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너무나 덥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뭐? 바로 공포영화다. 공포영화의 제철이 여름이라는 공식은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우리의 생활에 스며들었다. 실제로 우리 몸은 무서운 것을 보면, 교감 신경이 흥분되면서 식은땀이 나고, 그로 인해 무더운 외부 온도가 실제보다 차갑게 느껴진다고 한다. 이 과학적 증거를 입증이라도 하듯, 여름의 극장가에는 공포영화들이 우후죽순 쏟아진다.
OTT 안방극장에도 마찬가지다. 여름을 날려버릴 공포영화들이 시청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중 수많은 공포영화 속에서 뭔가 색다르고 흔치 않은 작품을 찾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있으니,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살육 호텔>이다. 이 작품은 장르적 매력가 확실하지만 많은 이들이 찾지 않아 묻혀버렸다. 하지만 여름을 맞아 다시 한번 많은 분들이 찾길 바라며 이번 주 OTT 역주행 픽으로 꼽아본다. 영화 <살육 호텔>의 매력 포인트와 다른 호러물과 차이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흥미롭고 참신한 소재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그린 <살육호텔>은, 핵폭발로 길거리마다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고, 모든 사람들의 일상이 무너져 버린 폐허가 된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레오와 그의 남편 야코브, 딸 알리스 역시 꿈도 희망도 없이, 허기와 힘겹게 싸운다. 이런 상황에 부딪힌 그들 앞에 어느 날, 미스터리한 인물이 제안을 건넨다. 바로 ‘마티아스 빈터 베르그’ 독점 연극 공연을 보러 오라는 광고다. 그곳에서 연극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식사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인 레오는 이전에 연극배우로 활동한 적이 있는 인물이기에 더더욱 그 제안에 흔들린다. 오랜만에 자신도 연극 공연을 보고 싶었겠지만, 그것보다도 자신의 딸에게 문화적 경험을 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 것이다. 호텔에서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연극까지 보여 준다는 남자의 말은 상당히 의심스럽다. 하지만 가족들의 허기와 연극에 대한 갈망 때문에 레오는 가족을 이끌고 호텔로 향하게 된다.
제목에서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그들이 향한 호텔은 평범한 장소가 아니다. 그 무시무시한 곳에서 진행하는 연극의 방식이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연극의 무대를 고정된 장소가 아니라 호텔 전체로 확장하여 진행하는 것, 그리고 배우와 관객을 가면의 유무로 구분한다는 것이다. 여러 영화 속에서 ‘연극’이라는 소재가 이용된 적 있지만, 이런 식의 인용은 처음 보는 설정이었기에 매우 흥미롭게 시청자에게 다가간다.
해석의 여지가 다채로운 스토리
포털 사이트에 영화 <살육 호텔>을 검색해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작품에 대해 다채롭게 해석한 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극중 호텔과 연극 공연을 총괄적으로 지배하는 ‘마티아스’를 이 시대의 지배층으로 해석하였으며, 거대 조직, 하나의 정부 등 다양한 의미로 판단하고 있었다. 또 호텔에서 일하는 배우들은 지도자의 명령을 받고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인물로, 주인공을 비롯한 시민들은 낮은 계급의 피지배층으로 묘사된다. 공연 시작 전 ‘마티아스’는 관객들에게 “우리 시대에는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까요?”라고 질문한다. 이 질문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핵심 질문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 주인공의 딸 ‘알리스’의 이름 또한 주목할 만한 흥미로운 포인트다. 극중 ‘알리스’는 토끼 인형을 들고 다니다가 그 인형을 잃어버리게 되면서 점점 호텔의 깊은 내부로 들어가게 된다. 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의 ‘앨리스’가 토끼를 쫓다 이상한 나라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즉, 호텔은 ‘알리스’를 포함한 관객들 모두에게 이상하고 기묘한 나라인 것이다. 이렇듯 이 작품은 디테일한 포인트들을 통해 영화 곳곳에 배치해 해석할 재미를 주고 있다.
나는 <살육 호텔>을 보며 넷플릭스 시리즈물 <오징어 게임>이 떠올렸다. 지배 계층이 나뉘는 것, 중간 관리자가 존재한다는 것, 살인이 일어나는 장소에서 나가면 지옥 같은 현실이 기다리고 있는 것. 무엇보다도 마지막 주인공이 다시 춥고 배고픈 현실로 돌아와 깊은 생각에 빠지는 장면에서 두 작품이 상당히 닮았다고 느꼈다. 이처럼 한 작품을 보고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지 않은가? 여러분의 <살육 호텔> 감상평은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과한 자극 없이 은은한 음산함이 주는 북유럽 특유의 섬뜩한 분위기
노르웨이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인 <살육 호텔>에는 북유럽 특유의 스산하고 섬뜩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흔히 볼 수 없는 국가의 영화라 그런지 연출 또한 신선하게 다가왔다. 우리가 접해온 깜놀 공포 영화의 틀을 비틀었다고 할까?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은은한 광기’라는 말이 있는데, 이 영화에 딱 어울리는 말이 아닌가 싶다. 그야말로 러닝 타임 86분 내내 ‘은은한 광기’를 끊임없이, 그리고 신비롭게 내뿜는다.
제목만 보고서 굉장히 노골적이고, 고어하며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올 것이라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잔인하거나 자극적인 장면은 이 영화 속에서 찾기 힘들다. 대신 흑백의 바깥세상과 대비되는 화려한 붉은색이 주를 이루는 호텔, 그 내부에 비치된 괴상한 그림들, 어두운 조명 등의 소품으로 음산한 무드를 조성한다. 어찌 보면 <살육 호텔>이라는 제목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실수인 듯하다. 원제는 ‘Cadaver’, 즉 시체라는 뜻인데, 이 제목도 썩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육 호텔>이라는 타이틀보다는 훨씬 나은 듯하다. 일단 대놓고 “이 호텔은 살육을 하는 호텔입니다”라고 스포일러를 하기 때문에 보는 이들의 흥미를 크게 떨어뜨린다.
또 ‘살육’은 굉장히 잔인하고 자극적인 뜻을 내포한 단어이기 때문에, 이 작품이 고어물일 거라 기대하며 시청한 이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반대로, 너무 잔인한 작품이라 생각되어 시청조차 꺼리는 사람들도 분명 많을 듯하다. 필자의 글이 부디 제목 때문에 생긴 작품에 대한 오해를 조금이나마 풀 수 있기를 바란다. 제목의 고정 관념만 이겨내면 꽤 괜찮고 점잖은[?] 공포영화가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비록 전개를 예상 가능하게 한 타이틀과 스토리적으로 아쉬움이 남지만,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작품이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된 지금, 등골이 서늘한 느낌의 영화로 무더위를 물리치고 싶은 분들. 하지만 너무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영화는 보기 힘든 분들, 표현보다 정서적인 공포를 원하시는 분들, 그런 분들을 위해 이 작품은 정제된 호러 무비로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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