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이나 DC의 팬이라면 멀티버스(다중우주)의 존재를 알고 계실 것이다. 우리가 사는 현실과 다른 차원이 있다는 것인데,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여러 스파이더맨이 한곳에 모인 것을 보면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마블 코믹스와 영화의 관계 역시 평행 차원의 또 다른 현실이다. <로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본격적으로 멀티버스를 다룰 예정이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지만, 멀티버스의 기준이 되는 코믹스 세계관은 지구-616의 세계다. (참고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세계는 지구-199999)
멀티버스에는 독특하고 희한한 세계들이 많다. 캡틴 아메리카가 피터팬, 와스프가 팅커벨, 비전이 피노키오로 살아가는 동화 속 세계가 있는가 하면, 아이언맨이 여자라서 캡틴 아메리카와 결혼하는 현실도 있다. 이 중 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몇몇 멀티버스를 소개한다.
# 원숭이 어벤져스의 세계
영화 <혹성탈출>처럼, 마블에도 유인원이 문명을 건설한 세계가 있다. 지구-8101, 일명 '멍키버스'라고 불리는 이곳엔 지구-616의 사람들이 모두 원숭이나 고릴라 같은 유인원으로 존재한다. 슈퍼 솔저 고릴라인 캡틴 아메리카와 스파이더 멍키, 아이언맨드릴, 블랙 위도랑우탄, 샹침프 같은 어딘가 익숙한 이름의 히어로들이 에이프벤져스라는 슈퍼 팀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어벤져스보다 훨씬 과격하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 대항해시대의 세계
넷플릭스 시리즈 <제시카 존스>에 나왔던 빌런인 킬그레이브가 대통령이 되면서, 방해물인 캡틴 아메리카를 과거로 보내버렸다. 이로 인해 시간의 틈이 갈라지면서, 캡틴이 도착한 서기 1602년의 세계는 지구-311이라는 별도의 차원이 되었다. 바다를 제패한 대영제국이 막강한 힘을 자랑하고 있으며, 어쩐 일인지 공룡이 아직까지 존재한다. 미래의 지식으로 잘난 척을 했다간 뮤턴트처럼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할 수도 있다. 다행히 겸손한 캡틴 아메리카는 정보장교 퓨리 경, 왕실 주치의 겸 연금술사인 닥터 스트레인지 등과 함께 힘을 합쳐 폭군 왕에 맞서 싸운다. 이 세계관을 구상한 작가 닐 게이먼은 직접 마블 텔레비전에 실사화를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한다.
# 초능력자들의 세계
『킹덤 컴』, 『저스티스』 같은 작품과 사실적인 그림체의 일러스트로 유명한 알렉스 로스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만든 세계다. 지구 X, 또는 지구-9997라고 불리는데, 변종인 인휴먼 종족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테리젠 미스트를 전 세계에 뿌린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이기도 하다. 또한 셀레스티얼의 알이 부화를 기다리며 잠들어 있다. 인류 대부분이 인휴먼이 되어 초능력을 얻었기에 셀레스티얼로부터 지구를 구하기까지 해야 한다. 초능력을 얻지 못한 사람이나 울버린처럼 선천적으로 변종인 이들도 소수 존재한다.
# 차세대 히어로들의 세계
지구-982에서는 슈퍼히어로가 지구-616보다 약 15년 정도 빨리 나타났다. 대부분의 역사가 지구-616과 똑같지만, 15년 먼저 어벤져스가 결성되었고 얼음 속의 캡틴 아메리카도 일찍 발견되었다. 따라서 이미 나이가 들어 은퇴한 히어로가 많고, 그들의 뒤를 잇는 새로운 세대의 히어로들이 등장해 활약하고 있다. 이 세계에 가면 어벤져스나 스파이더맨은 볼 수 없고, 그 대신 A-넥스트와 스파이더맨의 딸인 스파이더걸을 볼 수 있다. 아메리칸 드림은 캡틴 아메리카를 대신한다. 판타스틱 포는 판타스틱 파이브로 멤버가 늘었고, 울버린과 엘렉트라 사이에서 태어난 딸은 와일드씽이란 이름의 자경단이 되었다.
# 괴기스러운 언데드 세계
이름부터가 불길한 지구-666은 절대로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모든 주민들이 뱀파이어, 늑대인간, 미라, 좀비 등등 언데드이기 때문이다. 이곳에 간다면 살아 돌아올 수가 있을지 염려스럽다. 다행히도 외부의 사람들을 거부하는 폐쇄적 사회인데, 대신 파벌 간의 다툼이 치열하다. 그래도 각 종족을 대표하는 가장 위대한 전사들이 어벤져스를 구성해 세계를 지키려고 애쓰는 중이다.
에그테일 에디터 · 코믹스 칼럼니스트 김닛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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