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를 통해 <우주전쟁> 시즌 1을 정주행한 이들이라면 반가워 마지않을 소식이다. <우주전쟁>이 시즌 2로 돌아왔다. 여러 가지 의문점을 남기 채 결말을 맺었기에, 시즌 1을 관람한 이들이라면 우주선에 납치된 에밀리(데이지 애드가 존스)의 행방이 궁금해서라도 시즌 2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을 것.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로부터 잔혹한 공격을 받아 폐허가 된 땅. 인류의 대부분은 전멸했고, 극소수의 인간만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얼굴을 담은 시즌1에 이어. 시즌 2에선 침략 6개월 후 생존자들 사이 싹트는 의심과 갈등의 모습을 그려낸다. 시퍼렇게 참혹한 공기가 뒤덮인 곳에서 생존을 모색하고, 외계 생명체의 비밀을 파헤쳐가는 과정 속에서 여러 가지 질문과 떡밥을 뿌려 놓은 만큼 시즌 2에선 여기저기 흩어진 궁금증들을 하나로 모아 커다란 비밀을 밝혀낼 예정. 아직 시즌 1을 보지 않은 이들이라도 지금 소개하는 <우주전쟁> 시리즈의 미덕을 둘러보며 정주행 열차에 탑승해 보길 바란다. SF 장르물 팬들은 물론, 현실에 발 붙어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들 역시 만족할 만한 쇼가 될 것이다.
1.
외계인 없는 외계 침공 드라마?
외계 생명체의 주파수를 발견한 천문학자 카트린. 얼마 후 지구에 정체불명의 폭격이 시작되고, 강한 자기장에 노출된 인간은 모두 즉사한다. 저들은 누구이며, 왜 우리를 죽이려 하는가?
<우주전쟁> 시즌 1 소개글
앞서 언급한 소개글만 놓고 봤을 때, <우주전쟁>은 마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 <에이리언> 시리즈라거나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한 동명의 영화 <우주 전쟁>(2005)을 떠오르게 한다. 물론 동명의 두 작품, 영화 <우주 전쟁>과 드라마 <우주전쟁>은 H.G 웰스의 동명 소설을 각색했다는 점에서 같은 뿌리를 지니지만, 서로가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다. 영화 <우주 전쟁>이 외계인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형상화해 공포를 안기는 작품이라면, 드라마 <우주전쟁>은 외계 생명체를 그려내는 데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오히려 더욱 기이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면 시즌 2에서 얼굴을 드러내는 외계인의 모습이 인간의 형체와 같다는 거다. 다시 말해 <우주전쟁> 시리즈는 외계 생명체라는 이름으로 지구를 침공한 이들을 인간의 모습으로 설정하며 지구인과 인간 사이 '뜻밖의' 연결 고리를 맺어 나간다. 이는 외계인들이 갓난아기만을 납치하는 특이 현상과도 이어지며 외계 종족의 정체와 침공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크게 부풀린다.
달리 이야기하자면, 여느 외계 침공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기묘하고 징그러운 형태의 외계인은 이 드라마에는 없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외계 종족은 살인 기계에게 명령만 내릴 뿐. 별다른 변신을 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기존의 외계 침공 영화를 상상한 이들에겐 다소 심심하다거나, 정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 드라마가 품고 있는 농도 짙은 메시지는 그 모든 걸 상쇄한다. <우주전쟁> 시즌 1의 질문이 "저들은 누구이며, 왜 우리를 죽이려 하는가?"였다면 시즌 2에 다다라선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그들은 왜 이곳에 왔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쫀쫀한 몰입감을 이어 나간다.
더욱이 화려한 시각효과라던가 대규모 전투신이 벌어지지 않음에도 드라마가 지루하지 않은 건, 재난 상황에 놓인 개개인의 공포 심리를 잘 이용해냈기 때문인데. 마치 <워킹데드> 시리즈를 보며 느꼈던 긴장감과 쫄깃함이 <우주전쟁>에도 고스란히 퍼져있다. 외계인 침공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인류의 생존에 집중해 더욱 보편적인 공감을 일으킨다. 그렇기에 <우주전쟁>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많은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공상 과학의 상상력을 펼치면서도 인간 군중의 심리를 조명하며 이야기를 풀어 놓기에 SF 장르 팬은 물론 현실성이 짙은 작품을 사랑하는 관객들의 마음마저 끌어안는다.
2.
정주행의 힘, 빈틈없이 짜여진 캐릭터 맵
<우주전쟁>이 보여주는 가장 탁월한 지점은 캐릭터를 구성한 방식에 있다. <우주전쟁>은 영국과 프랑스를 주 무대로 쑥대밭이 된 지구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캐릭터가 족히 10명이 넘는다. 외계 생명체의 목소리를 처음 마주한 전파천문학 연구원 캐서린(레아 드러커), 외계 생명체의 진실을 좇는 신경생물학부 교수 빌(가브리엘 번), 외계인과 특별한 교류를 하는 에밀리(데이지 애드가 존스)와 샤샤(마티유 토를로팅)를 필두로 한 집단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뭉치고 흩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각자의 상처와 이야기를 드러낸다. 캐릭터의 이름을 외우기도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캐릭터 맵을 지니고 있지만, <우주전쟁>의 가장 큰 볼거리 역시 여기에 있다. 극한의 상황에 놓여 있는 캐릭터들이 가진 각자만의 생존 방식과 사연을 촘촘하게 엮어내며 몰입감있는 서사를 완성했기 때문. 시각장애를 가진 소녀, 군인, 교수, 전파천문학 연구원, 밀입국자...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을 만큼 서로 다른 환경에 놓여 있는 캐릭터들을 영리한 방식으로 겹쳐 놓으며 캐릭터의 뒤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지점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우주전쟁> 시리즈엔 소위 말하는 '빌런'이 없다. 각자의 성향으로 인해 마음에 들지 않는 캐릭터는 있을지 몰라도 서사의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악인 캐릭터가 없어 각각의 인물들이 더욱 현실적이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우주전쟁> 시리즈를 이끌고 가는 이들의 면면이 좀 더 상세하게 궁금하다면, 아래 기사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3.
더욱 깊어진 몰입감, 실망시키지 않는 시즌 2
<우주전쟁>의 진가는 시즌 2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외계 종족들이 벌이는 인류 몰살의 진실에 한 걸음씩 다가가며 시즌 1에서 흥미롭게 풀어놓던 떡밥들을 하나씩, 하나씩 회수해 나간다. 많은 드라마들이 시즌 1의 힘을 잇지 못하는 반면, <우주전쟁> 시즌 2는 이야기의 판을 키우면서도 서사의 밀도와 몰입감을 놓치지 않는다.
<우주전쟁> 시즌 2는 외계 생명체가 인간을 몰살하기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주선에 납치된 에밀리가 극적으로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면서부터 시즌 2의 문이 열리는데, 시즌 2의 분위기는 시즌 1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우주전쟁> 시즌 1의 핵심 키워드는 연대였다. 외계 종족에 맞서 생존하기 위해 모든 이들이 손을 잡고 저마다의 기지를 발휘하며 목숨을 부지했는데. 에밀리가 돌아온 후엔 그를 향한 의심을 싹틔우기 시작하며 생존자들 사이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뇌과학 교수 빌과 에밀리다. 우주선에 납치되었던 에밀리가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눈치챈 빌은 그에게 외계 종족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가 있다고 생각하며 에밀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는다. 그러던 도중 에밀리의 DNA가 외계인의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빌은 에밀리를 이용해 외계 종족을 몰살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두 사람의 갈등은 곧 외계 생명체가 지닌 비밀로 이어지기에, 빌과 에밀리가 빚어내는 갈등을 눈여겨 지켜본다면 더욱 흥미롭게 <우주전쟁>의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시즌 1과는 또 달라진 게 있다면 프랑스와 영국에 흩어져 있던 캐릭터들이 한곳에 모이기 시작하며 생존자들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 빌을 찾아나선 카트린 일행, 에밀리 가족과 점점 더 가까워지는 샤샤 일행이 마침내 마주하게 되며 이야기의 판이 더욱 커졌다. 특히 시즌 1에서 풀리지 않는 의문점으로 남았던 에밀리과 샤샤가 드디어 만나게 되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환영처럼 보였던 이유를 알게 되며 상상하지 못한 진실을 수면 위로 꺼내 올린다. 시즌 1에서도 그랬듯, <우주전쟁> 시즌 2의 가장 큰 관람 포인트 역시 캐릭터들 사이 켜켜이 쌓인 연결고리들을 풀어나가는 데서 기인한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외계 종족의 비밀을 파헤쳐가는 빌과 카트린, 알 수 없는 이유로 서로에게 끌리는 에밀리와 샤샤의 관계에 집중해 <우주전쟁>을 관람한다면, 결말에 다다라 더 많은 것들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시즌 2에선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외계 종족까지 등장하며 더욱 촘촘하게 짜여진 캐릭터 구성을 마주할 수 있으니. 시즌 1을 정주행한 이들이라면 한층 더 넓어진 판에 들어와 거대한 퍼즐을 하나씩 맞춰보는 재미를 느껴보자.
4.
시즌 2에서 더 빛나는 신예 배우의 얼굴들
가브리엘 번, 레아 드루케, 엘리자베스 맥거번 등 <우주전쟁> 시리즈를 견고하게 쌓아 올릴 수 있었던 건 베테랑 배우들의 무게 중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시즌 2를 진입하며 더욱 형형하게 눈에 띄는 건 두 신인 배우의 얼굴이다. 에밀리과 샤샤를 연기한 데이지 에드가 존스와 마티유 토를로팅이 보여준 혼돈과 불안의 얼굴은 <우주전쟁> 시즌 2의 최고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독보적이다. 다른 생존자들이 오로지 살아남는 것과 비밀을 파헤치는 데만 관심이 있다면, 에밀리와 샤샤는 외계 생명체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며 또 다른 공포와 불안에 휩싸인다. 그리고 시즌 2에 이르러 두 사람이 마주하게 되며, 에밀리와 샤샤는 거대한 진실을 해결할 열쇠를 쥐게 되는데. 진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시청자들의 입술을 바싹 마르게 하는 긴장감이 지속될 수 있었던 건 두 배우가 보여준 밀도 높은 연기 덕분이었다. <노멀 피플>을 통해 모두가 주목하는 루키로 떠오른 데이지 에드가 존스, 2002년생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시시각각 변하는 얼굴을 훌륭하게 묘사해낸 마티유 토를로팅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 역시 <우주전쟁> 시리즈의 미덕이다.
씨네플레이 유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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