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다. 꼿꼿한 신조를 지키며 일탈 없는 일상을 유지한 벤 클레먼스(마이클 치클리스)의 인생 역시 마찬가지다. 벤은 미국 국경을 지키다 이제 막 은퇴한 전 국경순찰국 연방 요원이다. 그는 죽은 파트너가 미처 마치지 못한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멕시코로 향한다. 그의 삶이 꼬이기 시작한 건 이 순간부터다. 국경을 넘은 후 예상치 못한 일에 휘말린 그는 제 신념의 선을 넘고, 도덕성의 선을 넘더니, 믿음의 선 위에서마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시작한다. 법을 어기는 건 벤의 인생에서 있을 수 없던 일. 불법으로 선을 넘던 밀입국자들에게 어떤 곁도 내주지 않았던 벤이 이 무수한 선을 넘게 된 데엔 어떤 사정이 있었을까?


<코요테>

코요테를 잡다가 코요테가 된 남자

<코요테>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건 불안한 양들의 울음소리다. 양들을 이송하는 트럭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밀입국자들이 숨어있다. 갑자기 트럭이 멈추고, 밀입국자들은 통솔자로부터 마약을 숨긴 방탄조끼를 전달받는다. “마약은 계획에 없었던 일이지 않냐” 항변해보지만, 목소리 큰 이의 목숨이 날아간 건 한순간. 몇 명은 황량한 사막으로 도망치고, 남아있는 자들은 그들 계획의 희생양이 된다. 밀입국자들에게 마약 밀반입이라는 죄까지 덮어씌우는 이들이 바로 코요테. ‘코요테’는 가난한 이민자들이 불법으로 미국 국경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간업자, 브로커를 일컫는 말이다.

<코요테>

벤은 32년 내내 코요테와 밀입국자를 단속해왔다. 업무 시간 내 단 1초의 방심도 용납하지 않던 그는 은퇴하던 날까지 땅 밑의 밀입국로를 찾아낸 베테랑이다. 세상을 떠난 친구의 흔적을 따라 멕시코로 향한 그의 인생을 뒤흔든 건,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소녀 마리아의 부탁. 마리아는 남편으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해 국경을 넘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지난 수년간 어떤 밀입국자의 사정도 봐주지 않았던 벤의 마음이 흔들린 건 이 소녀의 얼굴 위로 자신의 딸이 겹쳐 보였기 때문. 벤은 평생의 신념을 굽히고, 폭력에 노출된 마리아의 인생을 구해주기로 결심한다. 여기서 그가 간과한 사실이 있다면 마리아의 남편이 카르텔의 주요 인물이고, 카르텔이 꽤 만만치 않은 조직이라는 것. 마리아 뱃속의 아들을 뺏어갔다는 이유로 가족의 신변을 위협받은 그는 어쩔 수 없이 카르텔의 하수인이 되고, 범죄에 가담하며 제 손을 더럽히기 시작한다.


<코요테>

<브레이킹 배드>와 닮은 이유, 여기 있다

내내 반듯한 삶을 꾸려가던 남자가 한순간의 선택으로 범죄자가 되고, 거대 조직에 연루되는 이야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한핏줄 드라마가 있을 테니 유명 미드 <브레이킹 배드>다. 이 분야의 타고난 실력자가 <코요테>에 함께했는데, <브레이킹 배드>의 베스트 에피소드들을 연출한 미셸 맥라렌. <왕좌의 게임> <워킹 데드> 등 여러 작품을 성공시킨 그녀가 작품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는 사실은 <코요테>에 흥미와 신뢰를 더한다. 쫀득한 서스펜스로 시청자를 단번에 매료시키는 초반 에피소드 역시 그녀의 연출 아래 탄생한 것. 미국과 멕시코 사이 황량한 사막의 풍경을 활용해 불법 이민자의 삭막한 현실을 담아낸 연출은 보는 이를 단번에 사로잡기 충분하다.


<코요테>

<나르코스>에서 <테이큰>까지, 여기가 장르 맛집

사막과 멕시코, 카르텔과 요원 출신 미국인. <코요테>를 통과하는 굵직한 키워드들을 나열해놓고 보면 떠오르는 작품들이 있다. 보는 이의 목마저 타게 만드는 사막의 풍경 위론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가, 개성 강한 멤버들로 구성된 카르텔 위론 <나르코스>가 겹쳐진다. 대형 범죄에 휘말린 벤의 혼란스러운 표정 위론 <브레이킹 배드>가, 어린 소녀와 국경을 넘는 백인 남성 보호자의 고군분투, 하나뿐인 딸을 지키기 위해 카르텔의 수하가 되길 선택하는 아버지의 결연한 태도를 담았다는 점에선 <테이큰>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기도 한다. 이 모든 작품들의 매력을 골고루 지니고 있다고 해서, ‘짜깁기 작품’일 거란 오해를 하진 마시길. <코요테>는 이런 쉬운 예측에 기분 좋은 배신을 안기는 드라마다. <코요테>의 작가진은 익숙한 전개에 늘어질 때쯤 교묘한 술수로 시청자의 허를 찌르고, 예상치 못한 순간 흐름을 비틀어 서사에 입체성을 더한다. 시퀀스에 따라 유연히 여러 장르를 오간다는 점 역시 주목할만한 포인트. 액션 스릴러와 누아르, 웨스턴에 코미디와 드라마까지, 다양한 장르를 적절한 순간에 즐길 수 있는 ‘장르 맛집’ 드라마다.


‘선을 넘는’ 캐릭터 드라마

미국과 멕시코 사이 거대한 장벽을 오가는 이들의 절박한 상황. 이를 공들여 묘사한 초반부만 놓고 보면 <코요테>를 불법 이민자들을 둘러싼 사회적 이슈를 조명한 드라마라고 생각하기 쉽다. <코요테>는 단순히 국경에 관련한 드라마가 아니다. 등장인물들은 회를 거듭하며 더 다양한 경계선과 선택지 앞에 내몰린다.

<코요테>

밀입국자들에게 국경을 넘는 건 이상과 현실의 경계, 더 나아가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다. 세상의 사람을 '법을 어기는 사람'과 '법을 어기지 않는 사람'으로 분류했던 벤은 밀입국자들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제 신념의 선을 넘고, 법을 어기는 사람이 된다. 카르텔과 손을 잡은 벤은 곧 도덕성, 선과 악을 가르는 경계선을 마주한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할 순 없지만, 이런 상황은 저마다 선명한 서사를 지닌 카르텔 조직원들에게도 적용된다. 카르텔과 벤, 벤의 동료들 위를 오가는 관계도의 선 역시 회를 거듭할수록 복잡해진다. 납작했던 인물들이 다양한 선택을 거듭하며 입체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작품에 쏠쏠한 재미를 더한다. 벤이라는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드는 데 성공한 에미상 수상자 마이클 치클라스, <나르코스>를 통해 이미 카르텔 멤버 연기를 선보인 바 있는 후안 파블로 라바, 첫 TV 시리즈 <코요테>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신인 에미 메나, 이제 막 할리우드에 발을 디딘 배우 조지 풀러까지.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캐릭터의 예측 불가한 선택에 설득력을 더했음은 물론이다.


<코요테>

‘시즌 2’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코요테>는 10부작 드라마로 계획됐으나 제작 중 팬데믹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6부작 드라마로 세상에 공개됐다. 어쩌면 신의 한 수였을지도 모를 선택. 1화와 180도 달라진 주인공을 그린 6화의 엔딩을 보고 나면, 제작진의 머릿속에만 존재할 나머지 4부작의 내용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수많은 경계선을 허물며 흑백 논리 인생을 청산한 벤은 앞으로 멕시코 카르텔과 미국 정부, 그들이 건넬 수많은 위협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나갈까? 완성도 높은 시즌 1으로 탄탄한 발판을 마련한 <코요테>가 얼마나 도약할지 기대해보자. <코요테>는 2월 10일, 왓챠에서 단독 공개된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