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라는 현실적 고통을 담아낸 환상적 세계, '그림자 아이' 후기와 주역들의 말말말

〈그림자 아이〉 포스터
〈그림자 아이〉 포스터

리얼리즘적 세계와 장르적 무드. 전혀 달라보이는 두 영역, 그 경계선을 포착해 영화로 구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능숙한 장르 문법의 영화나 현실 밀착형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들이 주를 이루는 한국영화계에서도 환상적이면서 동시에 공감대를 유발하는 영화가 드문 것은 설득력과 독창성을 겸비해야 하는 그 난도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7월 1일 극장에 찾아오는 〈그림자 아이〉는 그런 영화를 갈망한 관객들에게 좋은 선물이라 장담한다.

〈그림자 아이〉는 첫째 딸 수련(유나)을 잃은 엄마 금옥(임수정)과 언니와 함께 떨어진 후 3년 만에 깨어난 동생 수안(박소이)이 수련과 똑닮은 재인(유나, 1인 2역)을 만나면서 겪는 일련의 모습을 그린다. 〈밤의 문이 열린다〉로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를 스크린으로 끌어낸 유은정 감독은 〈그림자 아이〉 역시 도플갱어와 설화라는 환상적인 소재로 상실을 마주한 인간의 얼굴을 담았다. 6월 25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와 이어진 기자간담회 현장을 전한다.


〈그림자 아이〉
〈그림자 아이〉
〈그림자 아이〉 수련-수안 자매(왼), 재인과 수안

상담사이자 수련과 수안 자매의 엄마 금옥. 금옥은 두 딸이 바닥에 떨어진 모습을 발견한다. 그렇게 수련은 세상을 떠났고, 수안은 3년 후에야 간신히 의식을 차린다. 언니를 그리워하던 수안은 어느 날 수련과 똑같은 얼굴을 한 재인을 만난다. 재인에게 가까워진 수안은 재인과 함께 언니와 살았던 집에 가본다.

〈그림자 아이〉는 구성원의 빈자리를 직시해야만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설화적인 요소들을 녹여 풀어낸다. 시놉시스를 대강 보아도 떠오르는 ‘도플갱어’ 뿐만 아니라 유은정 감독은 가상의 이야기를 더해 설화 혹은 동화의 이미지를 차용한다. 금옥의 가족은 대대로 하나의 동화를 공유하는데, 지하 세계에 사는 그림자가 지상의 두 소녀를 부러워해 어떤 제안을 한다는 내용의 동화다. 이를 통해 〈그림자 아이〉는 ‘도플갱어’라는 소재에 설득력을 부여하며 미스터리로서의 기능까지 이끌어낸다. 또 ‘부재’라는 현실적인 고통과 결부해 감성적인 부분까지 제대로 녹여낸다.

〈그림자 아이〉
〈그림자 아이〉

또 〈그림자 아이〉는 그것을 통해 배우들 각자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과제를 제공한다. 그리고 배우들은 그 과제를 모두 수행하는 데 성공하며 영화를 한층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재인-수련 1인 2역을 선보이는 유나는 물론이고 박소이 역시 기존보다 한 층 더 도전적인 배역을 소화하는 데 성공한다. 두 사람의 호흡은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메인 롤을 감당하는 두 배우의 역량을 엿보기 충분하다. 금옥 역의 임수정은 상담사이면서 동시에 딸아이를 잃은 엄마의 위태로운 심리를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다면, 그 상실을 어떻게 안고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

〈그림자 아이〉 유은정 감독
〈그림자 아이〉 유은정 감독

유은정 감독은 이번 영화의 시작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다면 어떻게 그 상실을 안고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거기서 그 사랑하는 사람과 똑 닮은 사람을 만난다면 그 상실은 채워질까로 이어졌다”며 “내가 상실을 채우려고 하는 것은 애도와는 다른 결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유은정 감독은 이 도플갱어를 느슨하게 활용한 이야기에 대해 ”존재에는 진짜 가짜는 없다는 것”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정 배우님, 수정 엄마, 수정 어무이, 금옥 엄마…

〈그림자 아이〉
〈그림자 아이〉

임수정은 이번 영화에서 스크린 안팎으로 존재감을 남겼다. 금옥 역으로 출연하면서 동시에 영화의 프로듀서로서 이름을 올렸기 때문. 유은정 감독은 “먼저 배우로 함께 하게 됐는데 투자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프로듀서로도 제안을 드렸다. 임수정 선배님이 평소에도 〈아이, 토냐〉를 제작한 마고 로비처럼 작은 영화에 힘 실어주시는 것에 관심이 많으셨다”고 임수정 배우의 결정을 설명했다. 특히 “아역 배우들이 촬영장에서 좋은 기억을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하셨다”며 임수정의 세심한 점을 전했다.

박소이와 유나 역시 배우로서도, 제작자로서도 임수정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소이는 “저보다 훨씬 오래 현장에 있으셔서 제 미숙한 점을 캐치하고 알려주셨다”며 “편안한 현장 분위기를 조성해주셨다. 어쩔 때는 정말 엄마처럼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유나는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셨다. 촬영 순서 같은 것도 배려해주셨다”며 “연기적인 조언을 구할 때도 진심으로 답변해주셔서 큰 힘이 되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두 사람은 현장에서 임수정을 “수정 엄마, 금옥 엄마”(박소이), “수정 배우님, 수정 어무이”(유나)라고 불렀다 말하며 즐겁고 편안했던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쌍꺼풀이 생겼다 없어졌다 해

〈그림자 아이〉
〈그림자 아이〉
〈그림자 아이〉 수련(왼), 재인 1인 2역의 배우 유나

이번 영화에서 1인 2역을 도전한 유나는 “각 인물의 차이점보다 각자의 환경과 인생에 집중하면 차이점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1인 2역이란 도전보다 각 인물을 연기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수련이를 연기할 때는 쌍꺼풀이 생겼다가 재인이를 연기하면 쌍꺼풀이 없어지기도 했다”는 일화를 덧붙였다. 박소이는 와이어 연기를 하는 몇몇 장면에서 “와이어 연기가 처음이라 몸 쓰는 게 자유롭지 않았는데 유나 언니가 노하우를 전수해줘서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화기애애했던 현장 분위기를 떠올렸다.

〈그림자 아이〉
〈그림자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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