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영화 <위플래쉬>(2014)로 뭇 관객들의 쾌감을 이끌어내며 영화계의 새로운 재능으로 떠오른 데미언 셔젤 감독이 새 작품 <라라랜드>(2016)로 돌아왔다. 베니스를 비롯한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돼 만장일치에 가까운 극찬을 끌어낸 <라라랜드>는, 지난 가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한국에 공개되어 어마어마한 인기를 구가하며 연말 최고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11월 30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본 <라라랜드>의 감상을 전한다.
관객들이 처음 마주하는 이미지는 이 영화가 시네마스코프55 사이즈(2.55:1 와이드스크린)로 촬영됐음을 알리는 로고다. <라라랜드>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큰 스크린으로 펼쳐진다는 점을 일러주는 한편, 시네마스코프가 상용되면서 이 로고가 영화 맨 앞에 등장하던 1950년대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오마주로도 기능한다. <라라랜드>가 당시 할리우드 영화를 대표하던 장르인 뮤지컬을 전면에 표방한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더더욱 중요하게 다가오는 표식이다.
<라라랜드>의 서사는 음악과 로맨스가 결합된 영화에서 떠올릴 수 있는 전형성을 그대로 따른다. 번번이 오디션에서 떨어지지만 꿋꿋이 배우를 꿈꾸는 미아(엠마 스톤)는 어느 날 밤 거리를 걷다가 재즈클럽에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소리에 마음을 뺏긴다. 그 연주는 재즈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 무명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의 것. 그렇게 처음 마주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고, 서로의 꿈을 북돋아주면서 사랑을 키워나간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오히려 그 익숙함으로 더 쉽고 깊숙하게 미아와 세바스찬의 어여쁜 연애담에 빠져들게 된다. 두 사람을 꿈을 향해 무던히 애쓰는 청춘으로 바라본다면 <라라랜드>의 매력은 배가 된다.
<위플래쉬>와 <라라랜드>는 마일즈 텔러와 라이언 고슬링의 모습만큼이나 딴판이다. 두 영화 모두 데미언 셔젤이 그토록 사랑해마지 않는 재즈를 내세운 음악영화이긴 하지만, 쾌감을 전달하는 방식은 사뭇 다르다. <위플래쉬>가 차력에 가까운 드럼 연주와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한 사제지간의 갈등에 집중해 말초신경을 자극한다면, <라라랜드>는 편안하고 쾌활한 스탠더드 재즈에 몸과 마음을 맡기는 연인을 그리며 심장을 저격한다.
이 차이는, 음악가인 남자 주인공이 '사랑'을 대하는 방식과 직결된다. <위플래쉬> 속 앤드류(마일즈 텔러)는 니콜(멜리사 베노이스트)과 사귀긴 하지만 그의 안중에 연애따윈 끼어들 틈이 없다. 오로지 어떻게 훌륭한 뮤지션이 될 것인지에 대한 열망만이 그를 움직인다. 하지만 <라라랜드>의 세바스찬은 다르다. 그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미아와의 사랑을 위해 꿈을 잠시 우회할 수 있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라라랜드>는 셔젤의 데뷔작 <공원 벤치의 가이와 매들라인>(2009)과 더 닮았다. 16mm 흑백 필름으로 찍은 그의 데뷔작과 <라라랜드>는 흥겨운 노래와 춤, 사랑에 대한 고전적 테마가 조화를 이룬다는 점에서 1950년대 뮤지컬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마치 뮤지컬 영화라는 정체성을 선언하듯, <라라랜드>는 차들로 꽉꽉 막힌 도로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시퀀스로 문을 연다. 차에서 쏟아져 나오는 갖가지 모습의 사람들이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이 오프닝은 단숨에 관객의 오감을 사로잡는다. (고전영화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장 뤽 고다르의 <주말>(1967)과 자크 드미의 <로슈포르의 숙녀들>(1967)을 떠올릴 것이다.) <라라랜드>의 뮤지컬 시퀀스들은 눈과 귀를 만족시켜줄 뿐만 아니라, 세바스찬과 미아의 마음을 보다 선명하게 대변하는 창구로 기능하기도 한다. 데미언 셔젤은 <라라랜드>의 레퍼런스로 <톱 햇>(1935), <사랑은 비를 타고>(1954), <쉘부르의 우산>(1965) 등을 꼽았다.
두 명의 스탭의 활약이 돋보인다. 바로 음악을 맡은 저스틴 허위츠와 프로덕션 디자인을 담당한 데이빗 와스코다. 허위츠는 <공원 벤치의 가이와 매들라인> 때부터 데미언 셔젤과 협업을 이어오고 있다. 셔젤이 연출한 작품이 모두 음악영화인 걸 보면, 그의 영화 세계에서 허위츠의 역할은 가히 절대적일 것이다. 미아가 세바스찬의 피아노 연주에 이끌려 그들의 사랑이 시작됐던 것처럼, 듣자마자 마음을 흔드는 'City of Stars'를 비롯한 수많은 스코어들이 심금을 울린다. 미모에 연기, 심지어 노래까지 되는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은 허위츠가 만든 곡조에 직접 목소리를 보태 캐릭터의 심정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데이빗 와스코는 쿠엔틴 타란티노와 <저수지의 개들>(1992)부터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에 이르는 황금기를, <바틀 로켓>(1996)부터 <로얄 테넌바움>(2001)까지 웨스 앤더슨의 초창기 작품들을 함께한 명장이다. 타란티노와 앤더슨이 모두 미장센과 색감을 기가 막히게 뽑아내는 감독이라는 점을 떠올려본다면, <라라랜드>가 선사하는 시각적인 즐거움 역시 얼마나 클지 예상 가능할 것이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부장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