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더 테이블>은 하루 동안 한 카페의 창가 테이블에 앉았던 손님들의 대화가 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어요. 각 에피소드가 카페에서의 대화만으로 진행되는데, 그 대화를 통해 주인공들의 상황이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한 번 살펴볼게요.
첫 번째 손님은 유명한 배우가 된 유진(정유미)과 회사원 창석(정준원)입니다. 유진이 먼저 카페에 들어와서 창가 자리를 잡고 뒤늦게 온 창석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눠요. 둘의 대화를 통해 창석은 유진이 배우가 되기 전에 사귀었던 연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창석은 유명한 배우가 된 유진을 만나서 한없이 찌질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증권가 찌라시에서 봤는데 유진이 어떤 재벌이랑 사귀어서 부인한테 뺨 맞고 낙태했다는데 사실이냐고 묻더니 급기야 창석의 회사 동료들이 창밖에서 유진을 몰래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죠.
만약, 회사 동료들이 유진의 모습을 몰래 촬영했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까요. 가슴, 엉덩이, 허벅지, 치마 속처럼 성적으로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몰래 찍으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촬영죄에 해당하여 7년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어요. 소위 N번방 사건으로 법이 개정되면서 형량이 아주 높아진 범죄인데 일반적으로 몰래카메라를 처벌하기 위한 조항입니다. 영화에서는 카페에 앉아있는 유진의 모습을 몰래 촬영해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를 찍었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형사적으로 문제 되지 않아요. 그러나 초상권 침해를 이유로 민사상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고, 초상권은 꼭 유명인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일반인도 자신의 의사에 반해서 얼굴이 찍히면 초상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어요. 판례는 상대방의 동의 없이 찍은 사진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사안에서도 초상권 침해를 인정하여 3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한 예가 있습니다. 사안마다 촬영부위, 이용목적 등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00~200만원 정도의 위자료가 인정되고 있고, 유명인은 상업적 이용목적인 경우가 많아서 일반적으로 일반인보다 위자료 액수가 크게 인정돼요. 영화에서 창석의 회사 동료들은 창밖에서 유진을 몰래 쳐다봤을 뿐 사진촬영을 한 것은 아니므로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만약 유진과 창석이 앉아있는 장면을 몰래 촬영하고 그 사진이 불특정 다수에게 퍼진다면 법적으로 문제 될 가능성이 높아요.
세 번째 손님은 결혼식과 상견례에서 모친 역할을 해주는 숙자(김혜옥)와 엄마 역할을 부탁하는 은희(한예리)입니다. 은희는 숙자에게 곧 있을 상견례와 결혼식에서 숙자가 해야 할 모친 역할을 상세하게 설명해줍니다. 상견례 1회, 식장1회 행사는 총 2번이고, 숙자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은희의 오빠와 11년 동안 살고 있고, 오빠는 산부인과 개업의로 오빠의 부인이 아파서 은희의 결혼식에 오지 못하는 것이며, 은희의 오빠는 10살 딸과 2살 아들이 있는 상황이 정해져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은희는 배현대학교 섬유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로 유학을 갔다 왔으며 숙자의 이름은 은희의 친모 이름인 ‘김희남’이라고 알려줘요. 마지막으로 숙자의 알바비용은 상견례 50, 식에 100만원이라고 가격까지 설명을 마칩니다.
은희처럼 부모부터 자신의 학교, 유학 여부 등을 속이고 결혼하면 법적으로 어떤 문제가 될까요. 민법상 혼인무효와 취소사유가 규정되어 있는데 무효사유는 혼인합의가 없거나 미성년자의 부모 동의 없는 결혼, 근친혼 같은 엄격한 사유가 인정되어야 하고, 그 외 경우에는 취소사유가 문제되지만 취소사유도 이혼사유보다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혼인취소 사유에는 상대방한테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거나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한 경우가 대표적이에요. 그리고 악질 등의 사유로 인한 경우에는 악질이 있다는 것을 안 날로부터 6월,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한 경우에는 3월 내에 취소청구를 해야하고 그 기간이 경과하면 더 이상 혼인취소를 주장하지 못해요. 법적조치를 취하기까지 고민하는 기간을 고려하면 취소할 수 있는 기간이 상당히 짧죠.
판례가 혼인취소 사유를 매우 엄격하게 인정하기 때문에 사안마다 판단할 수밖에 없는데,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와 관련해서는 알코올중독, 양성애자 성향을 숨긴 것은 인정하나, 성염색체 이상, 무정자증, 성기능 장애, 임신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대법원은 약물치료나 전문가의 도움으로 개선이 가능하기 때문에 취소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예가 있어요. 사기 또는 강박에 의한 혼인취소 사유와 관련해서 판례가 인정한 예는 범죄전과, 이혼, 출산사실 등을 숨긴 경우가 해당해요. 일반적으로 판례는 배우자의 학력, 경력, 직업, 결혼전력, 범죄전력, 출산유무, 자녀유무를 혼인할 때 상대가 알아야 하는 중요한 요소로 보고, 상대가 미리 사실을 알았다면 결혼을 하였을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영화에서 은희는 지금까지 총 3번 사기 결혼을 했는데, 2번은 상견례만 했고 1번은 식까지 올렸다고 숙자한테 대답해요. 그러나 혼인신고는 이번에 처음 하는 것인데, 알고 보니 은희는 스포츠용품점 사장한테 작업을 하려다가 그 가게 막내 사원한테 감정이 생겨 진짜 결혼을 하는 것이었죠. 좋아서 하는 결혼을 왜 이런식으로 하냐는 숙자의 질문에, 은희는 이런 식으로 살다 보면 처음부터 일이 꼬여서 솔직할 기회가 없고 주변에 친구들조차 좋은 사람이 없어서 하객도 모르는 사람인 허수아비가 낫다고 담담하게 대답을 해요. 은희가 하는 말을 통해서, 은희는 예비신랑한테 학력, 직업, 가족, 부모를 모두 속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결혼 후 남편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안 날로부터 3월 내에 혼인취소 청구를 할 수 있고 그 후에도 이것이 원인이 되어 이혼사유가 발생하면 이혼청구도 할 수 있어요. 일상의 평범한 대화 속에서 법률쟁점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글 | 고봉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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