평일의 고통을 씻어 내리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 엎을까 말까, 부술까 말까 하루에도 열두 번 고민하는 직장인들이 주말에 보면 좋을 영화들을 소개한다.

사직서는 이렇게 / 보고서는 이렇게


[상황 1]

주먹을 부르는 사람이 있다면,

마동석이 대신 때려드림

(절대 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팀장님.jpg)

<악인전>

감독 이원태│출연 마동석 김무열 김성규│110분

마동석이 직장 부하 직원이었다면 괴롭히는 상사가 있었을까. 그가 만약 우리의 직장 동기였다면 두려운 것은 없었을 터. 천하무적이라는 말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마동석은 이제 한국 영화계에서 하나의 장르로 통한다.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새로운 영역을 탄생시킨 것이다. MCU 중에서도 마동석의 살벌함이 가장 돋보이는 영화가 <악인전>이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인 만큼 폭력의 정도가 (비교적 가장) 실감나는 편. 몸이 베베 꼬이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시간이 없다. 몰아치는 액션 시퀀스로 110분이 꽉 채워져 있다.

마동석은 연쇄살인마에게 표적이 된 조직 보스를 맡았고, 김무열은 연쇄살인마를 잡으려는 형사 역을 소화했다. 그렇다. <악인전>은 폭력배와 형사가 손을 잡고 연쇄살인마를 잡기 위해 공조를 펼치는 이야기다. 어딘지 모르게 흔한 설정으로 느껴질 순 있어도 <악인전>은 '액션을 보는 맛'으로 많은 게 용서되는 영화다. 각자 다른 이유로 연쇄살인마를 잡아야만 하는 두 남자의 거친 액션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마동석이 덩치에 걸맞게 액션의 무게감을 잡아준다면, 김무열은 한 번 잡으면 놓치지 않는 집요함과 날렵함을 그려낸다. 제72회 칸 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한 작품으로, 마동석은 <악인전>을 통해 처음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됐다.


<범죄도시>

감독 강윤성│출연 마동석, 윤계상, 진선규│121분

<악인전>이 살벌한 매운맛이었다면, <범죄도시>는 종종 웃음이 터지는 순한 맛이다. 아, 물론 액션의 정도나 표현이 순하다는 것은 아니다. <악인전>이 웃음기를 쫙 빼고 냉혈한 인물들의 '살벌함'을 그렸다면 <범죄도시>는 몇몇 인물들의 강약조절을 통해 웃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둔 것이다. 그런 덕분일까. <범죄도시>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680만 명 이상의 관객 수를 동원하며 흥행했다.

<범죄도시>에서 마동석의 액션은 화려하지 않다, 아니 화려할 필요가 없다. '뺨 싸대기' 한 대면 모든 상황이 종료되기 때문. '싸대기 액션'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마석도(마동석)라는 인물로 인해 <범죄도시>는 억울하고 답답한 상황 자체가 없다. 마동석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보적인 이야기 전개를 보여준다. 이미 많은 분들이 본 작품이기도 하겠지만 <범죄도시>는 여러 번 봐도 재미있는 작품 중 하나. 특히나 <범죄도시>는 실감나는 맨손 액션을 그리고 있기에 [상황1]에 처한 분들이 보면 알 수 없는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상황 2]

뭐든 부수고 싶은 욕구가 든다면,

차로 대신 박아드림

<베이비 드라이버>

감독 에드가 라이트│출연 안셀 엘고트, 케빈 스페이시, 릴리 제임스│113분

마동석의 영화가 우리의 편에서 함께 화내주고 때려주는 영화였다면 <베이비 드라이버>는 잠시 화를 내려놓을 수 있는 영화다. 영화 정보란에 '범죄 /스릴러' 장르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사실 <베이비 드라이버>는 음악 영화에 가깝다. 영화의 시작부터 흘러나오는 화려한 선곡에 내적 댄스를 멈출 수가 없기 때문. 그런 동시에 <베이비 드라이버>는 모든 리듬이 정교한 액션으로 승화되기도 한다. 이렇듯 <베이비 드라이버>는 2가지의 맛을 볼 수 있는 영화다. 발의 흔들거림을 멈출 수 없을 만큼 신이 나는 동시에 시각적으로는 카체이싱 액션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눈과 귀가 (동시에) 즐겁다'는 말이 딱 잘 어울린다.

스트레스를 풀 때 무언가를 부수거나 아무도 없는 도로에서 빠르게 달리는 것만큼 효과가 빠른 것도 없다. 아드레날린을 폭발적으로 뿜어낼 수 있는 지름길. 하지만 현실에서 무언가를 부수고 무자비하게 운전을 하는 일은 어렵기에 <베이비 드라이버>를 통해 대리만족하길 추천한다. 스타일리쉬한 리듬에 맞추어 화려한 핸들링을 뽐내는 베이비(안셀 엘고트)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짜릿한 전율이 느껴질 터.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분만 보고 있으라, 말하고 싶다. 오프닝이 최고의 명장면인 영화다.


[상황 3]

상사에게 소리 치고 싶은 욕구가 든다면,

이선균이 대신 질러드림

<끝까지 간다>

감독 김성훈│출연 이선균 조진웅│111분

이선균은 짜증 내는 연기에 특화되어 있는 배우다. 그의 장점이 십분 발휘된 영화가 <끝까지 간다>이다. <끝까지 간다>에서 이선균은 짜증과 억울함, 불안함과 초조함이 혼란스럽게 버무려져 있는 열연을 펼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고건수(이선균)는 아내의 이혼 통보부터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뺑소니 사건 연류까지, 앞이 보이지 않는 구렁텅이에 빠진 인물이다. 영화의 제목처럼 <끝까지 간다>는 최악의 상황에 놓인 고건수를 끝까지, 그리고 치밀하게 몰아세운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 극의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자신을 골탕 먹이는 박창민(조진웅)에게 고건수는 이판사판 모든 감정을 터뜨린다. 고건수의 짜증 섞인 분노는 관객들로 하여금 속이 뻥 뚫리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내가 너 '최소 무기징역이다'에18만원 건다 이 XX새끼야"라는 처절한 명대사(?)를 다들 기억하고 있을 것. 복잡하고 답답한 상황 설정들이 하마터면 짜증만 유발할 수도 있었지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끝까지 간다>는 작품성과 흥행 성적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기억하자!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 전국의 직장인들도 궁지에 몰리면 참지 않을 것이다. (ㅠㅠ)


[상황 4]

내 자신을 다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

호되게 혼내드림

<위플래쉬>

감독 데이미언 셔젤│출연 마일즈 텔러 J.K. 시몬스106분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나 자신을 탓하게 되는 순간도 많다. 남들이 쉽게 뚝딱뚝딱해내는 일들을 해내지 못 할 때 오는 자괴감이란. <위플래쉬>의 단어의 뜻은 '채찍질'이다. 제목처럼 <위플래쉬>는 아찔할 정도로 관객들에게 채찍질을 날리는 영화다. 음악대학 신입생인 앤드류(마일즈 텔러)가 최악의 폭군 교수인 플렛처(J.K.시몬스)에게 발탁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다. 플렛처는 입에도 담지 못할 폭언과 학대를 하는 교육자다. 그 방식을 통해서 앤드류는어떻게 되었는지 말하고 싶지만, 스포일러가 되기에 말하지 못하겠다.

어찌 됐든 플렛처의 교육방식은 최악이지만 <위플래쉬>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미쳐본 적이 있던가', '나 자신이 너무 현실에 안주하고 사는 건 아닐까' 고민하게 된다. 플렛처 교수는 말한다. "최고를 꿈꾸는 사람에게,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고 해로운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야"라고. 치열하게 일에만 매진하는 것이 최선이라 말하기 어려운 시대지만 <위플래쉬>는 일상에 치여 잠시 잃고 있던 '열정'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임엔 틀림없다.


주 5일을 매일매일, 혹은 그 이상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전국의 직장인들을 존경한다.


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유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