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그림자 아이' 유은정 감독② “영화 속 집, 김중업 건축자의 작품”

※ 〈그림자 아이〉 유은정 감독 인터뷰는 1부에서 이어집니다.


유은정 감독 (제공=영화사 달리기)
유은정 감독 (제공=영화사 달리기)

〈그림자 아이〉와 감독님 전작 〈밤의 문이 열린다〉가 어느 정도 호응하는 것 같아요. 어떤 죽음의 세계를 검게 표현하는 것이나 그럼에도 존재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나. 감독님이 품고 있는 이미지나 그런 것이 공통적으로 보인다고 느꼈어요.

저는 죽음의 세계를 일종의 눈을 감은 세계이고 꿈의 세계이고 우주와 같을 수 있다라고 생각해요. 이 영향을 여러 가지 창작물들에서 다 받은 것 같아요. ‘눈꺼풀 너머의 세계’는 「충사」(우루시바라 유키)라는 만화책에서 나오는 표현인데, 눈을 감고 나서 어떤 비체감으로 넘어가는 장면이 있거든요. 또 「칠석의 나라」라고, 「기생수」로 유명한 이와아키 히토시 작가의 만화가 있는데, 거기서 미지의 존재가 이렇게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그려진 장면이 있어요. 이런 설정들이 저에게 와닿았어요. 저는 〈언더 더 스킨〉(2013)이 이런 것을 영화적으로 구현했다고 봤어요. 그래서 〈밤의 문이 열린다〉를 작업할 때 스태프들에게 그렇게 설명했어요. 물론 〈언더 더 스킨〉에서 그 공간은 외계인이 인간을 잡아먹는 곳이지만, 어떤 죽음의 공간을 그런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하면서 약간 이어져 있는 것 같아요.

아이디어가 독특하신데 아이디어가 먼저 떠오르는 편이신가요, 아니면 어떤 레퍼런스를 보면서 아이디어가 떠올리시는가요?

떠올리고 난 다음에 디벨롭 할 때 레퍼런스를 봐요. 제 생각에는 제가 어릴 때 만화를 좋아해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그래도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 많을 텐데요, 시나리오에 있지만 옮기지 못한 장면이 있을까요?

많죠. 제가 VFX를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다룬 게 처음이라서 사실 영화적으로 어디까지가 가능하고 어디까지가 아직은 불가능한지 경험치가 없었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썼을 때는 나오는 그림동화를 일종의 한지 같은 종이에 먹을 묻히면서 퍼지고, 그게 위아래로 스며드는 이미지를 썼어요. 그러면서 어떤 세계가 연결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그 검은 문이 생기는 것이나 거기서 튀어나온 그림자나 그 이야기 속의 세계가 약간 액체성이 있었는데 그런 걸 VFX 슈퍼바이저님하고 상의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눈에 액체가 사실적으로 보이게 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 동화책들을 다시 살펴봤을 때 어렸을 때 저희가 파스텔이나 크레파스 같은 걸로도 그림을 많이 그리잖아요. 그래서 액체가 아니라면 그런 파스텔이나 목탄 같은 질감을 가져와야겠다라고 하면서 조금 그 물성이 바뀐 게 좀 있습니다.

유은정 감독 (제공=영화사 달리기)
유은정 감독 (제공=영화사 달리기)

지난 인터뷰를 보니 이 작품이 감독님의 언니에 대한 마음을 담은 작품이라고 하는데 혹시 언니분과 꼭 평생 잊지 못할 기억 같은 게 있으실까요?

딱 어떤 구체적인 에피소드가 있는 건 아니에요. 언니랑 저랑 많이 친하게 지내서 저한테 약간 언니라는 존재가 어떻게 보면 영화적으로 일종의 소재로서 들어오는 게 있어요. 또 하나는 영화 속에 자매가 등장할 때 브라이언 드 팔마의 〈시스터즈〉(1972)라는 영화가 있듯이 나와 닮았는데 또 되게 다른 그런 일종의 도플갱어적인 소재로서 많이 사용되는 것 같아요. 〈밤의 문이 열린다〉에서도 한해인 배우가 연기한 혜정과 전소니 배우가 연기해준 효연도 사실은 약간 닮은 듯 다른 그런 어떤 양면적인 캐릭터였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도 이 영화에 작용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좀 했습니다.

도플갱어라는 소재도 어떻게 보면 괴담이잖아요. 영화를 관통하는 그림자 설화도 그렇고. 괴담, 동화, 설화 이런 걸 많이 찾아보시는지요.

맞아요.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전자책으로 세계 민단집 전집 이런 거 사가지고.(웃음) 한국 설화도 좋아하는데 어릴 때 저한테 가장 판타지했던 거는 러시아 민화였어요. ‘이반 왕자’, ‘불새’, 특히 ‘바보 이반’ 얘기도 그렇고. 마법사랑 엮이고 회색 늑대를 타고 공주를 찾아서 여행하고 이런 이야기여서 제가 어릴 때 재미있게 봤던 것 같아요. 첫째 형이랑 둘째 형이 막내가 이렇게 다 찾아오니까 막내를 죽이고 막 이러면서 다시 살아나고…. 제가 어릴 때 또 재밌게 봤던 영화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였어요. 게임도 있어가지고 하곤 했어요.(웃음)

〈그림자 아이〉 재인/수련 역 유나
〈그림자 아이〉 재인/수련 역 유나

영화에서 조금 기묘한 부분이 헬퍼가 나오는 장면이었어요. 영화 전반에서 다소 튀는 부분인데, 그럼에도 영화에 넣어야만 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이 영화를 여자애들이 하는 일종의 모험이라고 생각했어요. 재인이는 어른들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반대로 수안이는 오히려 과보호를 받는. 상반된 둘이 등장하는데 어른들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가 길거리를 돌아다닐 때 가장 위험한 요소가 뭘까 했을 때 헬퍼가 떠올랐던 거 같아요. 좋은 얼굴을 하고 있는 어른이지만 그런 방식으로 재인이 입장에서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썼어요. 그리고 재인이 입장에서 금옥이 멋있어 보이는 어른이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둘을 대비해서 그렇게 보일 수 있게 한 것도 있어요. 나도 저런 엄마가 있었으면 생각하게끔. 그런데 알고 보니….(웃음)

다시 전작을 언급하자면 전작은 오프닝에서 풍경을 짚고 들어가는 반면, 이 영화는 오히려 그런 풍경 대신 집을 집중적으로 비추잖아요. 영화 속 집은 어떻게 찾게 되셨을까요?

금옥의 집안을 대대로 사대문을 벗어나지 않고 살아온, 되게 유서 깊은 중산층이기를 발랐어요. 그래서 그런 집, 70~80년대 중산층의 집 사진을 찾아봤죠. 그런 집들이 거의 다 없어졌는데, 그런 집 특징이 건축가에게 의뢰를 해서 지은 거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남아있는 건축가의 집들을 후보로 미술감독님, 제작사 대표님 이렇게 후보들을 직접 가서 봤어요. 제작자 대표님 집안에 또 유명하신 건축가분도 있으셔서 한 번 확인해봤는데(웃음) 아직 거주하시는 분들이 있어 촬영이 불가능했어요. 영화를 촬영한 집은 사직동에 있는 ‘박시우 주택’이라고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한 집이에요. 미술감독님과 제작진이 거의 첫 번째로 보여준 후보였어요. 경매에 넘어갈 뻔하다가 무산되고 정말 다행히도 서울주택공사가 관리를 하게 되면서 촬영 장소로 사용할 수 있었어요. 누가 살고 있었다면 촬영을 못했을 텐데 다행이죠. 미술감독님이랑 저희 제작팀 모두 ‘어떻게 이렇게 시나리오에 있는 걸 그대로 구현할 것 같은 집이 있냐, 어떻게 이렇게 2층에 3층에 다락방이 있고 거기에 지붕에 정원까지 있는 집이 있냐’ 하면서 정말 신기해했어요

단편 〈밀실〉, 장편 데뷔작 〈밤의 문이 열린다〉, 이번 〈그림자 아이〉까지 이주환 촬영감독님하고 꾸준히 협업을 하셨더라고요.

제가 2014년 영화아카데미를 들어갔는데 그때 동기에요. 아카데미를 졸업하고도 저랑 애니메이션 전공 친구랑 촬영감독님 셋이서 작업실을 같이 쓰면서 영화 얘기도 많이 하고 서로의 취향도 많이 알게 됐어요. 그러다가 단편 〈밀실〉로 자연스럽게 같이 하게 됐고요. 촬영감독님이 연출자를 되게 존중해주면서 작업하시는 편이라서 첫 장편 〈밤의 문이 열린다〉를 만들 때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거든요. 저는 첫 장편이었지만 촬영감독님은 이미 촬영팀 경험이 많았고 〈누에 치던 방〉을 촬영한 직후였고요. 제가 두 번째 장편을 준비하는 동안 다양한 영화를 찍으시기도 했고요. 촬영감독님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림자 아이〉 수안 역 박소이
〈그림자 아이〉 수안 역 박소이

첫 장편부터 지금까지 긴 시간이 흘렀어요. 긴 시간 작업하면서 느낀 것이 있으신가요?

다 지나고 보니 그 긴 시간이 사실은 필요했던 시간이라고 느꼈고요. 한편으로는 그 시간을 지나서 영화를 만들고 완성하게 되었을 때 진짜 이건 기적 같은 일이구나, 복받은 일이구나, 정말 많은 것들이 다 운이 맞고 또 타이밍 맞아야지 이렇게 될 수 있는 거구나를 많이 느끼는 작업이었던 것 같아요. 〈밤의 문이 열린다〉도 쉬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이번 영화에 비하면 정말 초저예산이었고, 연출부도 저랑 조감독님 스크립터님 이렇게 셋이었던 규모여서, 약간 친구들이랑 찍는 것처럼 영화를 찍은 면도 있어요. 이렇게 규모가 커졌을 때 이거를 감당하는 거는 또 되게 다른 일이구나 하는 걸 좀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그 사이에 영화감독으로서 살아남기 어려운 시기가 왔다고 생각하는데, 그 외에도 영화계가 바뀌었다라고 체감을 하시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엄청났죠. 왜냐하면 그 사이에 코로나가 있던 시기였고 코로나가 지나고 났을 때 OTT가 판도를 완전히 바꿔버린 시기였죠. 그러면서 제 주변에서 영화하는 많은 친구들 혹은 선배들이 OTT로 많이 넘어가셨고 드라마로 데뷔를 하시는 경우도 많아졌어요. 영화관의 위기라는 이야기도 굉장히 많이 들었고 아주 많이 체감하죠. 사실은 숏폼부터 OTT 시리즈까지 이 영상 쪽에서의 창작 작업 자체가 이제는 확 열렸다는 생각은 조금 들어요. 왜냐하면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OTT랑 영화를 넘나드는 스태프들이 있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녔거든요. 지금은 일종의 영화 영상이라는 것이 경계 없이 확 열려 버렸기 때문에 많이 다양하게 나도 경험하고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림자 아이〉를 본 관객분들이 가장 오랫동안 기억해 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마지막 장면과 내레이션을 많이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밤의 문이 열린다〉도 그렇고 마지막 장면과 내레이션이 감독님이 선호하시는 연출로 보였어요.

그래서 다음 작품에서는 안 해보려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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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을 떠났던 사랑하는 사람, 그 사람과 똑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어디선가 본 듯한 이 이야기에 동화풍의 설정을 더해 독창적인 영화로 완성된 〈그림자 아이〉가 7월 1일 개봉했다. 〈그림자 아이〉는 금옥 의 첫째 딸이자 수안 의 언니 수련 이 세상을 떠나고 3년 후, 두 사람 앞에 수련과 똑같은 얼굴을 한 재인(유나, 1인 2역)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밤의 문이 열린다〉로 죽음과 삶의 경계선에 선 유령과 한 소녀의 조우를 그렸던 유은정 감독이 7년 만에 꺼내든 신작으로 한층 더 몽환적인 미스터리를 선사한다. 2025년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후반작업으로 단장을 마친 〈그림자 아이〉, 장편영화 두 편만으로도 본인의 인장을 뚜렷하게 남기고 있는 유은정 감독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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