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저 헌터 플린>은 10월 15일(목) 올레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극장에 걸리진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트레저 헌터 플린>의 영어 제목부터 소개한다. ‘인 라이크 플린’(In Like Flynn)이 원래 제목이다. 이 말은 속된 관용구로서 ‘플린처럼 해내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뭘 해내냐고? 여성을 유혹하는 것! 플린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런 표현에 자신의 이름이 사용됐을까. 플린이 누군지 알아야 겠다. 한글 제목에서 그가 보물 사냥꾼이라는 건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게 플린을 대표하는 직업은 아니다. 플린, 에롤 플린(Errol Flynn)은 호주 태생의 할리우드 1세대 액션영화 배우다. 1930~40년대에 최고의 흥행 수익을 올린 영화들에 전설적인 배우인 베티 데이비스,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등과 함께 출연했다. 특히 칼을 들고 싸우는 액션을 선보이는 활극(活劇)의 스타였다. 그의 대표작으로 <캡틴 블러드>(1935), <로빈 훗의 모험>(1938), <시 호크>(1940) 등이 있다. 할리우드의 역사를 잘 아는 시네필이나 고전영화에 관심이 있는 관객들은 에롤 플린이라는 이름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할리우드의 대스타가 어째서 보물 사냥꾼이 됐을까. 제목에 무슨 비밀이 있을까. 궁금증이 생긴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이제부터 궁금증을 해결해보자. <트레저 헌터 플린>은 에롤 플린의 회고록 <빔스 엔드>(Beams End)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영화의 내용은 플린이 할리우드로 가기 전, 배우가 되기 전 젊은 시절을 담았다. 플린과 친구들이 시로코라는 이름의 배를 타고 호주 시드니에서 파푸아 뉴기니까지 황금을 찾아 떠난 항해가 영화의 주된 이야기다. 물론 이 여정에는 온갖 사건이 등장한다.
인 라이크 플린?
<트레저 헌터 플린>은 분명 영화적으로 각색이 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플린의 젊은 시절은 그야말로 모험의 연속이었다. 회고록에 따르면, 그는 10대 후반부터 배우로 데뷔하던 24살까지 사금 채취, 보물 사냥꾼(!), 양 거세꾼, 어부 등 갖가지 직업들을 전전했고 한때 아편에 중독되기도 했다. 플린은 배우가 되기 전 영화 같은 삶은 이미 살았던 것이다. 영화계에 데뷔해 스타가 된 이후에 플린은 수많은 여성 편력으로 회자(‘인 라이크 플린’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되다가 1959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든 인생을 살다 간 에롤 플린. 그의 젊은 시절을 영화로 만들려고 한 사람은 플린의 손자 루크 플린이다. 2005년에 보도된 ‘씨네21’의 기사에 따르면 처음에 루크 플린이 직접 할아버지를 연기할 계획이었다. 이후 플린 역은 <얼라이브> <빌리어네어 보이즈클럽>으로 이름을 알린 토마스 코쿼렐에게 넘어갔다. 아마도 제작이 지연되면서 캐스팅이 달라진 듯하다. 루크 플린은 각본에 참여했다.
휘몰아치는 장르의 향연
<트레저 헌터 플린>이라는 영화 그 자체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다. 아무리 드라마틱한 삶의 실화가 원작이라고 하더라도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재미없는 영화가 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트레저 헌터 플린>의 경우에는 그런 걱정을 붙들어 매도 좋겠다. <트레저 헌터 플린>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영화다. 그 이유는 이 영화에 온갖 장르가 백화점처럼 등장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처음, 파푸아 뉴 기니의 열대우림에서 플린이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들을 안내하는 장면은 흡사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원주민들에게 쫓기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트레저 헌터, 보물 사냥꾼이라는 제목이 무색하지 않은 모험 장르의 짜릿함을 보여준다. 이후 시드니로 돌아온 플린의 여정은 해양 어드벤처 장르에 가깝게 전개된다. 시드니에서 해안선을 따라 항해하는 플린과 동료들은 우발적 사고로 인해 배가 좌초될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위기를 모면하고 호주 퀸즐랜드주의 항구도시 타운즈빌에 정박했을 때는 또 다른 장르적 재미가 등장한다. 술집에서 여성을 사이에 두고 시비가 생긴 플린이 엄청난 덩치의 사내를 한주먹에 쓰러트린다. 타운즈빌의 탐욕스런 시장은 플린에게 복싱 경기에 출전할 것을 제안한다. 이때 <트레저 헌터 플린>은 마치 복싱영화를 보는 기분이 든다. 본격 권투영화가 아님에도 실감나는 액션의 쾌감을 선사한다.
가이 피어스, 주드 로가 연기한 에롤 플린
<트레저 헌터 플린>은 한마디로 좌충우돌하는 영화다. 나쁜 의미의 좌충우돌이 절대 아니다. 앞서 본 것처럼 플린의 삶은 그 자체가 모험이었다. 영화적 연출도 그와 삶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트레저 헌터 플린>의 러셀 멀케이 감독은 <틴 울프> 시즌1, <레지던트 이블 3 – 인류의 멸망>, <미이라 비기닝>, <하이렌더> 등을 연출한 바 있다. 필모그래피에서 역시 그가 액션, 모험 장르 연출에 장기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토록 흥미로운 인생이 또 있었을까. 플린의 삶이 영화가 된 것은 <트레저 헌터 플린>이 처음이 아니다. 1982년 개봉한 코미디 <아름다운 날들>(My Favorite Year)에서 피터 오툴이 연기한 술꾼이자 무뢰한이자 수퍼스타인 앨란 스완은 플린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캐릭터였다. 가이 피어스 주연의 <플린>(1993)은 <트레저 헌터 플린>처럼 배우가 되기 이전의 플린의 삶을 그린 영화다. 미국의 투자가, 비행사, 공학자, 영화제작자, 감독인 하워드 휴즈를 다룬 마틴 스콜세지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에비에이터>에서는 주드 로가 에롤 플린 역을 맡았다.
<트레저 헌터 플린>을 보고 나면 자연스레 에롤 플린이라는 배우에 대해 궁금해진다. 콧수염이 인상적인, 누가 봐도 잘생긴 얼굴의 플린은 매력적인 배우다. 플린을 연기한 그 어떤 배우보다 실제 플린이 더 잘생겼다고 말할 수 있다. 비록 여성 편력에 의한 스캔들 때문에 그의 말년이 명예롭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건 <트레저 헌터 플린> 속 에롤 플린은 정말 멋진 호주 남자라는 사실이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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