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일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표류하던 <승리호>가 드디어 정착지를 찾았다. 오는 2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최초 우주 배경 영화 <승리호>가 공개된다. 제작 단계에서부터 온갖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화제를 모았던 <승리호>는 한국 영화 장르의 새로운 장을 펼쳐냈다는 점만으로도 시선을 잡아끄는 영화다. 2092년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색다른 상상력이 빛날 <승리호>, 이 영화의 탑승객들을 위한 가이드를 준비했다. 세계관과 캐릭터, 영화 외적인 부분을 둘러싼 공개일 타임라인까지 한눈에 알아보자.
2092년의 우주
지금으로부터 약 70년 뒤, 2092년의 지구는 어떨까? <승리호>의 조성희 감독은 사막화되어 산소마스크와 고글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지구의 풍경을 상상했다. <승리호> 속 사람들은 황폐해진 땅을 떠나 우주 위성 궤도에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 UTS(Utopia above the sky)를 만들었다. 더 이상 지구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풍경, 정거장, 상업 단지, 호텔 등이 존재하는 공간. 문제가 있다면 선택된 인류 5%만이 이 우주 낙원에 머물 수 있다는 거다. 나머지 95%의 인류는 지구에 남아있거나, 노동 비자를 받아 특정 우주 공간에서 우주 노동자로 일하는 세상. 이곳을 누비는 ‘승리호’엔 세 명의 한국인, 그리고 하나의 로봇이 탑승해있다.
한국인 우주 노동자는 어떨까?
조성희 감독은 오래된 인공위성, 발사 로켓의 분리된 파편 등이 빠른 속도로 지구 궤도를 떠돌고 있으며 그것이 우주 폐기물이라는 이야기에서부터 <승리호> 스토리의 가닥을 잡았다. 그에 “국가와 민족의 경계가 사라진 우주, 모든 인종이 뒤섞인 그곳에서 한국인들은 뭘 하고 있을까?”라는 상상을 덧붙여 한국인 우주 청소부들의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해외여행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 이들이 많겠지만 한번 기억을 더듬어보자. 어느 땅에서도 실행력으론 뒤지지 않는 민족, 누구보다 빠르게 명소의 명당 자리를 차지하고 초 단위의 불가능한 계획을 실현시키는 이들, 바로 한국인이다. <승리호>는 할리우드의 우주 영화와 나란히 비교될 때마다 영화만의 특색으로 ‘한국인의 정서’를 꼽아온 바 있다. 주인공들을 관객과 별다를 바 없는 한국 사람으로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영화로 만드는 것을 우선 과제로 정했다고. 어쩐지 티저 예고편 속 대사, “진짜 혼자 다 먹을 작정이야?”라는 타 우주선의 수신음에서 한국인만의 소울이 느껴지는 건 착각일까. 전 세계를 매료시키되 한국 관객만이 캐치할 수 있는 특정 정서를 꾹 눌러 담아낸, <기생충> <스위트홈>의 장점을 <승리호>도 지니고 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그래서 그 한국인들이 누군데?
그렇다면 <승리호>엔 어떤 이들이 탑승하고 있을까. <승리호>는 우주라는 거대한 스케일에 걸맞은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으로 촬영 시기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송중기가 연기한 조종사 태호는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내는 잔머리계의 일인자다. 속물 같지만 아픔이 있고, 허술하지만 천재적인 실력을 지닌 반전 매력을 품은 캐릭터라고. 과거 우주 해적단을 이끌었던 장선장은 김태리가 연기했다. 비상한 두뇌와 남다른 리더십으로 승리호를 이끄는 인물이다. 갱단 두목이었지만 기관사로서 새 인생을 시작한 타이거 박 역은 진선규가 맡았다. 작살잡이 로봇으로 승리호의 고된 업무를 주로 맡는 업동이는 유해진이 연기했다. 목소리뿐 아니라, 센서가 부착된 슈트를 입고 모션 캡처 연기를 선보였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로써 유해진은 국내 최초 로봇 모션 캡처 연기에 도전한 배우가 됐다.
이들 앞에 나타난 폭탄?
승리호 선원들의 임무는 우주 쓰레기를 치우는 것. 이 고된 노동을 통해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며 살아가던 어느 날, 이들의 앞에 적자 인생을 청산할 수 있는 큰 기회가 찾아온다. 사고 우주정을 수거하다 온 우주가 찾고 있는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것. 이들은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도로시를 되팔아 거액의 돈을 만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하지만, 모든 영화 속 주인공이 그렇듯 위험한 거래에 계획하다 위기를 마주한다.
도로시를 되팔아 돈을 벌어보겠다는 태호(송중기)의 말에 장선장(김태리)은 이렇게 대답한다. “안 돼, 정의롭지가 못해” 우스갯소리처럼 넘어간 이 대사가 <승리호>를 관통하는 메시지일지도 모르겠다. 공개된 예고편 속에선 도로시를 보호하며 우주 곳곳을 쏘다니는 승리호 선원들의 고군분투를 확인할 수 있다. 장선장의 비장한 대사, “목숨이 아깝다면 당장 도망치고, 아니라면 와서 싸워라”가 예고편 마지막을 장식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을 터. 제 인생을 구원하려던 이들이 어쩌다 지구까지 구하는 이야기, 이 통쾌하고 뜨거운 우주 활극을 조성희 감독이 어떻게 담아냈을지 기대할 수밖에 없다.
월클 VFX
예고편이 공개되며 수많은 관객이 기대를 건 부분, 바로 한국 최초 우주 영화 <승리호>의 비주얼이다. 그간 한국 영화에서 다뤄지지 않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영화와 맞먹는 비주얼을 자랑한다는 것. 예고편으로 미뤄봤을 땐 어설픈 CG 효과가 몰입을 방해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미 <신과 함께> <백두산>로 놀라운 시각 특수효과를 선보였던 덱스터 스튜디오가 <승리호>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VFX를 총괄한 장성진 감독은 <승리호>를 두고 “VFX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백화점 같은 영화”라고 설명했다. 먼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요소는 다양한 우주선들. <승리호>에선 승리호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의 청소선을 만나볼 수 있다. 다양한 시대와 국가의 특징을 담은 200대 이상의 청소선이 디자인됐다고. NASA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ISS 우주정거장의 풍경을 참고해 만든 우주 공간은 물론, 이 공간을 활강하며 타국의 청소선들과 노동 배틀(!)을 벌일 승리호의 속도감 넘치는 액션 신들 역시 리얼하게 구현됐다. 장르의 폭을 넓혔다는 점뿐만 아니라, 놀라운 기술의 발전을 선보였다는 점으로도 국내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을 작품이 될지 눈여겨보자.
홍보 요정 넷플릭스
<승리호>의 개봉일이 다가올 때마다 몸집을 불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극장 상영은 불가능해졌지만, 그로 인해 관객의 관심을 덜 받을 거란 오해는 접어두자. <승리호>의 VFX팀이 구현한 우주선을 실제로 즐길 수 있는 조형물이 강남 한복판에 마련됐으니, 넷플릭스의 통 큰 홍보 퍼포먼스다. 넷플릭스는 정체불명의 우주 폐기물 모형의 조형물을 설치해 <승리호>를 홍보했다. 방역복을 입은 조사 요원과 취재진이 등장했고, 물체 주변으로 연기까지 뿜어져 나왔다고. 많은 이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밖에 없는 홍보 방법이다. <승리호> 속 우주 파편들은 오는 2월 5일까지 강남역 11번 출구 앞에 전시된다.
넷플릭스, 그리고 IP 확장
<승리호>가 더 매력적인 콘텐츠일 수밖에 없는 이유, 영화로 멈춰 서지 않기 때문이다. <승리호>의 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는 <승리호>는 동일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시리즈 영화 및 스핀오프 영상 콘텐츠, 웹툰,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로의 IP 확장을 전제로 제작된 영화라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승리호>를 더 재미있게 즐기고 싶다면 다음 웹툰에 연재된 프리퀄을 읽어보는 것도 방법. 영화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동명의 웹툰이 지난 5월, 영화의 첫 개봉일을 앞두고 공개됐다. 지난 9월까지 꾸준히 연재되었으나, 영화 개봉이 계속 연기되며 19화를 기점으로 휴재에 들어선 상태. 넷플릭스에 공개되면 웹툰 <승리호>의 재연재도 이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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